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이 사라지다

목우씨의 '달내마을' 이야기(121)

* 꿀벌이 사라지다 *



벚꽃이 만발했을 때 일이다.
우리 집 바로 아래 절 내려가는 길에 큰 벚나무가 있어 꽃이 필 때면 참 이쁘다. 벚꽃 구경 따로 갈 마음 일지 않을 정도로. 짬짬이 내려가 벚나무 아래 선다. 귓가로 들리는 꿀벌이 잉잉거리는 소리, 그 소리를 들으려.
벚나무 아래 서면 신석정 시인의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에 나오는 한 구절이 떠오른다.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 나와 함께 고 새빨간 능금을 또옥똑 따지 않으렵니까?”
그런데 올해도 벚꽃은 만발했건만 꿀벌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어, 그럴 리 없는데...’ 하고 나무 위를 보았더니 꿀벌은 있었다. 헌데 있는 둥 마는 둥. 그 많던 꿀벌이 어디로 갔는지 눈으로 헤아릴 정도로 적다. 꿀벌이 적으니 소리도 작을 수밖에.

그러고 보니 올해만의 일이 아니다. 작년에 마을 한 바퀴 돌면서 아카시아 나무 근처로 지나칠 때 아내가 한 마디 했다.
“아카시아 나무에 꿀벌이 몇 마리밖에 보이지 않아요.”
처음엔 아직 꽃이 덜 피어서라고 생각했다. '활짝 피어야 날아오지.' 하며. 그런데 이미 꽃은 만발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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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에 꿀벌이 적은 걸 보며 일부러 집 옆 감나무 과수원에 활짝 핀 애기똥풀꽃에 눈을 주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노란 풀숲을 이루었건만 꿀벌이 잘 보이지 않는다. 애기똥풀꽃이 피면 꿀벌 달려들기가 벚꽃에 뒤지지 않는다. 줄기를 뚝 부러뜨리면 노란 액이 나오는데 그 빛깔이 애기들이 누는 똥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상하다. 참 이상하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그러다 작년 TV에서 본 뉴스가 떠올라 인터넷 뒤져보았더니 세상에! ‘꿀벌의 멸종’ - 단순히 적어졌다는 표현을 넘어선 -을 다룬 뉴스가 한둘이 아니다. 그 가운데 몇 개만 정리해 본다.

2022년 3월 13일 [SBS 저녁뉴스] 제목을 보자. ‘꿀벌이 사라졌다’
[제주일보] 2022년 9월 27일에 나온 기사의 제목은 ‘꿀벌이 사라진다면’
[그린피스 뉴스] 2022년 5월 11일의 제목도 ‘꿀벌이 사라지면 벌벌 떨어야 한다고?’
[YTN 사이언스](2022년 5월 12일)에선 ‘꿀벌이 멸종하면 인류도 사라진다? 정말 그럴까?’란 심장 덜컥하게 만드는 무시무시한 제목이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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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우리나라만 꿀벌이 급속도로 감소했을까? 이에 대한 답은 세계적 현상이라 한다. 특히 곡물 최대생산국 미국이 가장 타격이 크다고 하니... 꿀벌이 급감한 까닭은 무엇일까? 학자들은 그 이유로 지구온난화로 인한 생태계의 변화와 살충제 살포의 증가가 주된 원인이라 한다.
꿀벌이 사라진다는 건 도시 사는 이들에겐 큰 뉴스거리가 못 될 게다. 시골 산다 해도 양봉하지 않으면 관심 두지 않을 터. 헌데 잊어선 안 될 진리가 있다. 벌, 나비, 개미, 거미, 지렁이... 이런 작은 생물들은 절대로 없어져선 안 될 지구의 아주 소중한 자원이다.

당장 꿀벌이 사라지면, 아니 멸종되지 않고 감소만 하더라도 생태계가 무너진다. 꿀벌은 식물 수정에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수정이 줄어들면 농산물 수확량이 주는 데다 풀이 번식 못해 초식동물이 줄어드니, 지구 생태계에 큰 재앙이 된다.
그리하여 UN은 2017년부터 매년 5월 20일을 ‘세계 꿀벌의 날’로 지정하여 꿀벌 보존의 중요성을 전 세계에 알리고, 꿀벌의 멸종을 막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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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꿀벌 수 증가시킬 획기적인 대책은 있을까? 감소 원인이 있으면 그 원인부터 제거하면 되리라. 지구온난화가 가장 주요 원인이라면 탄소중립을 위해 지구촌이 관심 가져야 하고, 살충제(제초제 포함) 사용을 줄이면 된다.
헌데 이런 원론적인 해결책은 결코 쉽지 않다. 지구온난화가 주는 위험에 대한 경고가 오래전에 나왔지만 대책은커녕 더 심해져 가고 있으니. 살충제나 제초제를 줄여야 하지만 그도 힘들다. 당장의 생산량에 매일 수밖에 없는 농부들에겐 포기 못할 옵션이니까.

그렇다면 손 놓을 수밖에 없는가? 아니다. 우리나라만이라도 꿀벌 늘일 방법이 있다. 바로 밀원(蜜源)의 회복이다. 꿀벌의 양식인 꿀을 모으려면 그 원천이 되는 나무가 무성해야 한다. 말할 것도 없이 밀원으로 으뜸은 '아카시아 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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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아카시아를 배척했다, 산에 하등 도움 되지 않는다고. 맞는 말이다. 꿀벌 아니고는 도움 되는 부분이 아주 적다. 아카시아는 목재로 쓸 수 없고, 관상용으로도 부족하고, 맛있거나 영양 있는 열매를 제공하지도 않는다. 오직 꿀벌만 좋아할 뿐. 그러니 산에 아카시아 나무 심자고 하면 무슨 자다가 뒷북치는 소릴 하느냐는 반발이 튀어나오리라.


늦가을부터 시골 야산에선 벌목 또는 간벌작업이 이루어진다. 사설 벌목업자들이 남의 산을 임대하여 나무를 자른다. 벌목을 한 뒤엔 반드시 나무를 심어야 한다. 우리 집 뒷산에도 7년 전에 벌목한 뒤 자작나무를 심었다. 이 자리 일부에 아카시아를 심으면 어떨까?
당장 반론이 나오리라. 아카시아는 산림을 황폐하게 만든다고. 한번 뿌리내리면 온산을 다 차지한다고. 그 말이 예전엔 맞았는지 몰라도 지금은 숲에 들어가 보면 아카시아가 잘 보이지 않고 참나무가 숲을 다 차지하고 있다.

또 숲 곳곳에 소나무재선충으로 소나무가 도태되어가고 있다. 우리 마을 뒷산에도 재선충이 침입해 소나무 자른 곳이 제법 된다. 그 자리에 다시 소나무를 심어 푸른 산을 만들 수 있다면 그리 하면 되나 현재 재선충을 박멸시킬 방안이 없다 한다.
(소나무숲 살리기 방안은 반드시 세워야겠지만 이 글의 논지가 아니니 생략)
소나무 베어낸 자리를 그냥 두면 참나무로 가득 찰 테니 그럴 바에야 아카시아도 심었으면 한다. 물론 자작나무, 삼나무, 편백나무 등은 경사도가 낮은 평탄한 좋은 땅에 심고, 계곡 등 가파른 곳에 아카시아를 심어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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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학자들은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작물 100종 가운데 70종 이상이 꿀벌의 수분작용 때문에 생산된다 하고, 여러 가지 종자와 의약품 생산도 꿀벌의 도움을 받는다 한다. 그린피스는 전 세계적으로 꿀벌이 제공하는 경제적 가치를 370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한다니 꿀벌의 소중함을 그냥 넘겨선 안 되리라.

끝맺음하면서 지금부터 120여 년 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벨기에의 모리스 메테를링크가 펴낸 [꿀벌의 생활]에 나오는 말을 인용한다.
“만약 지구에서 벌들이 멸종된다면 인류가 생존할 수 있는 기간은 오직 4년뿐이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들릴지 모르나 내게는 전쟁이 나 원자폭탄이 터진다는 말보다 더 끔찍스럽다.


*. 꿀벌 개체수가 급감했고, 야산에 아카시아도 줄어듦은 사실입니다. 다만 산의 평탄한 곳엔 좋은 나무를 심되 비탈진 곳에 아카시아를 심자는 제 의견은 어떤 과학적 지식에 힘입음이 아닌 아주 개인적 주장이니 그리 아시길...

그리고 오늘 글은 예전에 올렸는데, 내용을 보강하여 다시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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