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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리터리맘 Jan 25. 2021

화장을 한다는 것

(외모보다는 인상을 가꾸자)

매일 아침 나는 화장을 한다. 40년을 살면서 대학시절 화장을 하기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화장을 하지 않고

외출을 한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여기서 외출의 의미는 단순한 쇼핑이나 산책이 아닌 공식적인 타인과의

약속이나 직장생활 등을 위해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나에게  ‘화장을 한다’는 것은 복합적인 의미가 담겨있다. 물론 누구나 예측 가능한 가장 큰 이유는 나의 맨

얼굴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자신이 없고,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이다. 어렸을 때도 외모에 자신이 없었던

나는 예쁘장한 외모의 친구들이 항상 부러웠다. 지금은 쌍꺼풀 수술로 조금 커진 눈매로 봐줄 만한 정도이지만 예전에는 작은 눈으로 인해 오뚝한 콧날과 야무진 입술조차도 빛을 발하지 못하고 그저 조금 모자란 외모로 인상 지어지는 것이 억울했었다. 이렇게 외모에 대한 자존감이 낮은 나는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한 수단이 되어주는 화장이 참 고마운 존재였다.


오늘 아침에도 어김없이 20분이라는 시간을 화장하는데 투자한 후 출근을 하면서 맨 얼굴로 출근하는 여성을 보면서 ‘나도 외모를 꾸미지 않고도 당당하게 다른 사람들과 마주할 수 있는 자존감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외모를 치장하고 명품 가방을 사서 들고 다니려는 사람들의 내면에는 열등감이 자리 잡고 있다. 남들과 비교하고 비슷해지기 위해 성형을 하고, 한 달 월급 정도를 투자해야 살 수 있는 루이뷔통이나 프라다 등 백화점 고가 브랜드 가방을 가지기 위해 집착한다. 나도 경제적인 형편이 되지 않아 시도를 못했을 뿐이지 쌍꺼풀 수술뿐 아니라 더한 성형도 하고 싶고, 명품가방도 갖고 싶은 게 사실이다.


그런데 말이다. 시간이 지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변하고 있다. 예전만큼 나의 외모가 부끄럽지 않다. 아니 외모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누구에겐가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남자들이 젊을 때는 외모를 보고 여성에게 호감을 얻지만 40대 이후가 되면 커리어를 더 본다는 것이다. 즉 어디에서 어떤 직급으로 무슨 일을 하는지, 얼마나 전문성 있게 열정적으로 일하는지를 보고 호감을 갖는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신뢰성이 있는 말인 것 같다. 우리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 잘 보여야 하는 그런 나이가 아니고, 매일 일터에서 만나는 동료를 외모를 판단하면서 대하지는 않으니 말이다. 그러니 외형적인 모습에 너무 큰 의미를 두고 억지로 변형시키려 노력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내게 소중한 모든 사람들은 이미 나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익숙해져 있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고 있으니 말이다. 


앞으로는 외모보다는 인상을 가꾸는 노력을 해보면 어떨까. 인상은 외모보다는 큰 의미의 나의 이미지이다. 인상에 외모가 차지하는 부분도 있지만 그보다 말투와 표정, 내면의 가치, 라이프스타일 등이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아우러져 나만의 색깔과 느낌, 향기가 생기는 것이리라.


지금 나는 어떤 색깔의 사람일까, 직업상 잦은 이동을 하면서 새로운 곳에 갈 때마다 ‘과연 내 인상이 어떻게 보일까’를 고민하게 된다. 내가 원하는 것은 ‘사람 좋은 똑똑한 리더’인데 이번에도 내가 오기 전부터 이곳 사람들은 ‘인상 보니 장난 아닌 것 같다.’며 긴장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내 얼굴에 나의 힘들었던 시간들이 묻어나고 있는 걸까? 내가 봐도 난 웃지 않으면 화나거나 슬퍼 보이는 모습이 비치는 것 같다.


과거는 어찌할 수 없으니 지금부터라도 내가 바라는 나의 인상을 만들기 위해 나의 인생사를 다시 써보려 한다. 현재 평균수명을 기준으로 봐도 내가 살아온 만큼 앞으로 더 살아가야 한다. 그렇다면 내가 원하는 나를 만들기에 충분하지 않겠는가? 지금의 내 모습에 책임지고, 앞으로의 모습을 설계하는 삶을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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