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있기 전에는 3교대 근무가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피곤하긴 하지만 오히려 좋았다. 사람 북적이지 않고 여행을 다닐 수 있으며, 때에 따라 근무 전후로 개인시간을 갖거나 친구를 만나 놀기도 여유 있었다. 그리고 가장 좋은 건 참여하고 싶지 않은 가족 행사에 근무를 핑계로 불참해도 잔소리 들을 일이 없었다.
아이가 생기면서는 3교대 근무를 할 수 없게 되었다. 맞벌이에 3교대를 하려면 육아 공백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야간전담 간호사를 선택했다. 교대 근무를 할 때에도 야간 근무 즉 나이트 근무는 나에게 안 맞지 않았다. 부족한 잠은 집에 와서 자고, 오프날 자면 됐었다. 아이가 생기니 출근 전까지 충분한 잠을 잘 수 없었다.
밤 8시 20분 출근을 위해 집에서 나간다. 내가 나가면 남편은 아이를 재우고, 내가 아침에 퇴근해서 올 때까지 아이를 케어한다. 보통 퇴근해서 집에 오면 오전 8시 전후. 그러면 손을 바꿔 남편은 출근하고, 나는 아이를 돌보기 시작한다. 집으로 다시 출근한 셈이다. 아이와 아침밥을 먹고, 어린이집 등원까지 마치면 보통 10시쯤이다. 출근과 등원으로 엉망이 된 집을 못 본척하고 일단 씻고 침대에 눕는다. 너무 피곤하지만 꼭 핸드폰은 30분 정도 멍하니 보고 있는데 정말 끊어야 할 습관 중 하나이다. 어쨌든 그렇게 잠들다 일어나 보면 12시. 그렇다. 나는 야간일을 하지만 낮에 잘 자는 편이 아니다. 어질러진 집을 정리, 청소, 빨래하고 점심을 먹고 다시 누우면 오후 2시. 잘자면 1시간가량 추가로 자고 4시까지 하원하러 간다. 이후엔 아이를 돌봐야 하니 출근시간까지는 몸을 풀로 굴린다. 나이트 근무하며 휴게시간 2시간을 포함하면 근무하는 날에는 수면시간이 대략 4~5시간 정도이다. 게다가 나는 꿈을 잘 꾸는 편이다. 고민이나, 스트레스가 있으면 머릿속에 상상하던 일들이 꿈으로 나타나 괴롭힌다. 시간은 흘러있지만 깨어있었던 것 같아 여전히 피로하다.
그렇게 밤 근무와 육아 병행을 8개월 정도 했더니 어지럽기 시작했다. 처음엔 잠깐의 현기증 정도였는데, 점차 어지러움의 횟수와 지속시간도 늘어났다. 급기야 중심을 잡지 못하고 몸이 한쪽으로 쏠려 벽에 부딪히기까지 했다. 마치 코끼리코를 돌고 난 후 몸이 한쪽으로 기우는 것처럼 말이다. 순간 내가 질병에 걸린 것일까 생각하며 무서워졌다. 그리고 잠이 들고 깨어나지 못한 채 죽은 채 발견되진 않을까 두려웠다. 남은 가족들은 어쩌나 걱정도 하기도 했다. 살고 싶다는 생각에 병원에 갔다. 단순 수면 부족이 문제일 수도 있지만, 정말 나에게 심각한 질병이 생겼을까 걱정이 앞섰다. 어지러움이 있다면 보통 전정기관인 귀를 먼저 생각하고, 그래도 아니라면 뇌와 관련된 신경과 등 고려해 볼 수 있다. 그래서 먼저 이비인후과에 갔다. 수많은 검사를 통해 이비인후과적으로는 문제가 없음이 판명 났고, 이비인후과 의사는 나의 어지러움을 고려해 부정맥 혹은 혈전으로 예상하며 큰 병원의 심장내과를 가보도록 진료의뢰서를 받았다. 그 후 심장내과에도 가보았지만 다행히 몸에 이상은 없었다.
실은 다행히 아닌 것 같기도 했다. 왜냐하면 집안의 경제 상황상 일을 그만 둘 수도, 그나마 급여가 높은 나이트 근무를 포기할 수 없다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휴게시간이 더 있는 병원으로 이직을 하며 수면시간을 늘린 덕에 지금은 어지러움이 없어졌다. 아직도 잠을 적게 잔 날에는 약간의 어지러움이 있긴 하지만 확실히 좋아졌다.
대게 간호사는 간호일만 할 줄 안다. 모든 사람이 본업에 있어서 그렇겠지만 내가 보아온 간호사들은 그랬다. 그래서 퇴사를 고민하는 선생님들이 주로 했던 말이 이거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탈임상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미용, 운동, 공무원, 자영업으로 탈임상에 성공하는 사람들이 있긴 했지만 대게 결국 간호사를 하고 있었다. 퇴사의 이유 중 하나는 너무 일이 지겨워서도, 힘들어서 혹은 사람과의 관계, 결혼, 이사, 출산 등이다. 그중 건강상의 이유로 관두는 사람도 꽤 있다. 그만큼 교대근무를 오랜 시간동안 하며 몸이 상하게 된 것이다. 교대근무는 신체의 일주기 리듬을 망가트린다. 휴식을 제대로 취하지 못하면 몸은 회복이 안된 상태가 지속된다. 간호는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라 감정적 소모가 많다. 어떤 날은 조용히 지나가지만, 자기 말만 하는 환자 혹은 보호자를 상대하다 보면 사람이 질려버릴 만큼 진절머리가 난다.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내 안으로 가지고 들어오면, 즉 스트레스 관리를 잘하지 못하면 병이 난다. 간호사는 아픈 사람을 간호하는 사람이라 아프지 않을 방법을 알고 있을 거 같지만, 몸관리를 잘할 거 같지만 결국 나도 환자의 처지를 면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경력이 나의 몇 배는 되는 수간호사는 항상 나의 건강상태를 묻는다. -나이트 너무 오래 하지 마. 몸 망가져. 우리는 몸관리가 중요해.
실제로 같이 일했던 선생님 중 중년에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 성인병 3종 중 하나는 꼭 있었다. 간호를 오래 하려면 체력관리, 몸관리를 잘해야 한다. 젊을 때에는 티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누구나 나이를 먹으면 어디든 아프기 마련이지만 몸 관리를 못해 왔다면 더 빨리 질병이 찾아오는 거 같다.
요즘도 스트레스를 받아서 잠을 덜 잔날에는 두통이 꼭 있다. 그럴 땐 피로가 카페인에 의해 가려지지 않도록 일부러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 내가 얼마나 피곤한지 인지하고, 더 잠을 자도록 노력하거나 혹은 스트레스를 줄이도록 한다. 잠이 정말 안 올 땐 다른 선생님들처럼 수면제 혹은 수면유도제, 항불안제를 먹어볼까도 생각하고 있다. 어쨌든 나에게 내가 내리는 처방은 충분한 수면이기에 나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고 있다. 아파보면 안다. 결국 가장 큰 피해자는 나이고, 가해자도 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보다 예방이 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