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짐

그리고 만남

by 글라라

동전의 앞면과 뒷면이 있는 것처럼,

봄이 오면 여름이 오는 것처럼,

누군가 정하지 않았지만, 마치 누군가 정한 규칙 같은 것이 있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그런 규칙 같은 삶의 룰 ..


부모와 자신간의 관계, 부부의 인연, 친구들과의 만남도 마찬가지 인 것 같다.

어느 날, 한 아이가 수업 중 나에게 조용히 다가와 속삭였다.

"샘! 이번 주 주말에 우리 아빠 만나러 가요.

그래서 숙제는 안 내주셨으면 좋겠어요. 아마 못할 거 같아요."

하며 아이의 얼굴엔 해맑은 미소가 있었다.

"그래? 그럼 조금 내줄게~ 주말에 아빠랑 같이 해서 가져오면 되겠네"

하며 나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그렇게 대답을 해 주었다.


어떤 날, 또 다른 아이가 말했다.

"샘 저 이사 간대요. 엄마랑 같이 살 집 알아보고 있어요. 그래서 이번 달까지만 학원 다닐 지도

몰라요." 하며 자기의 집안 사정을 이야기 하는 아이를 볼 때면,

나는 무덤덤하게 그 아이의 이야기들을 들어주곤 했었다.


또 다른 날 엔, 또 다른 아이가 말했다.

"샘 엄마, 아빠가 싸우고 나서 저한테 누구랑 살 거냐고 물어보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뭐라고 대답했는지 알아요? "하면서 그 아이는 나의 대답을 기다리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 본 적도 있었다.

그 많은 이야기들 중에서 가장 마음이 아팠던 건, 한아이의 말이었다.

"샘 엄마, 아빠는 왜 결혼 한 거래요? 헤어질 거면서..."하는 짧고도 무거운 그 말은

그 아아의 입에서 무의미하게 흘러 나왔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어’하고 말할 수도 없었다.


부모의 선택권 없이 태어나는 아이들에게 조금 더 빠르게 알려주는,

그래서 조금 더 빨리 배우게 되는 헤어짐과 만남에,

'아이들이 모르는 어른들의 세상이야~'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마음 아픈 말 인 것 같다.

'너희도 친구랑 싸울 때도 있잖아 '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가볍고,

무책임한 위로처럼 느껴저 무어라 쉽게 대답을 해줄 수 없었다.


나 역시 나의 자녀들에게 불안감을 준 적이 있었고,

부부 사이의 일로 인해 아이들이 눈치를 보게 만든 순간도 있었다.

서로가 너무 좋아서 행복한 시간만 가득했으면 좋으련만,

서로 다른 시선의 고정으로 서로를 상처주고 있는 나 역시...

때로는 애벌레처럼 서로가 서로를 갉아먹으며 썩어가는 사과가 되어버리기도 했다.


그 썩은 부분을 도려내고 도려내어 두 개의 사과가 반쪽밖에 남지 않더라도.

아주 완벽할 수는 없지만 나의 자녀가 조금이라도 그 사과를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나는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나의 아이들에게 우리는 오늘도 노력을 하고 있다고.

살며시 이야기 해준다.


수많은 학생들과도 수많은 헤어짐도 있겠지만,

그래도, 아픔의 시간도 있다면, 치유의 시간도 찾아 올 것이다.

아름답게 이별하고, 아름답게 다시 만남을 만들어 가며

그렇게 우리의 시간 또한 아름답게 만들어 간다면.


누구나

우리는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마주 할 수 있어요.

동그랗게 이어지는 인연처럼 .

지구가 조용히 돌아가는 것처럼

지구가 조용히 태양을 도는 것처럼

우리의 마음도

그렇게 다시 닿기를...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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