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이 주는 행복
일을 하다 보면 가끔 탈출하고 싶을 만큼 쉼표가 필요한 때가 있다.
잠깐이라도 명상을 하거나, 잠시라도 하늘을 바라 볼 수 있는...
하루 잠깐의 쉼표를 찍을 수 있는, 그런 시간이 나에게 필요한 때가 있다.
만우절 같은 거짓말 같은 쉼표들이 기다리고 있을 그런 날을 기대한다.
그 날은 만우절이었다.
아이들은 저마다 다양한 자신들의 신박한 아이디어들을 생각해내어 나에게 장난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미 10년이 넘는 데이터들이 축적되어 잘 알고 있기에...
아이들이 무엇을 할지, 무엇을 원하는지 익히 알고 있는 나.
그래서 나는 아이들에게 말한다.
"빙고 게임 어때?" 하면서 아이들에게 농담어조로 건넨다.
아이들은 "안 믿어요!. 오늘 만우절이잖아요" 하며 아쉽다는 듯 반신반의 한다.
나는 웃으며 대답을 이어갔다.
"진짜로 할 건데~ 얼른 5x5 칸 만들어~. 2분 준다~"

아이들은 그제서야 신나게 그 잠깐의 '탈출'을, '쉼표'를 즐기기 시작한다.
"오늘의 주제는 숫자 1부터50까지. 단, 영어로 말하기"
아이들에게 규칙을 설명하고 나면, 나는 잠시 아이들을 조용히 바라본다.
'어른들도 일하다 중간에 짧은 휴식이 생기면 얼마나 달콤할까.
하물며 아이들은 더 그러하겠지'
그렇게 잠시 여러 생각에 잠들 때 아이들에게 시작 음을 알리며,
아이들은 환혼성과 웃음으로 게임이 시작 된다.
"오늘의 빙고 1등은 숙제 1회 면제권"
아이들은 환호하며 게임에 집중하고 각자의 빙고판을 열심히 만들었다.
"seven"
"야! 그거 아니지~"
"twelve "
"좋았어!"
아이들은 열심히 서로의 번호를 확인하면서 자기의 빙고판을 완성해 가고 있다.
"쌤 저 five빙고요. 1등이에요~"

한 아이의 외침과 함께 게임은 끝이 났다. 다른 아이들의 억울한 외침도 함께..
그 짧은 시간이 주는 달콤한 휴식.. 아이들은 그 순간을 마음껏 즐기며,
"2등도 3등도 찾아봐요" 하며 다시 게임을 하자는 아이들과 함께 서로 웃으며,
잠시나마 행복한 웃음으로 우리의 공간을 채워 본다.
문득 나도 생각해 본다.
나만의 인생 빙고판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나의 빙고 판에 들어갈 이야기들은 어떤 것들이 있나?
지금까지의 나의 빙고판은 얼마나 많은 칸을 완성을 했을까?
한 칸을 완성하지 못해 가로줄과 세로줄, 사선줄을 그리지 못하는 건 아닐까?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
나의 빙고판은 지금도 지우개로 어디부터 지워야 할지 고민하면서
나만의 인생 빙고판을 완성하고 있을 것이다.
늘 생각하는 나의 인생이.
미리 계획해 놓은 빙고판처럼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나의 시간은 호락호락 허락하여 주지 않는다. 그래서 더더욱 실시간으로 만들어 가는
나의 인생이 얼마나 흥미롭고 재미있는지를 새삼 느끼게 된다.
또 다른 빙고판을 조용히 준비한다. 이번에는 내가 실천 할 수 있는 이야기로..
누구나
각자의 빙고판을 만들어 가고 있어요.
5칸, 10칸, 20칸...
그 칸마다 채워지는 우리의 인생이야기들을요.
어느 칸은 슬픔,
어느 칸은 기쁨,
어느 칸은 희망도 있을
우리의 이야기로..
완성하지 못한 채....
완성을 기다리는 칸들도 있지만요,
그래도, 하루하루 즐겁다면, 위로가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