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하게 꿈꾸면 현실이 된다
(글쓰기가 선물해준 제2의 인생)
몇 개월 전쯤 한참 힘든 시기에 시작한 투박한 나의 글쓰기가 멋진 표지 속 작품이 되었다. 나의 카카오톡 이름이 R=VD이다. 생생하게 꿈꾸면 현실이 된다는 마법의 공식이다.
지휘관 생활을 하면서도 나의 부하들과 나누는 대화의 주제가 이것과 일맥상통한다. 군사교육을 제외하고는 꿈과 비전, 목표, 열정, 집념 등에 대해 자주 얘기하는 편이다. 예전과 달리 개인정비 시간과 핸드폰 사용이 가능한 요즘은 마음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그래서 이 곳에서 무엇인가를 이루어내자고 독려한다.
나 또한 마찬가지이다. 20년 남짓 이곳 생활 간 처음으로 자녀들과 떨어져 생활하고 있는 요즘 나에게 예전에 없던 저녁시간과 주말이 생겼다. 자녀를 돌봐주며 황혼의 시간을 보내고 계시는 어머니를 생각하면 한 순간도 그냥 시간을 흘러 보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나는 넋 놓고 앉아 텔레비전을 보거나 낮잠을 자는 일은 거의 없다. 무엇이던 생산적이거나 발전적인 것을 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지난 1년 동안 자격증 3개를 획득했고, 학창 시절 그렇게도 싫었던 역사공부도 찾아서 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예상치 못했던 어려운 일을 겪으면서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나의 에너지가 바닥을 드러내었다. 팔, 다리를 축 늘어뜨린 채로 넋 놓고 있는 시간이 늘어났고, 스트레스로 폭식까지 하면서 여기저기 몸도 아프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유방에 혹이 생겨 조직검사를 하기도 했다. 그렇게 3개월쯤 흘렀을까? 너무나 무료하고 정신이 피폐해져 나의 정신이 바닥을 쳤다 싶었을 때쯤 스스로 회복해 보려는 노력을 시작했다. 동기부여를 다룬 책을 읽고, 자기 계발 동영상을 수없이 시청했다. 10여 년 전 심리상담학 석사 공부를 하던 시절 알게 된 명상도 해보았다.
그렇게 조금씩 정신을 차리면서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시작은 분명히 헝클어진 인생을 정리하고자 함이었는데, 내 의지가 마법의 주문이 되었을까. 우연히 예전에 알게 된 지인과 연락이 닿으면서 전자책 쓰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책 쓰기의 시작은 대부분 자서전 형식의 경험담이라고 했다. 나와 함께 책 쓰기를 시작한 다른 사람들은 오래 준비를 해서인지 나름대로의 테마가 있었다.
하지만 나는 군 생활 외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20년 남짓한 내 군 생활을 회고하게 되었다. 물론 과거에도 여러 번 나이가 들면 나의 자서전을 쓰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 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 물론 책 쓰기 도중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있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말할 때는 무용담 같이 잘 얘기했었는데 막상 쓰려고 하니 잘난것도 내세울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기를 수없이 반복하다 마침내 마침표를 찍었다. 아직도 탈고의 그 날을 잊을 수 없다. 아마 평생 글쓰기를 하려는 나의 의지가 실현될지 모르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첫 작품 탈고의 순간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잊을 수 없는 또 한 가지 이유는 다시 읽어보니 너무나 부끄럽기 때문이다. 이유를 막론하고 나는 글쓰기를 통해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이했다. 물론 코로나 19라는 초유의 상황이 나의 글쓰기에 대한 집념을 더욱 가속화시켰다고 과언이 아니다. 아이들을 보기 위해 휴가를 내어 집도 갈 수도 없었고, 집 밖으로 나가지를 못했기 때문이다. 군은 지난 1년간 봉쇄령이 내려진 채 지냈고, 지금도 그 명령은 유효하다.
외부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나는 내 속의 변화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렇게 세상에 나온 나의 첫 작품이 내게 주는 의미는 상상 이상일 수밖에 없다. 세상에 고개를 든 나의 이야기가 단 한 사람만에 게라도 위로가 되고 희망의 증거가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다. 그렇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 같다. 그런데.. 볼 수록 부끄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래도 많이 많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