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일.
10월의 첫날이다.
유난히도 겨울 같았던 9월이 지나고,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저녁.
하루를 마치고 뚜벅뚜벅 걷는 퇴근길,
아파트 뒷산과 도서관으로 이어지는 계단에서 문득 시선이 멈췄다.
늘 같은 자리에 있었고,
늘 자주 오르내리던 그 계단이었지만
오늘은 그곳이 왠지 내 삶을 닮은 듯 느껴졌다.
길이 없던 인생은,
내가 걷는 그곳이 길이 되었고
평탄하다고 믿었던 길은 오르막이었으며,
오르막만 계속될 거라 생각했던 길은
어느 순간 내리막이 되어 있었다.
잠시 멈춰선 그 자리에서
나도 모르게 울컥함이 몰려왔다.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는 인생의 여정엔
어둠뿐인 것 같을 때도 있었지만,
그 옆엔 늘 가로등이 길을 비추고 있었다.
내가 모르고 지나쳤던,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
나는 한 걸음, 한 걸음 오르면서
혹시 주변을 제대로 살피지 않았던 건 아닐까?
계단 주변엔 푸르른 소나무도,
꽃나무도, 밤나무도 있었는데
나는 그저 무심히 지나쳐온 건 아니었는지
조용히 반성하게 되었다.
뒷산을 올라갈 때 힘들어 보이는 날엔,
계단의 반만 오르다가
옆으로 나 있는 길로 새기도 했다.
조금 돌아가는 길이긴 했지만,
숨이 헉헉 막히지 않을 정도의
적당한 높이를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다시 계단과 이어지는 길과 만나곤 했다.
어쩌면 이 또한 살아가는 방법이 아닐까.
잠시 돌아간다 해도
멈춰 있는 건 아니니까.
그 계단을 비추는 가로등처럼
내 곁을 조용히 지켜주는 무언가가 있다면,
나는 늘, 여전히 전진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가을이 되려는 어느 저녁,
올해도 얼마 남지 않은 어느 저녁,
나만의 방식으로 이 힘듦을 이겨내려는 어느 저녁,
또 한 번 긍정의 힘을 믿어보려는 그런 저녁이었다.
그렇게 나는,
나를 다독이며 퇴근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