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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NA Feb 02. 2023

인사 잘-하시네! 1

고개 숙이면 느껴지는 패배감?



 어렸을 적 외할머니 손에서 자란 나는 동네 어르신들께 인사하는 걸 정말 좋아했다.


 하교 시간이면 공원, 누구 집 대문 앞, 단지 입구에 마실 나온 할머니들이 삼삼오오 모여 계셨는데, 핵인싸 우리 할머니는 두말할 것 없이 항상(여름에는 저녁때까지 이어져서 모시러 갈 정도) 거기 계셨다.


 그곳은 꼭 거쳐야 하는 관문 같은 거였다. 어릴 땐 낯가림이 매우 심해 이목이 집중되면 죄지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학교 잘 다녀왔냐는 안부 인사조차 추궁으로 느껴져 ‘정말 잘 다녀온 것이 맞는가?’ 복기하며 팩트 체크 할 지경이었다.


 중년의 나이로 할머니 소리를 들었던 '그 시절 어르신들'은 아우라가 상당하셨다. 응팔 엄마들 느낌.




 좋아하게 된 계기는 사춘기 이후 무렵, 자아가 성립될 고등학생 때였다.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십 년 넘도록 오간 하굣길, 어김없이 수다 삼매경에 빠진 할머니들을 만났다. 매번처럼 찾아가 인사 올린 후 돌아서는데, 그날따라 내 이야기가 유독 크게 들렸다.


아이구, 예쁜 강아지. 이 집 손녀는 인사를 참 잘해, 손녀 잘 키웠어. 어쩜 저렇게 야무지고. 그냥 홱 가는 법이 없어, 교복도 예쁘게 입구 말이야. 어쩌 저쩌.


 공원을 쩌렁쩌렁 채운 칭찬은 상당히 격양된 톤이었다. 랩 같은 프리스타일 칭찬. 대충 들으면 타박 같지만 구구절절 예뻐 죽겠다는 투.


 걸음이 가벼웠다. 집으로 단숨에 뛰어가 엄마에게 이야기했다.

 이야기를 듣던 엄마는 다정한 칭찬과 함께 그간 우리 할머니가 나로 인해 얼마나 의기양양했는지, 얼마나 기특해하셨는지를 본인 자랑처럼 늘어놨다.




 아예 몰랐다면 거짓말이다. 인사 올릴 때마다 우리 할머니가 뿌듯한 표정을 지으셨던 걸 안다.

 격양된 칭찬들도 내가 인사한 날만큼 받아온 것이었다. 그저 어렸을 땐 귀담지 않았다가, 머리 조금 큰 후에나 들렸을 뿐, 여태 해 온 일이 어떤 의미인지 와닿았을 뿐.



 그날을 기점으로 자존감이 상승했다.

 인사 = 즐겁다! 재미있다! 마음이 풍요롭다!

 나는 우리 집의 자랑거리 막내 손녀다. 인사하기를 좋아하는 예의범절 킹이다. 인사를 나누면 모두가 행복하다. 고로, 나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행복해진다!




 


 튜토리얼 같은 선행을 마친 어린이는 인사와 인정을 최우선의 교양으로 여기는 사회 구성원이 되었다.

 할미넴 어른들과 몇 년간 주기적으로 담소 나누다 보니 너스레도 기본값이 되었다. 흔히 말하는 '할머니 손에서 자란 애'의 특징이 갖춰지게 된 것이다.




 따지고 보면 '인사'보다 '인사말'에 가깝다. 그리 단순하고 관용적인 게 삶을 윤택하게 만든다. 돈도 안 들고, 피해를 끼치지도 않는다. 안 할 이유가 전혀 없지 않은가.


 그래서 인사 못하는 부류에게 선입견을 갖는 편이다. 행위 자체가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이 내포되어있기에 안 하는 사람, 가려서 하는 사람, 대충 하는 사람을 꺼린다.

 단순히 ‘예의 없음’ 개념이 아니고, 계산적 행동과 ‘무시’를 동일하게 여기는 탓에 미운 거다.




  발전이 발전되는 시점에도 명확하게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이다. 정을 나누고, 인사를 주고받는 것. 측근들을 통해 여실히 깨달은 점은, 인사 잘하는 사람은 이지가 풍긴다.


  그런 사람들은 어느 곳에서나 상황과 관계에 맞는 애티튜드를 가진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언행으로 '좋은 인사'를 건네는 지성. 본인 마음가짐에 관대하지 않고, 역지사지가 되는 사람들이다.


 기분 안 좋아서 생략하고, 싫으면 못 들은 척하고, 아랫사람에게 먼저 손 내밀지 않는 좀스러움과 정반대에 있다.






 최고의 교사는 반면교사라고, 유난히 '저렇게 살지 말아야겠다‘ 싶은 언행을 직접 겪어야 가치관이 형성되는 편이다.


 이런 나에게 태산같이 굳건한 올바름으로 인품 함양에 영향을 준 사람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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