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보다 거리유지
연애에 있어 열정적이었던 나에게도 누군가와 함께 하길 반환하고 주말을 온전히 혼자 보내고 싶어 하는 순간이 찾아왔다. 오랜만에 느끼는 감정이라 참으로 어색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색다른 기분이었다. 나는 주말이 무척 소중한 사람인지라 약속을 잡을 땐 저울 대상을 올려다 두고 중량의 가치를 매기곤 하는데 이번에는 혼자 보내는 편이 훨씬 효율적일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외로움은 무척 단편적이고 순간적인 감정이라 워낙 빠르게 채워지기도 하고 자주 찾아오는 감정이라고 한다.
따라서 순간적인 외로움만을 좇다 보면 많은 후회가 생성되곤 하는 이유 역시 이러한 연유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싶다. 그만큼 간절하지만 그만큼 빠르게 충족되니 말이다. 난 더 이상 이별 후 느끼는 공허함과 외로움을 피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뱉어내던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피하지 않고 대면하니 생각보다 겨뤄볼 만 해 굳이 악을 쓰고 회피하지 않는 편이 낫겠다는 결론이 성립되었다.
내가 이러한 감정을 오롯하게 대면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 몇 가지가 있는데 이렇게 노트북 앞에 앉아 사색에 잠겨 글을 쓰는 것이 첫 번째 방안이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무작정 운동을 가 고중량의 무게를 치거나 숨 가쁘게 속도를 높여 달리는 것이다. 딱 이 두 가지만 있어도 생각보다 외로움이라는 감정은 빠르게 사라졌다. 물론 불쑥 다시 고개를 내밀곤 하지만 어쨌든 겨뤄보고 있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방대한 발전인 것처럼 느껴졌다.
문득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본 영상이 있는데 여느 사람들이 말하는 30대의 연애가 20대보다 힘들고 어렵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주변 시선이나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주변에서는 이미 지인들의 결혼소식이 들려오고 집 안에서 조차 눈치를 받게 되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마음이 촉박해진다는 것이다. 정신과 의사들은 말한다. 결혼에 있어 중요한 것은 시기가 아니고 상대임을. 그리하여 지금 조급해하기보다는 자신만의 기준과 잣대를 세워두길 바란다고 조언한다. 이러한 방법을 실현하고 구현해 내리란 나에게 있어 결코 쉽지 않을 것임을 안다. 그러나 당장에 조급함을 30%는 덜어내 보기로 한다.
이별 후 우연히 연락이 이어진 몇몇 상대들과 연락을 취해보면서 생각보다 빠르게 마음이 정돈될 수 있다는 점도 알게 되었지만 어딘가 모르게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은 쉽사리 채워지지 않을 것임 역시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한 발자국만 뒤로 물러나기로 했다. 코 앞에서 내 얼굴을 마주하면 눈앞에 도래한 커다란 글자처럼 시야가 흐릿해져 표정이나 감정을 세세하게 읽어내기 어려우니 딱 한 발자국만 물러나보기로 했다. 너무 가까이에 있는 글자는 오히려 상이 정상적으로 맺히지 않아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 것처럼 내가 나를 사랑하고 직시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함을 이제는 안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딱 한 발자국만 나와 떨어져 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