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의 법칙

목우씨의 '달내마을' 이야기(115)

* 프레임의 법칙 *



<이야기 하나>


아내가 일 나가는 이웃마을에 있었던 일을 들려줬습니다.

3년 전에 전원주택을 짓고 살던 집(편의상 ‘갑’) 바로 위에 또 한 채의 주택(편의상 ‘을’)이 지어졌습니다.
두 집은 마을과는 100m쯤 떨어져 있던 차 새로운 주택이 들어서 처음에 갑의 집에선 무척 기뻤답니다.
다만 ‘갑집’은 상주하는 대신 뒤에 지은 ‘을집’은 토ㆍ 일요일에만 왔다 갔다 하는 주말주택이었다고 합니다. 한동안 아랫집 윗집 부딪힘 없이 잘 지냈습니다. 헌데 어느 토요일 저녁 ‘을’의 가족이 친척들과 놀러 온 날 일이 터졌습니다.

'을'은 모처럼 찾은 별장에서 신나게 놀려고 노래방 기기를 틀었답니다. 마을과 좀 떨어져 있다는 점도 작용했겠지요. 밤늦도록 들려온 노랫소리와 술 취해 떠들어대는 소음에 ‘갑’은 괴로웠지만 이번 한 번이겠지 하며 넘어갔답니다.
한 번으로 끝날 줄 알았는데 다음 주에도 또 다음 주에도 계속되는 ‘토요일밤의 소음’에 견디다 못해 ‘갑집’ 주인이 찾아가 조용히 얘기했습니다. 노래방 기기가 너무 시끄러우니 소리를 줄이든지 아니면 문을 닫고 틀든지 할 수 없느냐고. 정말 예의를 갖춰 말했습니다.


115-2.jpg (조용함을 즐기려는 사람에게 조용함을 깨뜨린다면...)



그런데 그 말을 듣자마자 ‘을’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니 날마다도 아니요 토요일 딱 하루뿐인데 그걸 이웃이 이해해야지 못 하면 어떡하느냐!”라고 되려 언성을 높였답니다. 이러니 ‘갑’이 가만있지 못하고 언성을 높이고... 그래도 큰 싸움으론 번지지 않고 대충 마무리되었습니다.
문제는 다음 주 토요일이었습니다. 그날도 노래방 소리가 여전히 났고, 아니 ‘갑’의 말에 따르면 일부러 그러는 듯 더욱 심하게 들렸답니다. 직접 가서 문을 두드리며 좀 조용히 해 달라고 했지만 음주가무 소리는 밤새 들려왔고...

견디다 못한 ‘갑’이 ‘을’을 경찰에 소음공해로 신고했고, 경찰이 왔고... 다음날 아침에 언성을 높인 두 집 가장의 싸움이 아내까지 합세한 가족 싸움으로 번졌고. 그렇게 끝나는가 했는데...
얼마 뒤 ‘갑의 집’에 면사무소에서 찾아왔답니다. 주민 가운데 한 사람이 불법건축물을 신고해 살펴보려 왔다면서. '갑'이 창고 건물을 불법으로 지은 건 맞습니다만 시골에선 그 정도는 다 넘어가는데, 신고가 들어오면 행정관청에선 찾아가 그 시정을 요구해야 합니다.

그 뒤에 벌어진 일들은 더 길게 말하지 않겠습니다. 두 집의 싸움에 결국 먼저 갑이 집 팔고 간 뒤 을도 얼마 안 있어 떠남으로 끝났다고 합니다.


115-3.jpg (어떤 파티든 예의를 갖춰야 하겠지요)



<이야기 둘>


똑같은 상황이라도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서, 또는 어떠한 틀을 가지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반응이 달라집니다. 이를 ‘프레임(frame)의 법칙’이라고 부르는데, 여기서 프레임이란 ‘관점이나 생각의 틀’을 말합니다.
제가 교사 출신이니까 교직 경험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담임이 조례 시간에 한창 전달사항 얘기하는데 문이 열리며 지각을 자주 하는 애가 그날도 어슬렁어슬렁 걸어 들어왔다.
교사 : 야 이 녀석아, 너는 어떻게 날마다 지각하니?
학생 : 아닌데요, 선생님! 한 주에 한 번밖에 지각 안 하는데요.
교사 : 야 인마! 말이라고 해! 다른 애들은 일 년에 한 번 할까 말까 하는데 니 말대로 일주일에 한 번 하는 게 날마다 지각하는 것과 뭐가 다르니...
학생 : (고개를 돌리며 소리를 낮춘 채) 일주일에 한 번 하는 거랑 날마다 하는 거랑 다른데...
교사 : (벌컥 화를 내며) 뭐라? 너 방금 뭐라 했어? 다시 한번 말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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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조건의 다른 예를 봅시다.
교사 : 어 OO야, 오늘 무슨 일 있었니? 지난주엔 지각 안 하더니...
학생 : 네... 저... 늦잠 자서...
교사 : 가끔 늦잠 잘 수도 있지. 그래도 수업 시간 전까진 와서 얼마나 다행이야.
학생 : 선생님, 죄송합니다. 다음부턴 지각 안 하겠습니다.
교사 : 물론 나는 너를 믿는다. 한 번 결심하면 실천하는 착한 학생임을 잘 아니까.

위의 두 가지 사례에서 보다시피 같은 조건임에도 두 사람 사이에 교사가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학생의 반응도 달라집니다. 프레임 법칙에서 중요한 건 ‘원하는 답을 얻으려면 질문을 달리 하라! 질문이 달라져야 답도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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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셋>


아내로부터 이웃마을 사건을 듣고 제가 보인 첫 반응은 이랬습니다.
“아이고 나 같았으면 말로 잘 풀어 갈등도 안 생기고 이사 안 가도 됐을 텐데... 별것 아닌 일로 서로 싸우고 고소하다 원수가 됐으니 참 둘 다 어리석다.”
그러자 아내가 비꼬듯 말했습니다.
“그으래요? 당신 같으면 어떻게 했을까요?”
“내가 갑이라면 노래방 소리 요란할 때 을을 찾아가 이리 말했지. 사장님, 참 재미있게 노시는군요. 저도 노래 좀 하는데 한 곡 불러도 될까요?”
이 말에 아내가 혀를 끌끌 차며
“아이구, 당신이 참 그리 말했겠다. 갑집주인은 그래도 예의를 갖춰 말했지만 당신은 처음부터 바로 을집 몰아쳤을 거면서...”


115-1.jpg (이웃끼리 기본 예의만 지킨다면 시골은 살 만합니다)



아내의 말에 뜨끔했습니다. 저는 말을 잘 돌려하질 못하거든요. 하고 싶은 말 있으면 직설적으로 바로 말하니까요. 오죽했으면 벗들이 “네가 글에서 표현하듯이 살짝 돌려 말할 수 없니?” 하는 말을 듣는 편이니까요. 학생들에게도 좀 더 따뜻하게 말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해 참 후회가 됩니다.
프레임의 법칙, 이 희한한 법칙이 사람을 무척 난처하게 만듭니다. 그래도 상대를 기분 상하지 않게 만드는 화술은 익혀야 하겠지요.


*. 커버 사진은 구글 이미지에서 퍼왔으며, 오늘 글은 예전에 올렸는데 내용을 보강하여 다시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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