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을 품은 무언가

자신을 지키기 위한 모순

by 글라라

간만에 뒷산을 산책했다.

높다면 높고, 높지 않다면 높지 않은...

그 적당한 뒷산은 계절의 변화를 가장 먼저 알려주는 소식통 같은 곳이다.

수술 후 한동안은 그 나지막한 산도 오르기 힘들어 1/10, 2/10, 3/10…

이렇게 나누어 산책하곤 했다.

1년이 지난 지금은 정상까지 갈 수 있을 만큼 기력을 회복해, 주말이면 한 번씩은 꼭 가려고 한다.

이번 주말엔 남편과 함께 오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또 생각도 하고,

힘듦을 느끼면서 한 발 한 발 내디뎠다.

얼마쯤 올랐을까. 눈에 띄는 무언가가 있어 다가가 살펴보니, 남편이 말했다.

“저건 독버섯이야. 먹으면 큰일 나.”

나는 웃으며 “먹을 생각 없으니까 걱정 마”라고 했지만, 궁금해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하얀 눈송이처럼 생긴 버섯. 이름은 독우산광대버섯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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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을 고집하듯 독을 품고 있는 걸까.

같은 종인데도 서로 떨어져 자라는 모습은 오히려 외로워 보였다.

조금 더 오르니 이번에는 갈색 산버섯이 보였다. 이것 역시 독을 품은 버섯이라고 했다.

또 얼마 지나지 않아 색시졸각버섯으로 추정되는 버섯을 보게 되었는데, 비가 오면 잘 자란다고 한다. 이 또한 독성이 있는 버섯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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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만 해도 없던 것들이 비가 오고 나니 쑥쑥 자라 숲속에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문득 생각했다.

독이 있는 버섯은 그것으로 자신을 보호하는 게 아닐까?

자신이 가진 매력을 조금이나마 오래 지키고 싶어서.

사실 독버섯은 누군가 먼저 건드리지 않으면 해롭지 않다.

그러나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조금 다른 것 같다.

말과 행동이 독이 되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과연 우리의 삶에서 ‘독’이 되는 순간들은 언제일까.

나는 그 독설들을 통해 상처를 얼마나 받고 있는 것일까.

숲속의 독버섯처럼, 우리도 저마다의 독을 품고 살아간다.

다만 그 독을 언제,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상처가 되기도 하고, 보호가 되기도 한다.

결국 삶은 독을 품은 채 서로를 이해하려 애쓰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게 된다면,

이제부터라도 나만의 상처 치유제를 만들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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