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 같이 정량적인 도움이 안된다면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었다.
최근 stress reliever(스트레스 완화제)라는 단어를 배웠다. 나의 삶에 완화제가 있던가. 사람에게는 세 개의 취미가 필요하다는 글을 어디선가 봤다. 아무 생각 없이 할 수 있는 것, 몸을 쓰는 것, 감정 소모가 있는 것. 그래야 일상이 지루해져도 쉽게 빠져나갈 구멍이 생긴다는 내용이었다. 내 인생에서 숨을 틔울 공간은 몇 개가 있을까. 나중에는 과거로 불릴 이 시간에는 몇 개의 색으로 칠해질까. 나중에 다채롭게 뒤돌아 볼 수 있을까? 여러 고민이 떠오른다.
스트레스 해소법과 취미는 사람에 따라 가지각색인지라 정답이 없다. 그만큼 다양한 취미를 찾아볼 수 있다. 요즘 세상에는 유튜브에 단어만 검색해도 시작하는 법부터 전문가용 영상까지 짧고 긴 강의들을 쉽게 시청할 수 있다. 이렇게 편리한 세상이라니 2010년을 떠올리며 감탄하기도 한다. 2015년 쯤 나의 취미는 펠트 공예였다. 한 달에 5천원이던 용돈을 모아, 근처 문방구에 쌓여있는 펠트 더미를 신중히 살피며 마음에 드는 색 한 두장을 골라왔던 기억이 있다. 크리스마스 트리를 하나 만들어도 색 5개는 필요했으니 말이다. 그 때는 유튜브가 아니라 네이버 블로그나 카페에서 정보를 얻었다. 전문가들이 단계별로 한 장 한 장 찍어 과정을 설명해줬다. 댓글로 질문을 달면 친절히 답변해주는 사람들이 많았다. 가끔 그때의 분위기를 그리워한다.
대학교 막바지, 문뜩 깨달은 것은 취미가 없다는 사실이다. 취업을 위한 스펙에 도움이 될 법한 것들이나 수익화로 이어질 수 있을 듯한 생산적으로 보이는 행위에만 관심이 있었다. 정량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 판단하면 시간 낭비라는 생각에 흥미를 금방 꺼트려 버린다. 어릴 적 펠트 종이를 한 장씩 펼쳐 보는 것 만으로 벅차오르고, 컬러링북 한 페이지의 색감마저 진지하게 고민했던 생동감을 내게서 찾아볼 수 없었다. 오로지 돈과 스펙을 고려했다. 아직 취업하지 않은 지금에 한하여 이런 방향이 더 바람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치만 적어도 나 스스로는 이런 태도에 질렸다. 원하는 것에 움직였던 생동감이 그리웠다.
삶은 외부 압력이 큰 걸림돌이 아니라면, 자체적인 방향과 결정으로 나아갈 것이다. 고작 16살에 했던 생각이지만 다채로운 색으로 시간을 채우고 싶다는 다짐을 했었다. 과거의 나에게 약속을 잊어서 미안하다고 전하고 싶다. 수익화할 수 없는 행위라도 취미로 삼는 걸 시간낭비라고 생각해서는 안됐다. 취미는 돈과 업무에서 잠시 잊게 해주는 것이라도 충분하다. 꼭 정량적 도움이 되지 않아도 되었다. 지금부터라도 하고 싶었던 걸 주저하지 말고 실행에 옮기고자 한다.
현재 시점에서 스스로 '하고 싶다'고 느끼며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것을 찾아봐야 한다. 스트레스 완화제라는 조건을 붙였다. 이 조건이 없다면 자꾸 생산적이고, 정량적 도움이 될 것들로 채워진다.
- 브런치 글쓰기 : AI없이 나의 글이 쓰고 싶음. 느끼고 깨달은 것을 글로 풀고 싶음.
- 집에서 요리하기 : '나는 요리 못해' 라는 생각에 시도 하지 않았는데 자립한지 몇 년 지나니 그만 사 먹고 나를 위한 요리를 하고 싶음.
- 컬러링북 : 과거를 되돌아보니 스트레스 완화에 가장 큰 도움이 되었음.
브런치 글을 매일 쓰니 스스로에 대해 돌아볼 수 있다. 그리고 쓰고 싶던 글을, 마음에 드는 음악과, 좋아하는 키보드로 작성하는 순간 자체가 스트레스를 감소 시킨다.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던 분들이 글을 끝까지 읽어주셨다면, 과거 취미에도 반짝이던 눈동자가 조금 그리워지셨을까.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 스트레스를 감소시켰던 취미가 무엇이었는지 되돌아 볼 수 있다면 좋겠다.
260206 청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