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화 : ‘청개구리 우화’ 고쳐 쓰기

@. ‘우화 고쳐 쓰기’는 새로 창작한 우화를 연재함이 아니라, 기존 잘 알려진 유명 우화를 다른 시각에서 고쳐 쓰는 글쓰기입니다.



제21화 : ‘청개구리 우화’ 고쳐 쓰기



(1) 원본 ‘청개구리 우화’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과 일본에도 전해지는 우화 가운데 "청와(靑蛙) 설화"가 있습니다. ‘청개구리의 불효’로도 전해지는 이 우화의 내용은 나라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으나 줄거리는 거의 같습니다.


"옛날 옛날, 어느 작은 연못에 엄마 청개구리와 아들 청개구리가 살았습니다. 아들 청개구리는 엄마 청개구리의 말을 듣지 않고 무엇이든 거꾸로 해서 엄마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말을 듣지 않는 아들 청개구리 때문에 엄마 청개구리는 매일 너무 마음이 아팠지만, 아들 청개구리는 어느 하루도 엄마 청개구리의 말을 듣는 날 없이 반대로만 행동하여 속을 썩였습니다.

어느 날, 아들 청개구리만을 걱정하며 속상해 하던 엄마 청개구리는 결국 병이 나서 쓰러졌습니다. 죽음이 다가온 것을 알게 된 엄마 청개구리는 아들 청개구리에게 말했습니다.

“아들아, 나는 이제 얼마 살지 못할 것 같구나. 내가 죽으면 꼭 냇가에 묻어다오.”

엄마 청개구리는 이 말을 남기고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사실 엄마 청개구리는 항상 자신의 말을 듣지 않고 반대로만 했던 아들 청개구리가 이번에도 말을 듣지 않고 냇가에 묻어 달라고 하면, 산에 묻어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엄마 청개구리가 죽자, 아들 청개구리는 매우 슬퍼하며 그 동안 저질렀던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며 엄마 청개구리의 마음을 깊이 헤아리게 되었습니다.

“내가 너무 말을 듣지 않아 엄마가 돌아가신 거야.”

아들 청개구리는 후회했지만, 이미 엄마는 숨을 거두고 난 뒤였습니다.


아들 청개구리는 엄마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한 유언을 꼭 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엄마의 말대로 엄마 청개구리를 냇가에 묻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혹시라도 엄마의 무덤이 냇물에 떠내려 가지 않을까 크게 소리 내어 울었답니다. 그래서 청개구리는 지금도 비가 오면 항상 큰 소리로 개굴개굴 하고 울고 있습니다."



(2). 고쳐 쓴 '청개구리 우화'



물레방아가 힘차게 돌아가는 방아다리 마을에 엄마 개구리와 아기 청개구리가 살고 있습니다. 청개구리는 예쁘고 귀여웠지만 엄마 말을 듣지 않기로 동네에 소문이 자자했어요. 특히 엄마가 이렇게 하라고 하면 저렇게 하고, 저렇게 하라고 하면 이렇게 하는 등 거꾸로 행동하기로 유명했어요.


예를 들어 엄마가 이렇게 말합니다.

“혹 길 가다 낯선 이가 말을 건네면 못 들은 체 그냥 와야 한다. 자칫하면 너에게 해를 끼칠지 모르니까 말이다.”

그러나 청개구리는 엄마 말을 무시하고 누가 묻든 꼬박꼬박 답해줍니다. 저 사람이 나에게 해를 끼칠 수도 있지만 정말 나의 도움이 필요해서 물어볼 수도 있잖아 하고 생각하며 말입니다.


또 엄마가,

“누가 우리 집에 와 먹을 걸 좀 달라고 하면 없다 하고 절대로 문을 열어줘선 안 된다.”

그러나 청개구리는 누가 찾아오든 문을 열어준 뒤 자기 먹을 걸 덜 먹고 찾아오는 이에게 나눠주었습니다.

한 번은 엄마가 이런 말도 합니다.

“저 애는 좀 멍청한 애니 저런 애와 놀면 너도 그리 된다. 그러니 똑똑한 애들하고만 어울리렴.”

허나 청개구리는 일부러 좀 부족한 애들과 더 친해지려고 했습니다. 부족한 애들도 심성이 좋다는 걸 잘 아니까요.


이런 일이 거듭될 때마다 엄마의 언성은 높아지고, 그 소리가 문 밖으로 나가면서 마을의 개구리들은 다들, ‘저 녀석은 정말 말썽꾸러기에다가 엄마 말을 듣지 않는 불효자식이구나.’ 하며 생각했지요.

허나 소문이 어떻게 나고 마을의 개구리들이 무슨 말을 해도 청개구리는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그저 자신이 하는 일이 좋았을 뿐. 그런데… 그런데 그만 엄마가 큰 병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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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음을 안 엄마는 큰 걱정입니다. 자기가 세상을 떠나면 홀로 남은 청개구리가 앞으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까 하고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겠지요. 엄마 개구리가 여태껏 살아온 세상은 착하고 어리숙한 이가 살아갈 곳이 아니라 약고 반들반들한 이가 살아가는 곳이었습니다.

그런 세상에 자기 자식이 홀로 살아갈 수 없을까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지요. 어리석어 보이는 자식이 영 미덥지 않았으니까요. 여태까지 변하지 않은 자식이 자기가 죽더라도 변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엄마는 잘 압니다.


늘 자기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고 꼭 거꾸로 하는 애가 갑자기 생각이 바뀌어 자기 말을 들으리라곤 생각 못합니다. 엄마의 가슴은 숨이 끊어지기 전이라 답답한 게 아니라 자식의 앞날이 걱정돼 더 답답할 따름입니다.

엄마는 마지막으로 꾀를 내 이런 유언을 남깁니다. “내가 죽거든 저 앞의 냇가에 묻어다오.”하고 말입니다. 냇가는 청개구리의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또 거기까지 가려면 언덕을 넘어야 합니다. 그러나 바로 앞에 있는 방아마을 물레방아 돌아가는 쪽은 반듯하고 평평하며 햇빛이 잘 내리쬡니다.


아무리 바보라도 바로 눈앞에 보이는 명당을 놔두고 저 멀리 떨어진 험지로 갈 리 만무합니다. 이 간단한 이치를 통하여 약은 꾀라도 부리라는 엄마의 마지막 배려입니다. 그리고 엄마는 하늘로 올라갔습니다.

청개구리는 엄마가 돌아가신 까닭이 자기가 당신 말을 듣지 않아서라고 자책합니다. 생전에 엄마 말을 잘 들었더라면 좀 더 오래 살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이젠 소용없습니다. 곁에서 영원히 떠났으니까요.

엄마의 마지막 소원을 청개구리는 별 고민 없이 받아들였습니다. 유언조차 들어주지 않으면 하늘에서도 엄마는 제대로 눈을 감지 못하리라 여겼던 거지요. 그래서 바로 앞에 무덤을 만들기 쉬운 명당 터를 놔두고 가파른 언덕을 넘어 냇가로 갔습니다.


마을의 모든 개구리가 욕할 수밖에요.

“저 녀석은 죽어서도 엄마 말을 듣지 않는구나.”

“비 많이 오면 떠내려갈지도 모르는데…. 세상에 저 녀석만큼 불효자식도 없을 거야.”

그러나 청개구리는 한 귀로 흘려버렸습니다. 게다가 아예 집도 냇가로 옮겼습니다. 날마다 엄마와 함께 하기 위함이지요. 냇가는 먹잇감이 전보다 훨씬 풍부합니다. 헤엄쳐 다닐 공간도 훨씬 풍부합니다. 그보다 더 좋은 건 날마다 엄마와 함께 할 수 있어서입니다. 그런 덕인지 방아마을을 떠나 냇가로 옮긴 뒤 청개구리의 가족은 점점 불어났고, 이웃의 비웃음도 사라졌습니다.


오늘도 냇가에서는 개구리가 울어댑니다. 언뜻 들으면 엄마의 무덤이 떠내려갈까 안타까워하는 소리 같지만, 가만히 들으면 자식이 꼿꼿이 살아가는 모습에 대견한 엄마와 그 엄마를 그리워하는 자식의 고운 마음씨가 어울린 그야말로 사랑의 협주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