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우씨의 詩詩한 소통(517)

제517편 : 오은 시인의 '달 봐'

* 목우씨의 詩詩한 소통(2026) *


♡ 오은 시인 편 ♡


- 달 봐 -


친구야, 하늘 좀 봐
꿈을 가지라는 말은 아니지?
그냥 올려다봐 기분이 좋아져 꿈꾸는 기분이야

미세먼지를 뚫고 달이 빛나고 있었다

뿌예서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날들
그 와중에 빛나는 것이 있었다

친구가 불쑥 말했다
우리도 저런 사람이 되자

달 봐

잘 봐
내일도 달이 뜨겠지만
우리가 지금 이 자리에서 보는 달은 유일해

내일은 달 모양이 변할 테니까
조금 부풀어 오르거나
조금 움츠러들겠지

그래도 여전히 빛나겠지

우리의 걸음을 멈추게 한
우리의 숨을 잠시 멎게 한

달 봐

잘 봐
떠오를 거야
- [마음의 일](20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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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나누기>

‘하늘을 보며 꿈을 키우자’ 하는 뜻의 명언이 여럿입니다. ‘하늘만큼 높은 꿈을 가져라’, ‘파란 하늘을 보며 넓은 세상을 꿈꿔보자’, ‘하늘을 나는 나비를 보듯 희망을 노래하라’ 등.
저는 하늘 대신 달을 넣은, 미국에서 오래전부터 전해오는 ‘Shoot for the moon. Even if you miss, you'll land among the stars.’란 표현을 좋아합니다. ‘달을 향해 쏴라. 설령 빗나가더라도 별들 사이에 있게 될 것이다.’ 원대한 목표를 세우면 비록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큰 성장을 이룬다는 뜻입니다.

오늘 시는 해설 없이도 쏙 들어올 겁니다.

“친구야, 하늘 좀 봐 / 꿈을 가지라는 말은 아니지? / 그냥 올려다봐 기분이 좋아져 꿈꾸는 기분이야”

누군가 얘기 상대에게 ‘하늘을 좀 봐’ 하면 ‘하늘을 보며 꿈을 가지라’는 뜻인 줄로 여기게 됩니다. ‘큰 꿈을 품어라’, ‘야망을 가져라’ 같은 훈육의 말로. 화자는 그런 부담스러운 조언을 하려는 게 아니라고 먼저 분명히 선을 긋습니다.
‘그냥 기분이 좋아져 꿈꾸는 기분이다’, 여기서 ‘그냥’의 쓰임이 절묘합니다. 어떤 다른 의미 없이 순수한 마음 그대로 즐기자는 뜻으로. 어떤 목적이나 이유 없이, 그저 지금 이 순간 내 눈앞에 있는 아름다운 달과 하늘을 있는 그대로 느껴보라는 뜻으로.

“미세먼지를 뚫고 달이 빛나고 있었다”

미세먼지, 이 시에 잘 어울리는 멋진 시어입니다. ‘답답하고 어둡고 막막한 현실'을 비유하는 말로. 살다 보면 앞이 잘 보이지 않고 숨쉬기 힘든 미세먼지처럼 미래가 불안하거나 힘든 상황에 놓일 때가 종종입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달은 제자리에서 밝게 빛나고 있습니다. 현실이 아무리 나빠도 우리가 가져야 할 희망만은 잃지 말자는 뜻으로 새깁니다.

“뿌예서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날들 / 그 와중에 빛나는 것이 있었다 // 친구가 불쑥 말했다 / 우리도 저런 사람이 되자”

현재 우리 젊은이들에게 희망의 불빛이 보이지 않을지 모릅니다. 취업의 문은 좁은데 AI가 자리를 빼앗고, 전쟁마저 터져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세상이니까요. 그 어둠 속에 유독 빛을 내는 존재가 바로 달입니다. 모두가 힘들다고 말하는 어두운 상황에서도 유독 밝게 빛나는 달! 그 달을 보며 꿈을 잃지 말자고.
이어지는 시구가 참 따스합니다. '우리도 저런 사람이 되자', 우리도 저 달처럼, 세상이 아무리 어둡고 막막해도 누군가의 길을 비춰주거나 마음을 밝혀주는 따뜻하고 가치 있는 사람이 되자는 뜻이기에.

“달 봐 / 잘 봐 / 내일도 달이 뜨겠지만 / 우리가 지금 이 자리에서 보는 달은 유일해”

영어 격언 ‘Today is the first day of the rest of my life (오늘은 내 남은 생애의 첫날)’을 이해인 수녀가 자신의 시에 인용해 다들 알고 계시죠? 비록 내일도 달이 뜨겠지만 지나간 어제는 다시 오지 않습니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내일은 달 모양이 변할 테니까 / 조금 부풀어 오르거나 / 조금 움츠러들겠지 // 그래도 여전히 빛나겠지”

내일의 달 모양이 오늘과는 조금 다르듯이 우리네 삶도 어제와 오늘이 다릅니다. 당연하지요, 날마다 똑같이 산다 해도 사실은 조금씩 다르니까요. 어떤 날은 일이 잘 풀려 마음이 부풀어오르기도 하고, 어떤 날은 슬프거나 기운이 빠져 마음이 움츠러들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중요한 점은 아무리 모양이 바뀌어도 달은 여전히 그냥 달이듯이, 내 상황이나 기분이 어떻든 나라는 사람의 소중함과 가치는 변하지 않고 빛나고 있습니다.


어둠이 내린 후에야 비로소 모습을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서둘러 디디는 걸음을 잠시 멈추고, 문득 고개 들었을 때 비로소 드러나는 밤하늘의 달과 별처럼. 다른 분들은 어떨지 몰라도 저는 달을 바라보기만 해도 ‘꿈꾸는 기분’에 사로잡힙니다. 이런저런 상상도 하구요.
혹 짬이 난다면 오늘밤 하늘을 슬며시 올려다보십시오. 달이 나를 보고 반가워 미소 지을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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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은 시인(1982년생) : 전북 정읍 출신으로 20세인 2002년 [현대시]를 통해 등단. ‘Daum’에서 빅데이터 연구원으로 일하다가 퇴직, 2018년부터 [예스24]에서 제작하는 팟캐스트 '책읽아웃'을 진행. 시인은 언어유희(일종의 말장난)를 활용한 시를 잘 쓴다는 평을 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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