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불로장생국이다

목우씨의 '달내마을' 이야기(68)

* 대한민국은 불로장생국이다 *



「바람 부는 날에는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는 소설 제목을 빗대 표현하면, ‘시골에선 비 온 뒷날에는 텃밭에 가야 한다.’ 아니나 다를까 잡초가 쑥쑥 쭉쭉 뽁뽁 돋아나 있다. 빨리 자라길 바라는 남새(채소)는 잘 안 크는데 녀석들은 얼마나 잘 자라는지...


요즘 특히 내 신경을 건드리는 놈은 쇠뜨기다. 녀석은 주로 잔디밭에 자라는데 텃밭에도 잘 자란다. 잡초 중에 가장 완전박멸이 어려운 풀이 뭐냐는 질문에 시골 사는 이들이라도 답이 제 각각이리라.

허나 쇠뜨기를 드는 사람이 꽤 된다. 이 녀석은 자를 수는 있으나 완전히 뽑아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땅 위로는 고작해야 10 센티 남짓 머리를 내밀지만 뿌리는 30센티 이상이니까 뽑아 없앨 수 없다.


그리고 쇠뜨기는 아주 영악하다. 잔디밭에선 잔디보다 조금 더 길게 내밀지만 텃밭에 가면 푸성귀보다 더 키를 키운다. 또 다른 잡초와 달리 잘리면 금방 죽지 않다가 그 사이 비라도 맞으면 그 자리에 다시 뿌리를 내린다.


67-1.jpg (쇠뜨기)



쇠뜨기를 보면서 문득 케이블과 종편은 물론 공중파 방송까지 덩달아 춤추는 건강에 좋은 비법 소개 프로그램들이 떠오른다. ‘생로병사의 비밀’, ‘천기누설’, ‘알토란’, ‘고수의 비법 황금알’, ‘닥터 지바고’, ‘내 몸 사용 설명서’, ‘나는 몸신이다’ 등.

이 가운데서 「천기누설」만 잠깐 보자. 2012년부터 매주 한 번씩 방영된 프로그램이니 근 10년이다. 1년을 50주로 계산하면 500번 방송했다는 말이고, 매주 좋은 약초(과일, 채소도 포함) 소개를 4개만 했다 해도 2,000종에 이른다.

일일이 언급할 수도 없으니 귀에 익은 몇 개만 들먹이자. 한 해 ‘개똥쑥’을 한참 띄우더니 다음 해는 ‘어성초’로 넘어갔고, 그다음 해는 ‘비단풀’, 그 그다음 해는 ‘쇠비름’, 또 몇 년 전에는 ‘돼지감자’가 만병통치약인 양 소개되었다.


67-2.png (비단풀)



이들의 공통점은 일단 피부에 좋고, 다이어트에 효과 만점이고, 혈액순환에 도움 되고... 고혈압, 당뇨, 심장질환, 복부비만 등의 성인병에 좋은 데다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으니 금상첨화.

굳이 이 풀(약초)들을 모두 먹을 필요도 없다. 몇 개만 골라 먹어도 된다. 약효가 다 비슷비슷하니까. 그러니 우리나라 사람들은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다. 말 그대로 ‘대한민국은 불로장생국’이다.


나는 이들 식물이 갖는 놀라운(?) 효능에 딴지 걸고 싶지 않다. 다만 한 가지 사실만 얘기하고자 한다. 방송에 소개된 약초(?)는 모두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한다. 그리고 생명력이 강하다는 말은 없애기 어렵다는 말과 동의어다.

몇 년 전 개똥쑥이 하도 좋다 하여 심었다가 그 뒤 별 게 아니라는 정보에 없애버리려 했으나 한 번 밭에 뿌리내리니 사라지지 않고, 어성초가 하도 좋다 하여 몇 뿌리 심었는데 저가 자라던 곳에서 잔디밭까지 침범하여 서서히 영역을 넓혀가고...

돼지감자는 수년 전에 고작 세 뿌리 심었건만 온갖 곳에 다 튀어나온다. 물론 당뇨에 좋다 하여 겨울마다 캐서 끓여 먹고는 있다. 이것 말고도 엉겅퀴는 온 언덕에, 비단풀은 길가에, 씀바귀와 질경이 역시 곳곳에 지천이다.


67-3.png (개똥쑥)



‘우리나라 잡초는 잡스러운 풀이 아니라 모두 약초다.’는 말을 한의사들은 종종 한다. 올해 소개된 잡초 -약초 - 가운데 환삼덩굴(약명 : 葎草)을 한 번 보자. 이름을 처음 듣는 사람이라도 직접 보면 금방 ‘아!’ 하며 고개를 끄덕이리라.

‘환삼’이란 용어에서 ‘삼(蔘)’이 붙어 있으니 산삼ㆍ 인삼ㆍ 장뇌삼 하는 삼 종류에 속한다. 이 환삼덩굴이 한의사에 따라선 고혈압에 최고의 약초라 하는데, 고혈압 말고도 폐결핵, 폐렴, 천식, 기관지 등의 폐질환에 좋다고 한다.

헌데 환삼덩굴은 ‘생태계 교란 식물’이다. 다시 말하면 너무 퍼져 다른 식물의 자람을 방해하는 악질 잡초다. 우리 집 주변에도 칡넝쿨 다음으로 많이 번져 있다. 그러니 내게는 약초가 아니라 잡스러운 일만 던져주는 괘씸한 풀일 뿐이다.


67-4.png (환삼덩굴)



다시 요즘 나를 가장 귀찮게 하는 쇠뜨기로 돌아가 보자. 원자폭탄으로 폐허가 된 히로시마에 가장 먼저 머리를 내민 풀이 바로 이 쇠뜨기라는 일화는 이 녀석이 얼마나 생명력 강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니 약효 또한 만만치 않다. 차로 끓여먹으면 신장, 혈압조절, 혈액순환, 호흡기 질환 등 성인병 예방에 좋다고 한다. 달리 말하면 만병통치약이다. 쇠뜨기만 먹어도 오래 살 듯하다.


들판이랑 밭에 그리도 애물단지인 쇠뜨기가 이러니 우리나라 사람들은 죽으려 해도 죽을 수 없다. 그러면 세계 최장수국가가 되어야 하는데 과연 그런가? 뉴스에선 ‘당뇨병 증가속도 세계 1위’ ‘위암 발생률 세계 1위’, ‘대장암 발생률 세계 2위’ (환자수가 아님)

왜 그리도 좋은 약초가 많은데 우리나라에 큰 병 환자는 늘어갈까? 참으로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다.


*. 커버 사진은 '어성초꽃'이며, 오늘 글은 예전에 올렸는데 내용을 보강하여 다시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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