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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산적 Aug 12. 2022

글을 쓰기로 한 이유

남이 주는 인정과 위로가 정말 고맙고 그 마음 하나하나가 참 예뻤다.

그런데도 그것들이 나를 일으켜 세우지 못했다. 스스로에게 주는 인정과 위로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여러 도전에 실패하고 나를 지켜봐 주는 이들을 실망케 하는 과정이 반복되자 나는 나를 나무랐다. 참 보잘것없다고. 그런데 내 속에 내가 아니란다. 나는 정말 특별하다고 지나온 나의 이야기들을 다시 곱씹어 보라고 말한다. 


스스로에게 아주 엄격한 기준을 강요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낙관적이며 관대한 경우가 더 많았다. 그럼에도 왜 나는 나를 인정하지 못하고 힘든 나에게 위로를 전하지 못하고 있는지 그 원인에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나도 나를 잘 모르는데 뭘...”

“나도 나를 믿을 수가 없어...”


꽤 오랜 시간 입에 달고 살아가고 있는 말이다. 스스로 나 자신을 신뢰할 수 없다고 남들에게 떠벌리는 나의 저의는 무엇일까? 오랜 시간 나는 내가 가진 생각을 온전히 들여다보지 않았으며 나의 관념으로 그 생각이 결론으로 나아가는 일을 회피했던 것 같다. 나는 내가 게으른 사람이라는 사실에 항상 아쉬움을 가졌다. 그런데 이 사실이 육체적 게으름을 넘어 사고의 나태함으로 이어져 내가 나를 신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두려움이 내 마음에 찾아왔다.


여러 경험 속에서도 나는 왜 결론이나 기준을 갖지 못했는지에 대해 고민해보았다. 생각의 전개라는 이 복잡한 과정을 머릿속에서만 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수학을 참 어려워했다. 지금도 숫자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진다. 그 복잡한 수식보다 어쩌면 훨씬 더 깊은 고민이 필요했던 일을 머릿속에서만 해오다 결론에 닿지 못하는 일을 반복한 것이다. 간단한 산수조차 암산할 때 애먹는 나이기에 생각의 전개를 통해 나만의 결론에 닿으려면 그것들을 머리 밖으로 끄집어내 직접 눈으로 보며 확인하고 사고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정의하지 못한 수많은 문제와 상황들에 내가 기댈 수 있는 명확한 결론이 없어 나는 중심이 부재한 사람이란 사실에 오랜 시간 흔들렸고 그렇기에 나도 나 자신을 모르겠다는 말을 습관처럼 내뱉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다양한 생각을 들으며 다채로운 경험을 쌓는 일은 많이 해왔다. 내 속에는 정리되지 않은 다양한 논쟁의 의견들과 경험을 통해 새겨진 감정들이 널브러져 있다. 이제는 이것들을 정리하고 제대로 쌓아 올려 나 자신을 한번 믿어보자는 마음을 품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머릿속으로만 하는 사고로는 이 바람을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렇기에 글을 쓰며 그때에 나와 다시 마주하고 맺지 못한 결론과 세우지 못한 기준을 명확히 하려 한다. 




깊은 고민의 과정을 통해 내린 결론을 많이 보유한 사람이 되고 싶다. 그 결론이 틀려도 좋다. 나의 결론을 수정하는 일이 발생할 때 나는 다시 해당 문제를 직면하게 될 것이고 나의 생각 전개 과정의 빈틈을 메울 것이며 이는 나를 더욱 괜찮은 사람이 되도록 해줄 테니 말이다. 사람이 사고하여 내린 결론, 즉 각자가 가진 생각은 결국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를 보여준다. 물론 생각의 전개 과정에 빈약함이 있음에도 결론의 목소리를 힘주어 내는 이들도 있다. 나는 또 그런 사람이 되기는 싫은가 보다. 내가 납득하고 설명할 수 있는 결론에 도달하고 싶다. 


글을 쓰는 일이 오늘 내가 하게 된 이 결심을 이루고 과거에 나와 다시 마주하여 그때를 지나온 내가 가진 특별함을 인정하고 또 그것으로 스스로 위로를 전하는 데 도움이 되길 소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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