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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리 Jul 12. 2023

허전한 주말을 맞이하며

시간의 공허함을 꾹꾹 담아내기로



"생각해 보니 너는 오래도록 연애를 쉰 적이 없는 것 같아."


정말이지 그랬다. 스무 살 늦은 무렵에 시작한 내 첫 연애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쉴 틈 없이 달려왔음이 분명했다. 그 안에서 나는 때로는 친구처럼 편안한 관계에서의 연애도 해 보고,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그의 인생에 뛰어드는 사랑도 해 보았던 것 같다. 한 편으로는 머리로는 안 된다고 외치지만 마음이 가는 그런 연애도 해 보았지만 말이다.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았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모든 조각이 모여 비로소 '나'라는 사람의 연애관을 만든 게 아닐까 싶다. 이제는 모든 것들을 품어 가는 대신 시시콜콜했던 연애는 넣어두고 남은 자리에 묵직하게 깊은 흔적을 보이는 연애만 가져가기로 한다. A와 헤어지고 쉽게 잊힐 것이라 생각했던 불안감은 그만 내 잠을 앗아가는 요인 되어 버렸다. 마치 파도에 휩쓸려 밀려드는 모래알처럼 마음 한 곳이 비워지고 있는 느낌에 쉽사리 깊은 잠에 들지 못했고 힘들게 잠에 들어도 작은 소리에 금방 눈을 뜨곤 했다. 새롭게 맞이하는 아침이면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그 시절 우리를 추억하기 일쑤였고 내가 그렇게 행한 아침의 시간은 온전히 나의 하루의 감정을 잡아먹었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울리지 않는 전화기와 온전히 혼자 감내하는 새벽을 고이 그리고 단단하게 견뎌야만 했다. 


텅 비어버린 주말 역시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좀처럼 답을 내리 어려웠다. 평일을 제외하고 7일 중 2일이라는 시간은 나를 위해 사용하는 시간이기도 했지만 내가 행복하기 위해 연인, 가족,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어야만 했다. 그래서 남자친구와 더불어 가족과 함께 갖는 식사 자리가 많아졌고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하고 돌아오는 저녁이면 꼭 강아지와 산책하는 일로 마무리하고 싶었다. 







'사랑'이 후회만 남았노라 말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그 시간을 혹은 여느 때처럼 돌아가는 시간을 사랑하는 누군가와 소중하게 보내는 법을 깨우쳤기 때문이었다. 연인과 둘이서 손을 꼭 붙잡고 여행 가는 길은 그것만으로도 평일에 대한 위안이 되었고, 눈동자 안에 서로를 담으며 맛있는 음식을 먹고 차분하게 온전히 숲을 걷노라면 애틋하고 따뜻한 감정이 뭉게구름처럼 피어올라 눈물이 고일만큼 벅차오르기까지 했다. 힘든 일상을 뒤로하고 둘이 떠난 여행에선 이런 감정을 더욱 자주 느끼곤 했는데 특히나 깊은 산골에 들어가 하늘을 우러러 나란히 수놓아진 별들을 바라보며 오롯하게 맞이하는 새벽은 내게 있어 새로운 시간의 의미를 정의하는 듯했다.





새롭게 맞이하는 시간 속에서 내가 정의한 시간의 의미를 덜어내고 조금은 다른 의미를 부여해 빈 바리를 채워나가기로 했다.  여타 이별의 과정에 있어 그러하듯이 필수적으로 나 스스로가 변해야 하는 부분이 존재했다. 그리고 오롯하게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을 믿어야 했다. 그렇게 나는 우주의 둘레를 여행하며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점을 찍어보기로 한다. 요즘의 나는 운동에 집중해 보는 시간을 늘려가고 있으며 새로운 언어를 시작하기도 했다. 그리고 잠시 놓고 있었던 글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시골에 가면 할머니께서는 늘 작은 밥그릇이 넘칠 만큼 꾹꾹 눌러 담아 우뚝 솟은 고봉밥을 내어주시곤 하셨다. 이제는 내가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꾹꾹 눌러 담아 빈자리를 채워보기로 한다. 누군가 나를 위해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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