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꼬박 새우면 알게 되는 것
시간의 상대적임과 밤의 위대함
밤을 꼬박 새워 본일이 있나요? 젊고 혈기왕성하던 시절에 흥에 겨워 놀면서 아침이 오는 줄 모르던 밤샘을 제외하고서 말이에요. 제 기억에 저의 밤샘의 시작은 중학교 시절
미리미리 공부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보니 시험을 앞두고 '벼락치기 공부'를 하느라 밤을 새워보았던 것 같고,
간호대학을 나와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면서 '3교대 중 나이트' 근무가 돌아오면 낮과 밤이 바뀐 생활을 해야 했어요. 그 당시 일주일 정도 나이트 근무를 하고 집에 가기 위해 길을 걸으면서 가수면 상태가 되는 신기한 경험을 했어요.
게다가 정신이 몽롱하고 체온조절이 되지 않아 몸에서는 알 수 없는 미열이 올라오는 것도 같고 말이죠. 여하튼 계속 정신이 맑지 않은 느낌이 들어 유쾌하지 않았아요.
그때 알았습니다. 사람은 자고로 '남들 잘 때 자고 남들 놀 때 놀아야 한다. 낮에 자는 잠은 잠이 아니다, 이렇게 계속 낮밤을 바뀐 채로 살다가는 큰일이 날 것 같다.'는 것을
그때 이후로 저는 밤에 일하시는 분들을 뵈면 안타깝고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어요.
그런 제가 군에 들어와 생활하면서 당직근무를 하며 또 밤을 새워 일을 하게 되었어요. 무슨 일을 하는지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밤새 할 일도 많고 확인해야 할 것도 많고, 긴장을 늦추면 안 되기 때문에 상당한 에너지 소모가 생긴답니다. 철야 훈련을 할 때는 또 다른 경험을 하게 되죠
밤에 잠을 자지 않고 눈을 뜨고 있으면
밤의 위대함과 두려움을 알게 되고
무엇보다 잠을 잘 때는 못 느꼈던 시간의 길고 짧음의 아이러니를 깨닫게 되죠.
밤을 새워 일도 하고 놀기도 하면서 그냥 지나쳐서 모를법한 시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시간의 상대적임을요.
제 나이 마흔다섯, 인생의 절반을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나이가 되면서 세상이 다르게 보이는 것들이 있네요.
인생의 초반부 시간은 천천히 가고,
중반부를 접어들면서 조금 빨라지고
후반부가 되면 가속도가 붙어 쏜살같이 간다는 말이
실감이 되고 있어요.
저보다 인생 선배들께서 이 글을 보시면 웃으실 수도 있겠다 싶지만 확실히 제 인생의 변화가 오고 있어요. 단순히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것은 아닌 것 같고, 이건 분명 제가 인생의 전환점을 맞고 있다는 증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시간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것이 살아가면서 모든 사람이 때 되면 찾아오는 인생의 교훈은 아니니까요.
이제라도 알게 된 이 소중한 시간을 어떻게 살아갈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 같아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을 과연 나는 무얼 하면서 살아가면 좋을까요.
이건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기본적인 생활과는 다른 문제인 것 같아요. 직장은 어쩌면 인간의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활동이니까요.
그것보다 겉으로 보이지 않는 제 인생의 내면을 무엇으로 채워나갈 것인가 하는 뭐 그런 거 있잖아요. 브런치를 통해
제 보잘것 없는 글을 봐주시고 일면식도 없는 저라는 사람을 응원해주시는 여러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도 꼭 드리고 싶었어요.
저도 이제 하루하루를 사는 것이 아니라 긴 인생을 계획하고 시간이 주는 축복을 누리면서 살아가려고 합니다.
여러분도 절대 뒤로 돌아가지 않을 이 시간을 멋지게 살아가시길 바래요. 그 길에 저도 글로써 응원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