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차곡차곡

by 글라라

부지런히 일하며 저축을 하겠노라 늘 다짐을 하지만,

한 달 한 달이 어찌나 빠르게 지나가는지...

한 달 벌어, 한 달을 살다 보면 눈 깜빡할 사이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듯한 기분이 든다.

더욱이 한창 성장하는 자녀들을 키우는 시간은 무언가가

쌓이기 보다는 빠져나가는 시간, 없어지는 시간이고, 마치 빚쟁이라도 된 듯 자녀들은

칼같이 내 시간과 에너지를 가져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시간들 속에도 차곡차곡 모아서 원하는 물건도 사고,

이사도 하고, 그러면서 쌓아가는 작은 즐거움 속에 또 그렇게 '더하기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그날은 1년에 한번 있는 마켓데이 행사가 있는 날이었다.

그동안 차곡차곡 모아온 가짜 달러로 아이들이 원하는 문구류, 간식류 등을 살 수 있는 날.

행사준비를 위해 아이들에게 "원하는 물건들이 있으면 목록에 적어봐 봐" 하고는 메모종이를 벽에

붙여주면 아이들이 원하는 물건들을 신나게, 신중하게 적어 가고 있었다.

그렇게 다시 나에게 돌아온 목록 종이 안에는 여러 가지 물건들이 적혀 있다.

1. 아이폰.

2. 아이패드.

3. 닌텐도

4. ...

5. ...

목록을 보면서, 아이들의 순수함이 엿볼 수 있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그러고서는 아이들에게 말한다.

"얘들아! 이런 고가의 물건들은 너희가 성인이 되어서 너희들이 열심히 일한 돈으로 사거라. "

하면서 아이들에게 부드러운 거절이지만, 단호한 거절의 의미로 말을 내비쳤다.

지금 어떤 아이들은 풍요 속에 살아가며 물건의 소중함 보다는 그것이 '당연한 것'이 되어,

작은 물건 또는 작은 선물이 주는 기쁨을 점점 잊어가는 듯해 때로는 아쉬운 마음이 들기고 한다.


나는 다시 아이들에게 당부하며

" 너희들이 열심히 모은 달러들은 너희들 위해서 사는 것은 맞지만,

샘도 정해진 예산이 있으니 그 점은 이해해주길 바래"

그리고 덧붙이며 "샘이 최대한 너희들이 원하는 물건들을 준비해서 재밌는 시간을 만들어 보자"하며

아이들에게 통보 아닌 통보를 했다.

그렇게 '문구류'코너, '생필품'코너, '간식'코너 등으로 부스를 나누고 물건을 진열해 놓은 뒤 아이들을

기다리다 보면, 어느새 팔린 물건과, 팔리지 않은 물건이 나뉘고, 팔리지 않은 것은 1+1의 행사로

물건들을 모두 팔며 그 날의 행사는 마무리한다.

양손 가득히 들고 가는 아이, 비싼 물건 하나만 사는 아이, 가족들 것까지도 함께 사는 아이 등등

다양한 아이들의 소비형태가 눈에 들어온다.

그러다 "내년에는 돈 많이 버셔서 아이폰 꼭 팔아주세요"하며 웃으며 말하는 아이들로

또 한바탕 웃음 터진다.


그렇게 나는 나머지 물건들을 정리 하면서, 아이들이 '모으는 재미', '소비하는 재미'를 함께

경험하기를 바라며, 그 날을 마무리했다.

나 역시 소비의 재미보다는 모으는 재미를 더 많이 배우려고 하고 있지만 ,

가끔은 내 자녀들에게는 비밀로, 아주 가끔씩 소비의 재미를 슬쩍 느끼며 그렇게

또 하루의 시간을 보내려 한다.


누구나

아름다운 추억을 모으고

행복한 시간을 모으고.

찰나의 기쁜 시간을 모으면서.

다만..

아픔의 추억은 버리고

상처의 시간은 버리고

찰나의 후회의 시간은 버려요.

또 다른 모으는 시간을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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