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우씨의 詩詩한 소통(506)

제506편 : 양선희 시인의 '신의 영역에 도전한 건 본의가 아니다'

* 목우씨의 詩詩한 소통(2026) *


♡ 양선희 시인 편 ♡


- 신의 영역에 도전한 건 본의가 아니다 -


어쩌다 보니 정원에
내가 씨 뿌려 나는 꽃이나 채소보다
내가 씨 뿌리지 않아도 나는 것
더 많아졌다

자책의 낫 들고
태양
바람

닥치는 대로 잡아먹고 우거진
잡초 베어냈다
뒤엉킨 뿌리들 땡볕에 내던졌다

그러고 밥벌이에 정신 팔았다
정원은 또 난리다
새들 풀 벌레들 세상이다
고양이는 잡은 쥐 물었다 놓았다 물었다

밥벌이로 녹초 되어
이름 찾아본 잡초들
살리기로 마음 바꾼다
어떤 놈 기세가 더 좋은지
어떤 놈이 영역 더 잘 넓히는지
어떤 놈 목숨이 더 질긴지
기록하기로 한다

정원을 본 친구 입 떡 벌어진다
와, 너는 잡초를 키우네
신의 영역에 도전하네
- [소소한 고집](202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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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나누기>

잡초 얘기 들먹일 때마다 예로 드는 분이 계십니다. 바로 [강아지똥]과 [몽실 언니]로 유명한 권정생 작가님. 이분이 사시는 곳을 찾아간 적이 두 번인데 첫 번째 ㅇㅇ모임 선생님들과 갔을 때는 출타 중이라 뵙지 못하고, 그 뒤 아는 이와 갔을 때 만났습니다.
그분의 집은 말 그대로 초가삼간. 방 하나 부엌 하나에 작은 마루가 딸린. 방 하나에도 반은 자질구레한 살림 도구가 놓여 있어 손님이 와도 들어가 앉을 곳이 없었습니다. 명목은 방문이라 했지만 사실은 밖에 서서 얘기를 나누는 정도였다고 할까요. 그때 마침 선생님은 몸이 좀 불편해서 문지방에 팔을 걸치고 앉아계셨고.

이런저런 얘기 나누다 눈에 들어온 게 마당에 자라는 풀이었습니다. 저번 문학기행 왔을 때도 보았던 그대로의 잡초밭. 남새(채소)라고 하여 뭘 심어놓긴 했으나 풀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한심스러워(?) 하는 제 표정이 보였는지 그때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냥 놔두면 그 녀석들이 얼마나 착한지 고추 심을 데, 토마토 심을 데, 오이랑 가지 심을 데를 조금씩 놔둔답니다.”
그러니까 선생님 말씀의 요지는 풀을 베지 않는다는 얘기. 잡초와 늘 씨름, 아니 전쟁을 치르던 저로선 정말 뜻밖이었지요. 잡초를 그냥 놔두다니. 그러고서 빈틈을 골라 채소를 심다니. 눈을 크게 뜨고 다시 보니 아주 조금 심어놓은 게 보였습니다.


“어쩌다 보니 정원에 / 내가 씨 뿌려 나는 꽃이나 채소보다 / 내가 씨 뿌리지 않아도 나는 것 / 더 많아졌다”

이 시의 화자네 정원에는 권정생 님네 마당처럼 풀이 마구 자랐습니다. 차이점은 선생님께선 그냥 놔뒀다면 화자는 바빠 관리를 안 해서. 저도 그럴 때가 많습니다. 아내에게 늘 야단맞지요, 남들이 와서 보면 뭐라 하겠느냐고. 특히 [산골일기]를 쓴답시고 하는 양반이.

“자책의 낫 들고 / 태양 / 바람 / 흙 / 닥치는 대로 잡아먹고 우거진 / 잡초 베어냈다”

태양, 바람, 흙을 한 행에 다 넣어도 부족하련만 각각 한 행씩 독립시켜 놓은 시적 짜임이 참 멋집니다. 그동안 정원에 다른 꽃나무가 자랄 공간을 마련해주지 않고 풀들만 잔뜩 자라게 했으니 낫질을 해야지요. 그래 잡초를 깡그리 없애야지요.

“그러고 밥벌이에 정신 팔았다 / 정원은 또 난리다 / 새들 풀 벌레들 세상이다”

가끔 다른 분들 집에 놀러 가 정원을 들여다보면 참 가지런합디다. 적당한 사이에 이꽃 저꽃 심어놓고 틈틈이 잡초도 뽑아줘 깔끔했으니까요. 화자는 그러지 못했나 봅니다. 핑계는 먹고살기 바빠서라고. 그랬더니 정원이 엉망이 되었습니다.

“밥벌이로 녹초 되어 / 이름 찾아본 잡초들 / 살리기로 마음 바꾼다”

화자가 생각을 바꿨습니다. 잡초를 뽑아내는 대신 이름 아는 풀들은 살리기로. 그러면 배움도 되지요. 키가 쑥쑥 커 보기 좋은 놈, 번식력이 뛰어난 놈, 생명력이 강한 놈. 이렇게 하나하나 관찰해가다 보니 정원은 풀밭이 되었습니다.

“정원을 본 친구 입 떡 벌어진다 / 와, 너는 잡초를 키우네 / 신의 영역에 도전하네”

풀밭을 본 친구가 비꼬는 투로 말합니다. 잡초를 키우는 영역은 신의 영역이라고. 그래서 신의 영역을 넘본다고. 친구가 비꼬는 투로 했는지 몰라도 제 보기에는 권정생 님의 경지까진 못 미쳐도 얼추 따라잡는 듯합니다. 그게 신의 영역인지는 생각 나름이겠지만.

저도 이러고 싶은데 그러면 곁에서 잔소리할 분이 계셔 참습니다. 오늘도 잡초 뽑을 참입니다. 아, 언제 신의 영역에 도전할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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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사진은 잡초 뽑지 않았을 때의 텃밭이며, 둘째는 시인의 '작은책방 [봄]'이랍니다.

#. 양선희 시인(1960년생) : 경남 함양 출신으로 1987년 계간 [문학과비평]을 통해 등단. 현재 원주에 살면서 시인으로, 소설가로, 시나리오 작가로, 수필가로, 방송작가로 다방면에 발을 뻗치며 열심히 글을 쓰면서 ‘작은책방 [봄]’을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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