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만약

~ 라고 가정한다면

by 글라라

가끔씩 상상의 시간을 갖는다. 그 시간만큼은 내 인생에서 가장 성공한 주인공이 된다.

누구도 해내지 못 한 일을 해 낸다거나, 어떤 어려운 고민도 척척 해결해 내는

원더우먼 같은 그런 사람으로..

하지만 현실로 돌아오면, 난 다시 극히 평범한 아줌마로, 원래 있었던 그 자리로 돌아와 있다.

여느 날과 다르지 않은 어느 날, 한 아이에게 문법 수업을 하고 있을 때였다.

그 날의 문법 주제는 '가정법'. 이었다.

“오늘은 가정법이야.

해석은 ' ~한다면 ~했을 수 있을 텐데', 혹은 '했을 텐데.' 라고 해석하면 된단다. ” 하며

이렇게 설명을 이어가고 있는데, 한아이가 갑자기 손을 들며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쌤 왜 가정법은 그렇게 돌려 말해요?

예를 들어, '어제 공부했더라면 시험을 잘 봤을 텐데 '. 이런 문장이잖아요.

그냥 '나는 시험공부 안했다. 그래서 시험을 못 봤다.' 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왜 그렇게 복잡하게 말해야 해요?“ 물어보는 아이.

아이의 물음에 주변 친구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한다.

"얘들아, 생각을 해봐. 가정법과 조건 부사절은 비슷하게 생겼지만 상황이 완전히 다르거든.

가정법은 가능성이 희박하거나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한 아쉬움을 담는 거고,

조건부사절은 가능성이 실제로 있는 상황에서 쓰이는 거야.

그러니까 일단은 정확한 해석 방법부터 익혀두자." 하면서 이렇게 일단락되었다.

하지만 수업이 끝난 후에 조금 전 아이들이 이야기 했던 가정법 질문이 맴돌았다.

가정법, 그것은 결국 우리가 무언가를 가정하고, 그 일이 이루어 졌으면 하는 바램같은 문장,

그 소망 같은 일들이 일어났을 가능성과 그 일이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가끔은 ‘상상 속 소망들이 이루어지면 어떨까’.

수많은 상상 속에서 어쩌면 한 가지쯤은 현실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상상속의 시간들이 모여 가정만 하는 현실이 아닌 현실 속에서 현실이 이루어지는

그런 꿈같은 일들이 가능하지 않을까.

알 수 없는 미래 속에 하루하루를 고민만 하는 상상이 아닌, 과거에 후회했던 한숨의 시간이 아닌.

오늘도 나는 찾아본다. 나의 상상 속의 나를 가정하며 그 가정 속에 언제나 웃는 날만 있지

않겠지만 잠깐의 웃는 날이 있을 그 시간들을 위해.


누구나

한 번쯤은 그런 생각을 해봐요.

내가 돈이 많았다면, 더 많은 여유가 있었을 텐데.

내가 행복했다면, 더 많은 추억을 쌓았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지금 행복을 찾는다면, 더 많은 추억을 쌓을 수 있을 텐 데.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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