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시처럼 다녀가신 어머니의 마지막 휴식
� 생시처럼 생생한 나의 꿈, 그리고 어머니
“이제는 일 안 할란다. 이제는 일을 못한다.”
말끔하게 차려입고 마루 끝에 걸터앉아 계시던 어머니의 말씀이 생시처럼 또렷합니다. 그 곁에는 외할머니도 함께 계셨죠.
어머니의 그 말씀 끝에 제가 드린 대답은 “그래 엄마, 생각 잘하셨어요. 이젠 절대로 일하지 말고 그렇게 편히 쉬세요”였습니다. 그 말을 건네는 순간, 제 마음이 왜 그리도 편안하고 행복해지던지요. 꿈속에서 돌아가신 어머니를 뵐 수 있어 더 오래 이 꿈을 꾸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눈을 뜨고 말았습니다.
일어나 밀려오는 그리움에 엉엉 소리 내어 울다 보니 아침이 밝았던 기억이 납니다. 이 꿈 이야기는 두 해 전 연말, 어머니께서 하늘나라로 소풍 가신 며칠 후 처음 꾸었던 꿈입니다.
� 새벽의 옥수수 냄새
새벽 잠결, 비몽사몽간에 달콤한 옥수수 삶는 냄새가 방안으로 스며들어옵니다.
‘엄마가 새벽 장에 팔러 나갈 옥수수를 삶는 중일 거야!’
어머니는 마루 끝에 삶은 옥수수가 한가득 담긴 넓은 바구니를 이고, 읍내 장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산을 넘고 비포장 산길을 다니셨습니다. 물론 어머니가 새벽 밥을 지어놓고 장에 가시면, 저는 일어나 할머니, 할아버지, 아버지, 동생들의 아침 식사를 차려드리고 학교 갈 채비를 해야 했습니다.
장에 다녀오셔서는 곧바로 마을 부잣집 농사일을 거들고 품삯 돈을 벌어 가족들의 일상을 꾸리시던 우리 어머니. 힘겨운 하루 일과를 마치고 밤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허리를 땅에 놓으실 때, 힘든 몸이 보내는 통증에 깊은 숨과 신음을 보내시던 분이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어린 학생이던 저는 눈치 없이 어머니 옆에 누워 쫑알쫑알 댔습니다. 어머니가 장에 간 다음에 동생들은 어땠는지, 학교 갈 때 준비는 어떻게 했는지, 학교 첫 시간 선생님 표정부터 공부 시간에 무엇을 배웠는지 등 그날 하루를 말로 복습하다 보면, 이야기를 듣던 어머니는 어느새 잠들어 계셨던 것 같습니다.
� 나의 마지막 당부, 그리고 2주기
어머니가 하늘나라 소풍을 가신 그날, 울면서 건넨 마지막 인사였습니다.
“엄마, 이제 하늘나라 가시면 절대 힘든 일 하지 말고 좋은 것만 보고, 먹고, 느끼고 행복하게 사세요.”
슬픔 속에서도 오로지 가신 어머니께 드리고 싶었던 말, 간절한 당부였습니다. 아마도 어머니께서는 제 마음을 받고 가셨던 것이 아닐까요? 꿈속에서 “이제는 일 안 할란다”라고 하신 모습이 그 증거처럼 느껴집니다.
내일이면 어머니의 2주기가 되는 날입니다. 제 삶의 전부라 해도 과하지 않으셨던 우리 엄마.
맑은 하늘이 먹구름으로 뒤덮여 버린 것처럼, 빛이 들어오지 않는 굴속에 갇힌 듯한 그날이었는데, 저는 이렇게 주어진 일상을 살아가고 있네요.
� 꿈속으로 찾아오시는 어머니
지금도 가끔씩 꿈속으로 찾아오시는 어머니 덕분에 저는 너무나 반갑고 기분이 좋습니다. 꿈에 다녀가신 어머니 이야기를 형제들에게 전화로 자랑하면, 언니와 동생은 왜 엄마는 우리 꿈속엔 안 나오시냐며 부러워합니다.
며칠 전 꿈속에도 나오셨는데, 친정 형제들과 함께 울타리 나무를 정리하는 꿈이었습니다. 아마도 기일이 가까워지니 멀리 사는 자녀들을 보고 싶어 오시지 않았을까 하는 해몽을 혼자 해봅니다.
어머니, 이제는 정말 그 누구의 짐도 되지 않고, 그 어떤 힘든 노동도 하지 않으시는 곳에서 평안하고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 다음에 또 꿈에 찾아와 주세요. 그땐 더 오래도록 이야기 나눌 수 있기를 바라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