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사라호’에 대한 추억

목우씨의 '달내마을' 이야기(136)

* 태풍 ‘사라호’에 대한 억 *



어제 제6호 태풍 ‘카눈’이 지나갔다. (오늘 글은 2023년 8월에 씀)

다행히 예상보다 적은 피해에 다들 안심하는 모습이다. 하기야 우리나라를 완전히 관통한 태풍은 처음이었으니 큰 피해를 예상했는데 그러지 않아서일까.

사실 우리 집은 큰 피해를 입었다. 집 마스코트 무지개문이 넘어졌으니.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문이 쓰러졌음은 분명 큰 문제다. 허나 태풍의 문제가 아니라 대책이 불미한 나의 잘못이다. 미리 예상해 위에 덮인 키위를 가지치기했으면 좋았을 텐데...
사실 두어 달 뒤 따내고 난 뒤 가지를 치려고 했다. 그동안 버티겠지 했건만 미루다가 결국 사달이 났으니... 유비무환이란 말을 다시금 되새기는 하루가 되었다. 카눈 지나간 뒤 내내 넘어진 걸 치우느라 시간을 보내야 했다.


('카눈'으로 인한 피해 장면)



태풍에 관한 기억(‘추억’이 아님)은 몇 개 된다. 2003년도에 불어닥친 ‘매미’를 기억함은 워낙 강도가 세기도 하지만, 아들이 대학 1학년 때 친구들과 울산 시내 나갔다가 물이 태화강을 넘치는 바람에 다급히 건 전화 때문이었다.
그리고 2016년 태풍 ‘차바’. 이 날 들이닥친 태풍으로 하여 우리 마을은 이틀간이나 도로가 끊겼다. 매미와 차바를 기억 못 하는 사람도 많을 게다. 왜냐하면 그 태풍과 관계없이 살았으면 모르고 지났으니 말이다.


오늘 글 제목인 태풍 ‘사라호’를 이야기하려 한다. 이 태풍은 1959년 추석날 찾아온 태풍이다. 허니까 내 나이 다섯 살 때 일이다. 그렇게 어릴 때 일을 어떻게 기억하냐구? 뭔가 특별한 경험이 있으니까.
먼저 제목부터 해명하자. 다른 태풍은 ‘기억’이라 했는데 이 사라호 뒤엔 ‘추억’이란 말을 붙였다. 기억과 추억은 다르다. 기억은 그냥 머릿속에 담은 모든 걸 간직한다면, 추억은 아름다움 또는 안쓰러움을 함께 가지니까.
그럼 고작 다섯 살밖에 안 된 나이에 당시 경상도 사람들에겐 죽음의 공포 안겨준 그 무시무시한 태풍에 나는 왜 추억이란 말을 쓰는가.


(사라호로 인한 피해 - 구글 이미지에서)



그날이었다. 다섯 살이라도 워낙 충격을 준 일은 60여 년이 지나서도 기억한다든가. 실제로 믿기 어렵지만 또렷이 기억한다. 그날, 나는 변소(화장실이 아님)에 앉아 똥을 누던 참이었다. 당시 우리는 ‘팔칸집(8개의 방에 8가구가 사는 집)’에 살았다.
팔칸집에 대한 추억도 많다. 하지만 가장 불편한 점은 변소 이용. 소변은 대충 해결할 수 있으나 대변은 불가능. 줄을 서서 겨우 내 차례가 되어 나무 두 개가 세로로 놓인 변기 위에 앉았을 때 나는 기뻤다. 일단 근심을 몰아낼 수 있으니까.

얼마쯤 힘을 주고 있는데 갑자기 머리 위가 시원해지며 하늘이 보였다. 별생각 없이 하늘을 보는 그 순간 지붕 뚜껑이 날아가고 있었다. 똥 누고 있는데 지붕이 날아가는 경험을 한 사람 또 있을까? 아마도 대한민국 사람으로선 최초 최후의 기록을 안은 셈이다.


(카눈으로 인한 피해 입기 전의 무지개 대문)



처음엔 어리둥절했다. 그리고 이내 어린이다운 생각을 했다. 원래 변소는 지붕이 없다고. 그렇지 않은가. 냄새가 하도 많이 나니 쉽게 빠져나가려 지붕을 없앤 상태로 만들었다고. (물론 이 생각은 다섯 살 때가 아니라 한참 뒤)
똥 누고 나와 하늘을 보았다. 도단(함석 : 원래는 포르투갈어였는데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어처럼 쓰임)으로 만든 지붕이 연처럼 날고 있었다. 연은 작으나 도단지붕은 컸다. 독수리 날개 펼친 것보다 더 넓은 날개로 하늘을 유유히 날고 있었다.


태풍은 추억거리가 아니다. 특히 어제처럼 우리 집에 피해를 입혔을 때는. 오늘도 나는 어제 이어 넘어진 무지개문을 바로 세우는 작업을 해야 한다. 어제 대충 잘라냈지만 할 일은 많이 남았다. 일단 무지개문을 덮은 처진 능소화와 키위를 정리해야 한다. 그러니 태풍은 절대 추억거리가 아니다.
함에도 ‘사라호’만은 추억으로 삼는다. 그렇게 경상도 나이 든 이들에게 이가 갈리도록 피해를 입힌 ‘사라’이건만. 결국 나는 내 중심대로 산다. 아마도 일부의 글벗님들도 그럴지 모르지만 나는 확실히 그렇다. 나만 생각하며.


('카눈' 피해 제거 작업)



어제 태풍의 피해가 적었다 한들 돌아가신 분들도 계시고 생업에 지장 받는 분들도 계실 터. 특히 농산물 재배하는 농가에선 어제 태풍으로 경제적 타격을 받아 치를 떨지 모르지만.
아주 어릴 때 일이라서 그런지 사라호에 대한 추억을 아직 간직하고 있다. 빌어먹을...


*. 오늘 글은 2023년 8월 11일에 올렸는데, 내용을 보강하여 다시 싣습니다.

*. 저번에 한 번 언급했지만, 예전 글을 다시 올림은 브런치북을 30개밖에 할 수 없어 브런치북을 줄이는 편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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