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하는 외과병동은 비교적 입퇴원이 짧다.
다른 과의 병동에선 연단 위로도 입원하기도 하니 길어야 한달인 이곳은 순환이 빠른 편이다.
입 퇴원이 많은 이곳에서도 잡음이 있다. 실은 입원 기간과 무관하게 병실도 사람이 사는 곳이라 잡음이 있는 게 당연한 듯 보인다.
질병이라는 주제로 모인 처음 보는 사람과의 합숙. 나이대도 모두 다르다. 그렇기에 대부분 서로 조심하고 배려하며 지내는 편이다.
큰 불편함이 없던 병실이 탈출하고 싶어 지는 건 한 순간이다. 맑은 물에 진흙탕 한 방울 떨어트린 것처럼 병실 분위기가 혼란스러워진다. 대게 공동생활에 대한 에티켓이 어긋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병실 내에서 밤이고 낮이고 전화통화를 시끄럽게 한다던지, 화장실에 휴지를 아무 곳에 버리거나 변기물을 안 내리고, 코골이 등 컴플레인의 요소는 아주 많다. 집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았던 개인행동들이 본의 아니게 단체 생활에서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런 경우 참다못해 퇴원해 더 편안한 집으로 가버리거나, 또 는 간호사에게 조용히 힘들다고 전해준다. 문제가 되는 당사자에게 이야기하기가 꺼려진다면 조용히 다른 병실로 바꿔주기도 하고, 간호사가 자연스럽게 당사자의 문제를 꼬집어서 개선시키기도 한다. 물론 매번 물 흐르듯한 해결이 되진 않는다.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에게는 아무리 이야기해도 나는 다 사정이 있어 어쩔 수 없다는 식이다. 그것도 당신만의 사정이지만.
그래서 담당 간호사로서 정말 죄송하게도 해결해드리지 못하는 일도 있다. 이럴 때 더 느껴지는 건 병원 일은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라는 점이다. 사람에게 너무 지칠 때면 가끔은 기계랑만 일하고 싶을 때도 있다.
때론 의료진이 타깃인 경우도 있다. 내 경험상 주로 입원기간이 길어질수록 의료진이 어떻게 일하는지 파악하고 있다가 간섭하는고 핀잔주는 걸 보았다.
비슷해 보이지만 각 케이스마다 치료 계획이 다르다. 그에 따라 처치도 달라지고 입원기간도 설정된다. 그런 걸 알리 없으니 그게 아니지, 이게 아니지, 좀 받쳐줘라 등 잔소리를 한다. 그렇다고 이 분은 이런 케이스라 당신과는 다릅니다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개인정보 유출이라 말할 수 없다. 아무리 같은 병실에서 생활하며 언니 동생 하기로 했어도 남은 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 듣고 흘려버리지만 대꾸할 수 없는 나는 잔소리가 달갑지 않다. 환자들처럼 퇴원도 못하고 이런 일로 담당을 바꿀 수도 없다.
하지만 나에겐 퇴근이 있으니 다음 듀티가 올 때까지 견뎌본다. 환자도 간호사도 탈출구가 있음에 감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