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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리 Jan 04. 2023

축구공에도 각이 있다고요!

정육면체의 반란

뜨겁던 2022년 월드컵이 막을 내리고, 모든 국민이 한국의 16강 진출에 열광했다. 선수들의 안정감 있는 슈팅과 더불어 헤딩을 보고 있노라면 가히 축구공을 자유자재로 하는 모습에 몰두하게 되곤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머리에서 떨어진 공을 가슴으로 안정감 있게 받아내고, 그것을 발 밑까지 끌어내리는 모습은 한편으로는 신기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그 비밀이 바로 축구공에 있었다. 한 치의 의심 없이 구형이라고 생각했던 축구공은 사실 정육각형과 더불어 정오각형의 합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지금과 같은 이러한 축구공의 모습을 갖춰 처음 등장했던 게 바로 1970년대 멕시코 월드컵으로 '텔스타'라는 공이었는데, 그 이후에는 외관의 디자인에 변화만 주었을 뿐 기본 골격은 유지되었는데 그 이유는 너무 기하학적으로 완벽하다는 것. 이처럼 처음 등장한 '텔스타'의 기본 구조가 변하지 않을 수 있었던 까닭에는 기하학적 대칭 구조가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매끄러운 구형이 아닌 평면으로 된 가죽 조각들을 붙여서 구형에 가깝도록 다면체를 만든 후 공기를 불어넣으면 잘 굴러가는 공의 특성과 더불어 안정감 있는 구조를 동시에 지닐 수 있다는 것이다.


1970 텔스타
2002 피버노바




관심을 두지 않아서 몰랐던 축구공의 비밀을 명확하게 알고 나니 신기했다. 그저 모양으로는 정육각형과 오각형이 함께 가죽으로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다면체를 구형에 가깝도록 설계하는 것이 오히려 안정감과 원의 모양의 특성을 동시에 지니게 될 수 있다는 사실이 한편으로 놀라웠다. 오히려 각이 있는 도형으로 구형을 만든다는 것이 어떻게 바라보면 모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모서리 없이 매끈한 원은 오히려 완벽한 안정감을 형성하지 않기 때문에 축구공으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한다. 나아가 정육각형은 내각의 크기가 하나에 120도인데 이를 3개 이어 붙이면 360도가 되어 다시 평면이 되어 이 역시 옳지 않다는 것. 따라서 정육각형을 하나 빼고 그 속에 오각형 하나를 넣게 되면 비로소 우리가 아는 축구공의 모습이 완성되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오히려 틈이 존재함으로써 더욱 완벽함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둥글고 매끄러운 것이 아닌 각이 진 존재이더라도 구형에 가깝게 맞추면 오히려 더욱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이 더욱 진실되게 다가왔다. 사포로 문질러 모서리 없는 모양으로 다듬으려 하지 않아도 모나 있는 모양 그대로, 때로는 그 모든 것들의 합이 최적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이 새로운 환기로 느껴졌다.


생각의 전환을 하기로 했다. 작가의 소개에 '푸르고 둥글게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싶다'라는 문구를 쓴 적이 있다. 푸르른 존재이고 싶다는 것은 티끌 없이 맑은 날처럼 내리쬐는 햇살을 온전히 마음에 가득 품을 수 있는 사람이 되다는 의미였다. 둥근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싶다는 것은 작은 방해물에도 방해되지 않도록 데굴데굴 구를 수 있는 원에 가까운 사람이 되고 싶다는 의미로, 어디든 편하게 발길 닿는 대로 생각의 여행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에서야 각이 진 모서리의 합이 오히려 구형에 가깝게 되면 훨씬 효율적이고 단단한 뿌리를 지닐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된 지금, 모나 있던 각이나 모서리들을 너무 사포질 하여 상처를 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모가 있기에 이 존재하고, 직각이 있기에 평행이 존재한다는 마음만은 지니고 싶다. 내 마음속의 정의되지 않은 뾰족한 네모와 각을 하나씩 조합해 빈 공간을 채워간다면 원래 매끄러웠던 공보다 더욱 잘 굴러가게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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