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인계

by 단비


신규 간호사가 들어오면 프리셉터를 붙여서 트레이닝을 시킨다. 트레이닝을 통해 혼자서 담당 환자를 돌보고 다음 근무자에게 인수인계하기까지의 과정을 가르친다. 내가 보아온 신규 간호사들은 대게 인수인계를 가장 두려워했었다. 종일 긴장하며 열심히 일했지만 인계를 통해 본인이 놓친 부분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지금은 당신의 환자이지만 인계가 끝나면 나의 환자가 되기 때문에 다음 근무자는 인계를 허투투 들을 수 없다. 그렇기에 확인할 건 해야 하고, 의문스러운 것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혹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바로 잡아야지 그런 걸 놓치다 보면 스위스 치즈처럼 구멍이 계속 생겨나 버리는 것이다. 어쨌든 신규 간호사는 지적 혹은 질문에 있어서 두려워한다. 사람에 따라 알려주듯 이야기하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한다. 구체적인 상황이나 각자의 입장이 다르니 누가 맞다 틀리다 혹은 잘했다 잘못했다라고 함부로 이야기할 수는 없다. 다만 내 경험상 잘못은 빨리 인정하고 반복하지 않는 쪽으로 움직이는 게 나에게도 뒤탈이 적었다.

한때는 신규간호사였던 나도 많이 혼나고, 울고, 관두고 싶었다. 여러 선배 간호사를 만났고 그들은 다른 사고방식으로 말한다는 걸 느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평생 막내일 거 같던 나에게도 후배가 생겼다. 예전의 나를 보는 거 같아 잘해주고 싶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알려주며, 실수해서 어쩔 줄 몰라하는 후배를 다독이기도 했다. 그렇게 또 시간이 흘러 여러 후배간호사가 생겼다. 그 간호사 중에서도 ‘내가 얘를 끌고 가야 하나?’ 생각이 들 정도로 자기 멋대로인 분도 있었다. 왜 저렇게 하는지 이해가 안돼서 화가 나기도 했다. 분명히 알려줬는데 배움 받지 못한 것처럼 일을 하기도 하고, 배운 적이 없다고 거짓말도 했다. 화를 내지 않으려 꾹 참기도 했지만 표정이나 행동에선 드러났을 것이다. 그러면서 ‘나 때는 안 그랬던 거 같은데..’하며 동기끼리 이야기한다. 그리고 예전에 가르쳤던 후배도 신규 트레이닝을 시키며 나에게 불만을 토로하며 이야기한다. ‘저때는 안 그랬는데 요즘 애들은...’

위치에 따라 생각도 행동도 달라진다. 나도 예전엔 그랬었고, 언젠간 나도 그렇게 변할 수 있다. 개구리 올챙이 적 기억 못 한다 하는 옛말처럼 말이다. 항상 오만해지지 않으려 경계해야 한다. 나한테는 너무나도 쉬운 일이 당연히 상대에겐 아직 버거울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인수인계는 상대를 설득하는 과정이다. 설득에 실패하면 따지고 드는 상대에게 이해가 될 때까지 설명해줘야 하고, 그래도 안된다면 내가 수정해야 한다. 일을 하는데에 있어서 수많은 결정이 따라오는데 그냥이 아닌, 다른 사람도 그랬으니까가 아닌 내가 하는 선택에 이유를 정확하게 말할 수만 있어도 설득은 쉬워진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환자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공부해야 한다.의료에 있어서 대충은 없다.

하루 종일 열심히 일했지만 인계 과정에서 구멍이 생긴다면 그전에 일했던 모든 게 잘못된 기분이다. 나 또한 매번 완벽하지 못하고 인계 도중 잘못된 부분이 발견되면 속상한 건 똑같다. 신규도 올드도 실수 앞에선 똑같이 작아진다. 그러니 인계 앞에서 너무 무서워하지도, 작아지지 말았으면 좋겠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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