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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NA Jul 15. 2023

풋살? 그런 운동을 왜 해요? 1

풋살을 시작하게 된 이유


  필라테스, 테니스, 크로스핏, 수영, 클라이밍, 골프, 러닝 등등. 현재는 특정 종목이 아닌 '스포츠' 자체에 붐이 일어났대도 과언이 아니다. 주변 친구들만 봐도 그렇다. 겹치는 종목도 없을뿐더러 한 운동만 하는 애가 없다. 어떤 자리든 만나는 모임마다 태릉선수촌을 연상케 한다.



  나는 풋살을 하고 있다. 처음 시작한 건 21년도 5월이었다. 알고 지냈던 지인 중 하나가 간만에 연락해 같이 풋살 해 볼 생각 없느냐 물었다.

 풋살이 뭐더라. 초등학교 때 같은 반 남자애들이 풋살 대회 간다며 설명해 준 게 떠올랐다. 아, 절대 싫어요. 뛰는 거 질색입니다.



  그 무렵은 나를 둘러싼 기운 자체가 참 희한했다. 풋살장에 초대한 지인 외에도 오래 알고 지내던 지인들이 연락을 해 왔다. 놀라웠던 건 그들 중 과반수가 이미 풋살을 하고 있다는 거였다.


  세상이 나를 기만하고 있는 것 같았다. 여자 축구가 이렇게 흔하고 대중적인 운동이던가?




  그렇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찾아간 풋살장은 살며 본 적 없는 광경의 연속이었다.


  주말이란 모름지기 술 잔뜩 퍼마시고 골골 앓는 날인데. 이곳에 모인 팀원들의 활력은 실내 구장을 박박 찢어 놓을 기세였다. 서로 끝없이 격려하며 연신 파이팅을 외쳤다. 골을 넣으면 모두 달려가 끌어안고 환호했다.


  밖에는 장대비가 쏟아졌으나 비를 피한 사람들은 본인이 흘린 땀으로 푹 젖어갔다. 아름다웠다. 그 모습에 반하지 않기가 힘들었다.



  그런 멋진 삶에 편승하고 싶어 황새 쫓는 뱁새마냥 가랑이 찢어지도록 연습했다. 당시 코로나 때문에 집합 금지 명령이 내려졌던 터라 한 달이면 끝날 입단을 나만 6개월이나(입단 이후로도 다시 집합 금지 명령이 내려와서 실제로 운동을 한 건 일 년밖에 안 될 듯) 걸렸다.



  그날부터 새 인생이 펼쳐질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고, 실제로 일상이 크게 변화했다.

 헤어스타일 망가지는 게 싫어서 한여름엔 외출도 삼가던 내가, 이제는 물따귀 맞은 생쥐 몰골로 곧잘 히히 웃으며 브이-하고 사진도 찍게 됐다.


  태어나 처음으로 골절 진단도 받아 보고, 발목 염증도 얻었다. 비가 오면 무릎이 시리다. 코가 하도 타서 화장품도 흡수가 안 된다. 깨벗고 보면 팔다리에 진한 경계선도 생겼다. 술 먹고 넘어져서 깨부순 상처 대신 공에 맞아 얼룩덜룩한 멍자욱이 늘었다.



 그 외에도 많은 게 달라졌다.


 못지않게 꾸준히 운동을 해 온 편이다. 진심으로 즐긴 것도 있으나 더러는 다이어트가 주목적이었다. 타고나길 워낙 발달된 하체 덕분에 '니 다리 축구 선수~'같은 맥락 없는 놀림(이제 보니 극찬)을 흔히 들어왔다. 자존감을 깎아먹는 유일한 콤플렉스였다.


 허벅지 악령이 사라진 계기는 염원하던 '여리여리한 몸'을 얻어서가 아니다. 환경이 변화하니 내가 가진 것에 대해 칭찬해 주고,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생기게 된 것. 단순히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는 ‘사람들’을 얻은 것이다.


 실제로 골격 진단을 받아 보니 '스트레이트 체형의 교과서'라고 했다. 워낙 통이 크고 뼈가 굵어 다칠 일이 적을뿐더러, 발등 고가 높고, 상당히 유연해 삐끗할 일이 적다더라. 몸싸움이 불리한 조건도 아니다.

 평생의 놀림거리에서 한순간 멋진 몸이 된 건 가치관의 변화 덕분이었다. 나는 풋살을 즐기기에 타고난 몸이다.


 더군다나 아마추어라지만 경기를 뛰면 선수 아닌가? 내 다리는 이제 진짜 축구 선수 다리다. 되레 그들의 선구안을 몰라본 내 죄가 크다.



 가장 큰 변화는 성취감이다. 본래 운동을 취미로 두었을 때의 장점이 성취함에서 오는 자존감 향상이라고 한다. 하지만 팀 운동일 때에는 성취의 폭이 더욱 넓고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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