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가져온다.
우리 아파트 단지에는 뒷산이 있다.
그 뒷산을 통해서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가 있다.
봄이 오는가 하면 여름이 되어 있고,
여름이 언제가나 하면 가을로 변해 있다가 추운 겨울을 준비하는
나무들로 가득차 있다.
뒷산 입구에는 두개의 갈림길이 나오는데 중간의 갈림길에
길을 들어서면 뒷동네에 있는 도서관으로 갈 수 있는 길이 나온다.
예전에는 책을 무한히 사들이곤 했지만,
요즘은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면서 가는 길은 나에게는 나무와 친해지는...
그런 시간들이 나만의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일과가 되었다.
그날도 책을 반납하러 가는 길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바닥에 떨어진 나무 열매 하나를 보게 되었다.
아마도 감처럼 보이는 그 열매에는 누군가 먹다 남긴 흔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산에 이렇게 무심하게 버리나’ 하고 생각하며 주우려 했는데,
자세히 보니 사람의 흔적이 아니라 다른 동물의 흔적 같아 보였다.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 뒷산에는 고라니, 청설모, 다람쥐 같은 야생 동물친구들이 살고 있다.
아마도 그 열매를 먹은 건 이 친구들 중 하나였을 것이다.
그러면서 주변을 살펴보니,
그전보다 훨씬 많은 밤송이들도 여기저기 떨어져 있었다.
알맹이가 있을까 궁금해 가까이 다가갔지만,
역시나 텅 비어 있었다.
딱딱한 껍질 속에 고소한 맛을 숨기고,
아무도 쉽게 접근하지 못하게 뾰족한 가시로 자신을 보호하는 밤.
하지만 그 뾰족한 가시를 공격하면서 알맹이를 가져가는 또 다른 이들...
우리만 사는 세상이라고 느끼는 매 순간마다 불쑥불쑥 자연들의 친구들은
우리 인간에게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우리도 있다고...
돌이켜보면, 우리가 마음대로 쓰는 듯한 지구라는 세상은 사실 우리만의 것이 아니다.
인간과 동물이 함께 나누는 ‘공유하는 공동체’임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조금이라도 인간의 욕심을 잠시 내려두고,
산에 사는 야생 동물들을 위해 도토리나 밤 같은 열매를 남겨두는 작은 여유로움을 가진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