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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리터리맘 Feb 08. 2021

왜 나만 힘들지 라는 생각이 들면

평범한 나의 삶에 대한 감사

임관 후 각자의 보직을 찾아 전국으로 흩어졌던 동기들을 10년이 훌쩍 넘어서야 다시 만날 수 있는 계기가 생겼다. 세상 누구도 세월을 거스를 수는 없다는 것을 증명이나 하듯 어렴풋이 보이는 옛 모습보다 어찌 살아왔을까를 유추할 수 있는 얼굴들을 하고 있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시간 동안 대다수는 일반적인 사회의 통념대로 결혼을 하고 자녀를 양육하며 정신없이 살아가고 있었다.


물론 그중 일부 군과 결혼을 했다며 오로지 군 생활만 하고 있는 동기도 있었다. 누가 잘한 것인지, 누가 더 잘 살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는 없겠지만 모두들 구구절절한 사연은 하나씩 안고 살아가고 있었다. 누군가는 자신의 스토리를 읊어대고 누군가는 들으면서 ‘부럽다. 고생 많았다. 어휴 다행이다’ 등 감탄사를 연발하며 수다를 떨었던 기억이 있다.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는 자만이 줄 수 있는 위로였다. 다른 형태로 살아가는 사람은 절대 알 수 없는 희로애락을 공감하며 버텨오고 있던 우리에게는 서로가 곧 위로이자 희망이었다. 이후 20년이 다 되어 갈 때쯤 동기와 함께 근무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는 동기와의 생활을 만끽하던 중 동기로부터 놀라운 얘기를 들었다.

대다수 동기들이 내가 환상의 스토리를 만들어가고 있는 인생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동기 중 선두를 달려왔다는 전제를 두고 집안 배경이 좋은 남자에게 시집을 가서 시댁에서 애기들을 전담해서 키워주면서 일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소위 말해 팔자 좋은 여자가 되어있었다.  

불안하고 모자란 내 인생이 남들에게 들킬까 봐 항상 웃는 얼굴을 하려 노력한 탓에 금수저 인생 스토리의 주인공이 되어 있었다. 정말 현실과 정반대의 스토리였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지금껏 감춰왔던 나의 힘든 인생에 대해 동기에게 하소연을 했다. 어쩌면 살면서 처음으로 나 삶을 있는 그대로 누군가에게 말했던 것 같다. 물론 다 말하지 못한 것도 있다. 내 자신이 너무 불쌍하게 느껴져서..



대다수 여군들은 부대 생활 간 힘들다는 얘기를 잘하지 않는다. 누가 듣는다 해도 이해하지도 못할 것이고

굳이 해서 위로를 받을 것 같지도 않고, 그런다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흠잡힐 것 같은 두려움에 자신의 힘듦을 이야기의 주제로 삼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벙어리처럼 입 닫고 나만 힘든 건 아닐 거야 라며 스스로를 위로하며 살아온 시간이 자그마치 20년이었다.  결혼 전에는 쉽지 않은 군 생활에 적응하기 위한 몸부림이었고, 결혼 후 10여 년간은 평범하지 않은, 아니 사실은 너무나 독특한 시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힘들었던 일,

남편의 일확천금을 바라는 허황된 꿈 때문에 시작부터 많은 빚을 지게 되었고, 다자녀를 교육시키기에 힘겨운 환경과 무엇보다 과중한 업무와 가정생활로 무너진 나의 건강 등  힘겹고 어두운 나의 일면을 가리기 위해 항상 나는 과장된 웃음을 지으며 단정한 모습을 보이려 노력했다는 것을 고해성사하듯 쏟아내었다.


사람들은 모두 본인이 보고 느낀 대로 생각하고 판단한다고 하지 않는가. 나 이외 어느 누구도 나를 살지 않았기에 나를 오롯이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사람들은 내가 보이고 싶은 사람의 모습으로 살아가려 노력하는 것이 아닐까. 무시당하지 않으려.. 그리고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모든 사람들은 보이는 모습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고, 조금만 깊이 들어가 보면 사연 없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다.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이 너무 힘들다고 느껴지면 이렇게 스스로 위로해 보자. 스토리와 모습이 다를 뿐 모든 사람에게 주어지는 행복과 고통은  같은 양이다는 사실을 믿으며 힘을 내었으면 한다.


한 가지 더, 나를 위로할 수 있는 방법은 스스로가 찾아야 한다. 난 항상 이렇게 나를 위로한다. ‘나는 풍족하지 않고 빚도 많지만 당장 굶어 죽지 않을 만큼의 돈이 있고, 남들은 하나도 없는 자식이 여럿 있고 그 자녀들이 지극히 평범하고, 나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줄 능력은 없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실 수 있는 부모님이 계시고, 무엇보다 가족 중 한 사람도 큰 병을 앓거나 아프지 않다는 것’만으로 감사하고 감사하다.


삶의 기본이어서 당연히 생각되는 이런 것들이 문제가 생기면 어떤 것도 부질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나는 정확히 알고 있다. 평범하디 평범한 나의 삶을 감사한다. 물론 여름에 에어컨을 마음껏 작동할 수 있고, 겨울에 보일러를 빵빵하게 돌릴 수 있는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나의 삶이 화가 나고 슬플 때도 있지만 그런 돈보다 가족의 건강과

평화가 더 소중하다는 것을 알기에 오늘도 힘을 내어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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