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에게 바라는 것

by 단비


성인이 된 이후에 꽤나 독립적인 존재로 살아왔다. 결정도 결과도 내 몫이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의견을 묻기는 하나 결국 내 뜻대로 행동한다. 그렇게 내가 알아서 살아오다가 내 옆에 누군가가 있어야 하는구나 하는 필요성을 느끼는 때가 바로 병원에 간 순간이다. 외래 통원이라면 상관없지만 시술이나 수술을 하게 되었을 때 보호자의 연락처를 확인한다. 주로 혼자서 결정할 수 없는 상태 거나 고령, 미성년자인 경우이다. 그렇지만 입원 시에는 보호자에게 동의를 구하는 목적이 아니더라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모든 환자에게 보호자의 연락처를 받아둔다. 성인이며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보통 보호자로 직계 부모님을 지정하고, 결혼을 했다면 배우자를 보호자로 지정한다. 보호자로 지정할 사람을 누구로 말해야 할지 고민하는 경우도 있는데, 연락하는 가족이 없이 지내온 분들이다. 그러면 형제, 그 형제의 자식들이나 친구까지도 설정한다. 어떤 할아버지께서는 독거노인으로 지내오시다가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그분은 보호자 연락처로 가장 친하게 지내는 약사님으로 적어두기도 했었다. 어쨌든 아무리 잘난 사람도 보호자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보호자가 없다는 게 얼마나 서럽고 난감한 것인지를. 입원하며 필요한 물품도 있고, 먹고 싶은 게 있다면 보호자에게 부탁하면 된다. 간혹 보호자가 아예 찾아오지 않는 환자도 있다. 정말 마음이 아프다. 그래서 한마디라도 더 말을 건네고, 들어드리려고 한다. 딩크를 추구하는 주변 친구들이 있는데, 지금은 젊고 건강하니 당장은 문제가 없다. 간호사로서 병원에서 만나는 환자들은 대부분 고령이다. 고령이 되어 보호자가 필요한 시점에 그 친구에게 보호자가 없을 생각을 하면 걱정이 한다. 그만큼 사람은 독립적인 개체이지만 평생 독립적일 수 없다.

그렇지만 보호자라고 모두가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보호자는 아니었다. 병원 신세를 지기 전부터 환자와 가까이 지내온 보호자라면 입원 시부터 병원생활, 퇴원 시까지 모든 걸 관심가지며 함께한다. 환자에게 관심이 많다 보니 필요할 때마다 궁금한 것을 문의하고, 요청을 한다. 그러나 문제는 한번 연락을 안 하다가 주말에 딱 한번 면회 오는 보호자가 유독 의료진에게 불만을 토로한다. 저번에 추웠다는데 왜 신경을 안 써주냐, 아프다는데 약은 준 것이냐, 옷에 음식이 묻었는데 당장 바꿔줘라 등 사소한 것부터 지나간 요청사항까지 다 끌어와서 이야기한다. 그럴 땐 마치 오랜만에 나타난 불효자식이 본인의 모자란 효심을 보란 듯이 채워내려는 순간처럼 느껴진다. 실은 그래도 인상 한번 찌푸리면 될 일이라 넘겨버리고 하는데, 그렇게 한바탕 하고 지나가면 남는 거 환자이다. 환자분은 ‘이것 봐 내 자식이 날 이렇게 생각해’ 하며 의기양양한 상태로 있지 않고 오히려 주눅 든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까지 뭐라고 할 일이 아니란 걸 아는 것이다. 그리고 오랜만에 만난 자식이 너무나도 반가운데 ‘왜 그런 걸 이야길 안 해!’ 라며 본인에게 화만 내고 가버렸으니 남겨진 환자는 기분이 좋지 않다. 또 나는 그런 환자를 보고 있으면 속상하다. 그래서 자주 오든 가끔 오든 안 오든 나의 환자에게 잘 있었냐 안부를 물어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불만 사항이 있을 수 있지만 그런 건 의료진에게 이야기하고, 환자 앞에서는 마음이 편하게 만들어주는 보호자가 진짜 보호자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단어 그대로 보호해 주는 사람이 되어주길 바란다. 요즘은 전인 간호를 한다고 한들 간호사가 해줄 수 있는 영역에는 한계는 존재한다. 그러니 의지할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 환자의 회복에 도움을 주길 바란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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