몰래 보기!

by 글라라

누구나 정답이 궁금하다.

그래서 몰래, 정답을 알고 싶어 정답지를 살포시 훔쳐보기도 한다.

모든 것에 정답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문제를 내는 사람조차도 그 문제의 ‘진짜 정답’을 모를 때가 있다.

우리의 시간, 우리의 인생에도 정답이 있을까?

아이들이 배우는 교과과정에는 문제집이 있고, 풀이 과정이 있으며,

정답에 ‘근접한’ 정답들이 있다.

그 문제를 풀기 위해 아이들은 연습하고,

반복하고, 조금이라도 고민하려 애쓸 것이다.


그날도 그 아이는 체크 테스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나는 모든 수업에 항상 확인학습을 포함시킨다.

‘얼마나 집중 했는가’ 보다

“오늘 이것 하나는 꼭 알고 가자”는 마음으로

아이들에게 중간 테스트를 진행한다.

조용한 수진이는 항상 반 정도는 맞는 아이였다.

그런데 어느 날, 수진이가 그 날의 테스트를 전부 다 맞은 것이었다.

“오~ 수진아, 오늘 잘했네!”

나는 기쁘게 칭찬을 해주며,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내일 보자!”

미소 지으며 말하고 수업을 마무리 했다.

그런데 다음 날,

확인 테스트를 하려고 수진이를 내 옆자리에 앉혔다.

그런데 그날은 이상하게 많은 문제를 틀렸다.

“수진아, 오늘은 좀 많이 틀렸네? 이상하다~ 어제는 참 잘했는데.”

의아한 마음에 다른 테스트 종이를 건네주며 다시 풀게 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나는 살짝 수진이가 앉았던 자리로 가 보았다.

그리고 그 책상 위에서 소심하게 적힌 ‘힌트’들을 발견했다.

‘그랬구나. 이랬구나…’

수진이는 이 문제를 틀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그래서 거짓을 진실처럼 보이게 하려고 싶었던 것일까.

나는 생각을 정리한 뒤, 아이를 조용히 불러 말해 주었다.

“수진아, 오늘은 테스트 끝~ 수업 마무리 하자. 정리해”

수진이는 아무 일 없이 행동하는 나를 보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면서,

자신의 가방을 조용히 정리하고 조용히 교실 밖으로 나갔다.


나도 어릴 적, 틀리는 게 싫어서 책상에 답을 적어둔 적이 있다.

100점짜리 시험지를 부모님께 드리고 싶었고, 그 종이가 부모님의 행복일 거라 믿었다.

그래서 거짓을 진짜처럼 만들려 했던 나…

하지만 수진이는, 아마 나와는 다른 이유였을 것이다.

틀리면 다시 써야 하고, 그럼 늦어지고, 노는 시간이 줄어든다고 생각했을 테니까.

나는 따로 꾸짖지 않았다. 대신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계속 내 옆에서 테스트를 보게 했고. 그리고 늘 똑같이 말해 주었다.

“틀려도 괜찮아. 누구나 정답만 쓰진 않아.

때로는 틀리기도 하고, 틀린 답을 고쳐가며 반복적으로 배우는 거야.

틀린 걸 수정하다 보면, 어느 순간 정답이 술술 써질 거야.

그러니까 틀려보기도 하고, 수정도 해보는 거야.

그렇게 너의 문제를, 너의 정답으로 만들어보자~”

지금의 수진이는 자기가 쓸 수 있는 문장,

반쯤 쓸 수 있는 문장, 아직 쓰지 못하는 문장을 구분하고 있다.

그리고 차근차근 그 문장들을 고쳐가며,

자기만의 문제를 만들고, 자기만의 정답을 찾아가고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 공부하는 과정, 그게 바로 이런 것이 아닐 까?

틀린 문제를 다시 맞았을 때, 성취감도 알게 되고 알 수 없는 희열감도 느낄 수 있으니..

포기하고 싶다가도, 몰래 정답을 보고 싶다가도,

틀렸다고 낙담하지 않고 다시 문제를 풀어보는,

작고 소중한 ‘미니 인생’ 같은 공부.


우리 삶에도 끝없이 많은 질문들과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

답이 맞는지 틀리는지 알 수도 없고, 아무도 알려주려 하지 않는다.

그 문제는 늘 우리 자신이 우리 자신에게 던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쉬운 문제,

어려운 문제,

가벼운 문제,

무거운 문제…

우리는 그 모든 문제에 자신만의 답을 찾기 위해

몇 번이고 쓰고, 또 지우고, 다시 쓰고 그렇게 자신만의 문제집을

만들고 있지 않을까?

출제자도 모를, 복잡한 문제들로 가득차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O/X 같은 단순한 문제,

누군가에게는 보기가 있는 객관식 문제,

나의 인생은 늘 치열하게 답을 써 내려가는 문제들로 가득했다.

이제는, 그 문제를 ‘단답형’으로 줄여도 괜찮지 않을까.

때론 어렵게 풀지 않아도 되는 문제들도 있으니까.


또다시 풀어본다.

그리고 문득 생각한다. 정답이란 과연 있는 걸까?

아니면, 풀이 과정을 잘 쌓아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만의 해설집’을

완성해 가는 건 아닐까? 내 인생의 해설집이 첨부된 멋진 문제집.

어떤 문제는 단순하고, 어떤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인생의 문제들은 AI가 해결 할 수 없는 다양한 이야기들의 문제들..

정답이 없는, 내가 직접 써 내려가야 하는 답안지들.

그 정답이, 그 누구도 채점할 수 없는, 점수를 매길 수 없는, 답안지들로 가득한다면.

오늘도 나는 알 수 없는 답안지들을 작성하며 수없이 연필로 쓰고 그 위에 검정색으로 쓰고,

중요한 부분은 파란색으로 쓰고, 조심해야 하는 답들은 빨간색으로 표시하며, 나만의 인생 문제집과

답안지를 만들고 싶어진다.


누구나

자기만의 문제집을 만들고,

자기만의 해설집을 써 내려가요.

나는,

그 해설집을

복잡하지 않은

간단한 요약 정리본으로 만들고 싶어져요.

짧지만 진심이 담긴,

나만의 해설집으로.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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