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2.18
오늘은 유난히 퇴근길에 손이 시린 날씨였다. 주머니에서 좀처럼 시린 손을 빼기 싫을 만큼 아주 세찬 바람이 불었어. 오늘의 너의 하루는 어땠어? 내가 십 년을 넘는 시간을 너와 함께 살면서 감히 너의 하루를 예측해 보자면, 현관 옆에서 잠을 자고 자리를 옮겨 네 침대로 올라 다시 잠을 청하다가 문득 쿵-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부스스 눈을 떠서 집안을 어슬렁 거렸겠지? 목 한번 축이고 말이야. 미래의 너는 변함없이 느긋하게 물병자리를 여행하고 있으려나?
내일은 나의 휴무가 시작되는 날이야. 직장인이 된 이후 달력의 빨간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거든. 나는 늘 내가 출근하는 날 아침이면 생각해 보는 게 있어. 너의 하루와 한 번쯤은 바꿔보면 좋겠다는 생각 말이야. 옆에서 찌뿌둥하게 기지개를 켜는 네 모습이 어쩔 때는 참 귀여우면서도 부러웠으니까 말이야. 너는 날 닮아 소심하기도 하고, 어쩔 때는 감정 표현에 무척이나 솔직해서 주변의 분위기도 잘 파악하니까 일도 나처럼 곧 잘할 텐데. 어때 너도 그렇게 생각해? 문득 노트북 앞에 앉아 열일을 하고 있을 너를 떠올리니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온다.
나의 휴무의 시작은 너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는 날이라서 너한테 조금은 미안한 마음을 덜어낼 수 있겠다. 오늘 퇴근길에도 생각했는데 혹시 알고 있으려나? 내일 내가 일을 나가지 않고 너의 옆에서 비비적거리며 너를 귀찮게 한다면 너를 어리둥절해서 자리를 슬금슬금 피해버리겠지? 하고 말이야. 이번 겨울에는 유난히 줄어든 너의 산책 시간이 신경도 쓰이고 마음도 쓰이는데, 애써 깊은 생각은 하지 않으려고. 나도 문득 어느 날에는 나가기 싫기도 하고, 따뜻한 집에서 쉬고 싶기도 하니까 말이야. 그래도 함께 놀이터에 나가 폴짝폴짝 뛰는 너를 보면 어쩔 때는 '여전히 팔팔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해. 이전과는 사뭇 다른 너의 눈동자와 기침 소리에 너의 세월이 문득 체감될 때가 더 많지만 말이야.
불안을 늘 생각하는 사람은 그 순간이 너무 행복하기 때문이래. 그 행복을 잃고 싶지 않아서 불안을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 가끔 잠든 너를 보면서 코끝이 아무런 이유 없이 찡해져 오는 이유는 아마도 너의 존재가 여전히 나에게 너무 소중해서이겠지. 오늘은 이만 줄일게. 내일은 아침에 눈뜨자마자 내가 널 먼저 귀찮게 할 테니 그렇게 알아둬. 내일 만나자. 나의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