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는 누구보다도 사람을 잘 다루어야 한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사서라는 직업에 대한 착각 중에 가장 큰 건 사람 상대 없이 조용히 일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사서는 누구보다 사람을 상대해야 하고 좋아해야 하고 사람을 잘 다루어야 한다.
도서관에서 이용자 상대와 민원 그 외에 사서가 얼마가 사람을 계속 접하고 상대하는 일인지에 대한 얘긴(할 얘기가 너무 많아 잠시 미뤄두자)
도서관에서 일하려면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일 중 너무 큰 민원인들은 우선 차치하고서라도 사람을 관리해야 하는 업무도 있다.
그건 바로 봉사자나 근로 장학생이다.
보통 공공도서관에서는 봉사자들이 오고
대학교에는 근로장학생이 있다.
근로장학생은 대학교에만 있는 그 대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로 선발되어진다.
내가 대학도서관에서 근무했을 때 근로장학생에 대해 얘기를 해 보겠다.
난 우선 공공도서관에 있을 때 봉사자들은 꽤 만나봤고 그 봉사자들에게 간단히 도울 만한 업무 지시를 한 적은 있었지만 정말 사람을 다루고 업무를 지시하고 했던 적은 대학도서관이 처음이었다.
다른 관종 도서관과는 다른 대학도서관의 차별점은 근로장학생이다.
대학도서관은 근로장학생들과 같이 일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곳이다.
시간대별로 촘촘하게 학생들이 시간표에 맞추어 저녁까지 적으면 한 명, 많으면 세명 네 명이 동시에 오고 도서관 업무를 하면서도 학생들에게 업무를 지시하고 관리하고 계속 케어해야 하는 업무가 같이 가는 것이다.
물론 그전 대학도서관에 있었을 때는 따로 근로장학생들을 관리하는 사서는 아닌 같은 팀에 계신 나이 좀 있으신 남자 선생님이 담당하셨어서 나는 학생들을 딱히 수시로 접하진 않았었는데 이 대학도서관에서는 근로장학생 관리가 업무에 포함이었다. 나는 오후-야간 업무였고 근로장학생들 시간표 짜고 직접적은 소통과 관리는 같이 일하는 주간 선생님이 했지만 나 혼자 근무하는 오후부터 야간 시간대에는 나도 마찬가지로 아이들에게 업무 지시하고 같이 관리했어야 했다.
그리고 여기서 공공도서관과 다른 업무적으로 가장 큰 장점은 근로장학생들이 간단한 보조 업무는 도와주기에 배가할 일은 없는 게 가장 큰 혜택? 장점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직전에 있던 공공도서관에서는 주말마다 어린이실 지원 나갔는데 그 도서관이 유독 이용자가 많은 도서관이었다. 하루 종일 8시간을 서서 카트로 꽉 채워진 책들이 줄줄이 들어오고 8시간 내내 꽂았는데 그때 목 허리 다 나가고 끝나면 녹초가 돼서 뻗었었다. 어린이 책 특성상 얇은 책들이 촘촘히 있어서 일반 책 보다 정말 몇 배로 힘이 든다. 정말 그때 몸이 다 망가져서 주말 하루인데 거의 막노동 수준의 업무에 다른 업무 중에 폐기 처리 업무를 하다가 허리를 다치고 그만뒀기 때문에 이곳에선 내 건강을 위해서는 배가를 하지 않는 것 자체는 정말 감사했다.
근로장학생들은 기본적으로 오면 앉아서 공부를 하거나 개인적인 일을 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필수적으로 루틴대로 돌아가는 시간 되면 반납함에 있는 책 가져오기, 신간도서 가져오기, 반납된 도서 배가하기를 하고 그 외 업무가 필요할 때마다 아이들에게 업무를 시키는 방식이다.
시험기간 외에는 기본 루틴 업무 외에 업무들을 종종 주고 특히 방학기간에는 학기 중 하기 어려운 장서 점검, 서가 이동 같은 서가에 책을 전부 꺼내고 다시 배가하고 책을 묶어서 이동하는 막노동스러운 힘든 일들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번외로 근로장학생들의 대한 에피소드를 말하자면 내가 근무했던 곳은 우리나라에 손꼽는 명문대였기 때문에 근로장학생들도 물론 명문대생인건 너무도 당연했다. 나는 살면서 이런 명문대생을 잘 만나보지 못했기에 정말 이 대학에서 근무할 때 정말 살면서 볼 명문대생들을 다 만나 본 거 같다.
하지만 이 업무를 하면서 느낀 건 아무리 명문대생이어도 열심히 하는 친구들, 뺀질거리고 요리조리 빠져나가려는 친구들이 있었기에 명문대라고 뭔가 다를 거라는 기대, 사람에 대한 기대는 그닥 소용없구나 싶었다.
특히나 단계로 말하자면 하위급으로 아주 질이 안 좋은 애들이 있는데 이 단계에 있는 아이들 중 어떤 아이는 꼬박꼬박 말대답을 하면서 아주 잘해주면 살살 기어오르는 친구, 근로 시간에 말도 없이 나가서 복도에서 친구들이랑 한 시간 내내 떠들고 오는 친구, 한 친구는 키도 크고 얼굴 반반한 남자애가 어떻게든 일 안 하려고 요리조리 빠져나가고 툭하면 나가서 한참 있다가 안 들어오고 일을 시키면 대놓고 앞에 대고 씨.. 를 하는 친구도 있었다.
(이것도 에피소드 길게 얘기하자면 별의 별일이 다 있는데 나중에 기회 되면 풀어보겠다ㅎㅎ)
그 아이들 덕분에 은근히 학생들 앞에서 너무 무르지 않고 단호해 보이려고 쓸데없는 웃음도 헤퍼 보일까 봐 나름 마인드 컨트롤도 하고 은근 쎈척 많이 했는데ㅋㅋ 그래서 약간은 그 이후 사람을 다루는 법을 배웠달까...
상대적으로 대학도서관 계약직 선생님들이 굉장히 젊어서 (학생들이랑 나이가 또래 수준) 약간 애들이
여 선생님이라고 만만하게 보는 경향도 있어서 상대적으로 늙은? 나는 나름 단단해 보이려고 더 애를 썼다.
마냥 생글생글 웃고 순둥 한 주간 선생님한테 얘네한테 단호하게 해야 한다고 맨날 충고하고 넋두리 했던 기억..ㅋㅋ
그 외 중간 단계는 그냥 멍한 아이들, 그렇게 나쁘진 않지만 그렇다고 열심히도 아닌.. 그런.. 영혼이 없는 아이들 이 정도만 해도 양반인가?
그 외 아주 소수 상급 단계로 정말 열심히 해주는 친구들이 있다. 내가 일 할 때 두 명 정도 있었는데 남자아이들이었다. 나중에 이 둘이 친해져서 괜히 성실한 친구들끼리 친해져서 관리자 입장에서 뿌듯해했다는..ㅋㅋㅋ
한 친구는 오랫동안 계속했던 친군데 참 묵묵하게 열심히 해주고 시키지 않아도 서가 둘러보며 정배열도 하고 무슨 일이든 시키면 정말 열심히 해줬던 친구, 그리고 한 친구는 서글서글 성격도 좋고 다른 근로학생들이 펑크를 내면 기꺼이 늦은 시간에도 땜빵하러도 자주 왔고 우리가 줘도 모자랄 판에 가끔 식사시간 거르고 오는 시간대에는 과자를 한통 사서 자기도 먹으면서 우리에게도 드시라며 과자를 건네기도 했다.
이 친구는 더 하고 싶지만 졸업하고 대학원 생활 때문에 어쩔 수없이 그만두게 되었는데 근로 마지막날에 그동안 감사했다며 수줍게 과자 두 봉지를 내밀었다. 난 그때 "oo학생 그동안 정말 너무 열심히해 줘서 우리가 정말 고맙게 생각하는거 알죠? 그동안 수고했어요." 라고 하니 "아니에요 제가 한 게 뭐 있다고요." 하며 웃는데 참 그 마음이 고맙고 예뻤다.
그나마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10분 전에 마감하고 정리하고 가는데 그냥 10분 먼저 빨리 가라고 재촉했다.
가끔은 그 친구가 건넨 과자 두 봉지가 생각난다.
힘들고 지치는 당시 도서관 업무 속에 꽤나 쉽지 않았던 근로장학생 관리 업무 중 가끔 생각나는 반짝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