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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리 Jan 25. 2023

#02 물고기자리에 있을 너에게

2.19~3.20

 2023년 별자리 운세에 따르면 물고기자리는 출항의 깃발을 올리는데, 출발하자마자 작은 파도를 만나게 됩니다. 그러나 곧 이겨낼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파도를 견뎌내면 꿈꿔왔던 잔잔한 물결이 이는 낙원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오늘은 이번 겨울 중에서 유난히 추운 날이라고 하네. 좀처럼 영하권을 웃돌지 않았던 날씨가 급격하게 떨어져 영하 20도에 가까워지니 조금은 당황스럽지만 만반의 준비를 하고 나와서인지 지레 너무 겁을 먹었나 싶더라. 나는 연휴가 끝나고 다시 일터로 돌아왔어. 네 연휴는 꽤나 풍족했는지 가슴털에 영양제들이 묻어 꼭 머리를 땋은 소녀처럼 몇 가닥이 엉켜 있더라. 내가 아침에 그런 네 모습을 보고 꼬질이라고 불렀는데 너는 모르지? 23년의 물고기자리에는 작은 파도가 인다고 하네. 네가 여행하게 될 미래 물고기 별자리에는 아주 작은 파도도 일지 않고, 잔잔한 물결만 가득했으면 좋겠다.





어제는 캐나다 체크인 최종화를 봤어. 사실 이 프로그램은 예고편이 방송될 때부터 '정말 많이 울겠구나.' 했었는데, 말 그대로 1화에서 엉엉 오열하다시피 했었지. 나는 헤어짐의 통로에 서 있는 사람의 감정보다 너와 같은 친구들이 느낄 감정에 더 공감이 가더라.


"네가 앞으로 더욱 넓은 곳, 좋은 곳에서 살아가기 위한 여정을 떠나는 거야."

"너를 임보 했던 나는, 이제 너를 보내주어야 해."

"한국과 먼 나라에서 너의 제2의 여생을 시작하는 거야."

"너는 잘할 수 있어. 사랑해."


사람의 언어로 많은 것들을, 무수히 다양한 마음을 전달하려고 해도 켄넬에 실려 화물칸으로 들어가는 너와 같은 친구들의 눈빛에 서려 있는 어리둥절함이, 닿을 듯 닿지 않는 것만 같은 그들의 마음이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플까.

어떤 언어로 그들을 위로하고 감싸줄 수 있을지 감히 아무런 가닥을 잡을 수가 없더라고. 물론 앞으로의 날들에 더욱 빛나는 순간들이 펼쳐지겠지만 새로운 삶에 적응해야 하는 친구들의 무게가 나를 무척이나 먹먹하게 만들었어.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동봉사에 대해 알게 되었다고 해. 사실 나도 참 연약하고 작은 사람이라 쉽게 용기가 나지 않는 일들이 참 많았거든. 그런데 개인의 행동이 한 생명의 삶을 송두리째 변화시키는 일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어. 참 거룩하면서도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일이겠더라고.


너와 시간을 보내면서 나는 유기견과 안락사라는 주제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 기후 변화에 대해 관심이 생겨 찾아보다가 북극곰을 도와주는 WWF에 후원도 해 보았으며, 대수롭지 않게 일회용품을 쓰는 것에 대해 무거운 마음을 갖게 되었고, 지나가다 생을 마감하는 길 위의 동물들에 대해 마음을 쓰게 되었으며, 앞으로 남은 여생을 동물과 공존 및 교감하는 삶을 그릴 수 있도록 계획을 해 보게 되었어.

여전히 조심스러운 것들이 많은 나라서 머릿속에 그려둔 것들을 실천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한 부분이 채워져야 비로소 내가 꿈꿔오던 안온한 미래를 완성할 수 있게 될 것임은 분명하겠더라고. 내가 해 왔던 일들보다 앞으로 동물들을 위해 힘쓰고 해야 할 일들이 훨씬 많아서 큰 절망감도 느껴졌지만 또 한편으로는 희망적이었어.

천천히 나 역시 나의 별자리 여행을 떠나기 전에 온 마음을 다해 미래를 다듬어 보려고 해. 너의 존재는 아마도 나를 더욱 의미 있는 사람이 되고 싶도록 만드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모든 것이 너로 인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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