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병은 누구에게나

by 단비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할 때 나는 사람들의 손에 시선이 간다. 정확히 말하면 혈관을 보고 있다.
-오 혈관 좋은데? 던져도 들어가겠다.
라고 생각하며 허세를 부리기도 한다. 어느 하루는 이게 뭐 하는 짓이지 싶어 억지로 눈을 창 밖으로 돌려보기도 했다.
흔들리는 버스 안 넘어지지 않으려 손잡이를 꽉 잡은 손. 힘이 들어간 손에 피가 울혈 되어 혈관이 더 도드라졌다.
-통통한 혈관, 주사 놓기 딱 좋네
또 시선이 가버렸다. 이와 비슷한 일도 있다. 친구를 만나 팔짱을 끼고 있다 보면 내 손은 자연스럽게 혈관을 찾아 톡톡 치고 있는 것이다.
나만 그런가 싶어 간호사인 친구에게 물었더니 본인도 그러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주사를 놓는 게 어렵지 않아서인지, 버스를 타지 않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남의 혈관을 쳐다보고 있진 않다.
하지만 남편의 정말 두꺼운 다리 혈관은 언제 만져도 경이롭다.
남편과 송혜교가 나오는 태양의 후예를 보다가 직업병이 도지는 일이 있었다. 전쟁터 속에서 당장 수술을 해야 한다며 수술하는 장면을 보다가 우리 부부는 경악했다.
-수술하고 패혈증으로 사망하는 거 아니야?
모든 수술에는 부작용과 같은 위험성이 따른다. 위험성보다 수술의 이점이 높다면 수술을 선택하게 되는 것인데,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의료진들의 노력은 무궁무진하다.
정말 사소한 손 씻기부터 말이다. 수술을 할 때엔 멸균 장갑을 착용한다. 그럼에도 드라마에서 수술실을 들어가는 의사의 모습을 보면 솔을 이용해 손톱 아래의 균까지 제거하기 위해 정말 열심히 씻는다.
그러곤 손을 계속 위로 향한 채 들며 씻고 마무리하는데 중력에 의해 팔꿈치 아래의 균이 다시 손으로 가지 않기 위함이다. 이를 외과적 손 씻기라고 한다.
손을 씻고 나면 손의 물기를 닦고, 수술 가운을 입고, 장갑을 착용하기까지 감염을 줄이기 위한 방법이 존재한다.
수술 시 감염의 위험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소독된 기구 사용은 물론이며, 심지어 그 기구를 꺼내고 펼치는 데에도 규칙이 있다.
가끔 환자분이 묻기도 했다.
-수술실은 너무 추워요. 따뜻하게 해 주세요.
-수술실은 균이 자라지 못하도록 낮은 온도를 유지하는 게 맞아요. 체온을 유지할 수 있도록 멸균 핫팩을 대어달라고 할게요.
간호학생 시절 마취과 실습을 했었다. 수술준비 중인 방은 지나가다가 조심한다고 했으나 나의 등이 수술을 위해 펼쳐둔 기구에 스친 것이다.
수술실 간호사는 화를 내며 오염되었다며 조심하라고 혼을 내었다. 그러곤 펼쳐둔 기구를 모두 치우고 다시 새 걸로 꺼냈다. 환자의 건강과 직결되는 일이라 아주 예민하게 반응하는 게 맞다.
인간의 몸은 때론 정말 튼튼한 거 같지만 나약하기 그지없는 것도 한순간이다.
어쨌든 이렇게 한다는 걸 아는 우리 부부는 전쟁통 속 수술 장면을 보며 놀랄 수밖에. 그래서 간호사가 된 이후에 의학드라마를 보며 그냥 모르는 척해도 되는데 거슬리는 장면들이 있어 살짝 불편하다.
그리고 머리가 아닌 몸이 반응하는 순간들도 있다.
환자를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직업병인 것이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프로이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최선을 다하고, 진심이 있었다면 직업병은 가진 우린 멋진 사람이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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