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화 : ‘해와 바람의 경쟁 우화’ 이어 쓰기

@. ‘우화 이어쓰기’는 새로 창작한 우화를 연재함이 아니라, 기존 잘 알려진 유명 우화를 다른 시각에서 이어쓰는 글쓰기입니다.



제25화 : ‘해와 바람의 경쟁 우화’ 이어쓰기



(1) 제1차전 - 해의 승리 (원본 <이솝우화>에서)>



어느 날이었습니다.

하늘에서 해와 바람은 서로 친구였습니다만 경쟁심도 만만찮아 서로 자신이 더 힘세다고 말다툼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길을 가고 있는 나그네를 발견하자, 해와 바람은 나그네가 입고 있는 외투를 먼저 벗기는 쪽이 승자로 합의를 봤습니다.


먼저 바람이 시작했습니다. “휙~” 하며 강한 바람을 내뿜자, 나그네는 갑작스러운 추위와 센 바람에 손으로 옷을 단단히 움켜잡고 놓치지를 않았습니다. 바람은 더 센 바람을 날렸지만, 나그네는 더 단단히 외투를 움켜잡을 뿐이었습니다. 결국 힘을 다 쓴 바람은 결국 지쳐 포기했습니다.


그러자 이번엔 해가 나섰습니다. 해가 환하게 땅을 내리비추자 주변이 따뜻해지면서 나그네는 포근함을 느꼈습니다. 해가 더 따뜻한 기운을 불어넣자, 나그네는 외투의 단추에 손이 갔습니다. 그리고 더욱 강해진 햇살에 땀이 날 정도로 더위를 느껴 마침내 나그네는 외투를 벗어 손에 들고 길을 갔습니다.



(2) 제2차전 - 바람의 승리 (이어쓰기 1)



해와의 경쟁에서 패한 바람은 몹시 분하고 자존심도 상했습니다.

여태까지 어느 누구와의 경쟁에서 한 번도 진 적이 없었기에 패배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바람이 곰곰 패배 원인을 헤아려보다가 자기가 먼저 시도해 손해 봤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순서를 바꾸어 해가 먼저 하도록 했습니다.


해는 저번처럼 따뜻한 햇살을 내보냈습니다. 아직 대지가 달궈지지 않은 상태여서 그런지 나그네의 반응도 여유롭습니다. 나그네는 호주머니에서 부채를 꺼내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살랑살랑 부채질을 하며 느긋하게 발걸음을 옮기는 거였습니다.

해는 속으로 '요것 봐라!' 하면서 따뜻함의 세기를 더 올렸습니다. 그러자 나그네가 이번에는 양산을 꺼내 쓰는 게 아니겠습니까. 해는 은근히 약이 올랐습니다. 그래서 열기를 최대한 끌어올려 나그네를 향해 집중적으로 쏘아 보냈습니다. 헌데 이번에도 나그네는 외투를 벗으려 하지 않고 두리번거리더니 근처의 큰 나무 아래로 옮겨가는 게 아니겠습니까.

몇 번의 시도에도 성공 못한 해가 물러나자 이번엔 바람이 나섰습니다. 바람은 나무 그늘에 앉아 더운 양 부채질을 하는 나그네에게 시원한 바람을 불어 보냈습니다.


부채질만으론 흡족해하지 못해 아쉬움을 느끼던 나그네는 갑자기 불어온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려는 듯 외투를 벗어 젖혔습니다. 바람이 몸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땀을 식혀주는 걸 느끼자 나그네의 얼굴엔 안도와 함께 잔잔한 미소가 어립니다.


우화 24-3.png (키즈현대 '환경동화'에서)



(3) 제3차전 - 공존 모색 <이어쓰기 2>



1차전과 2차전을 통하여 1:1 승부를 가리지 못한 해와 바람은 최종 승자를 가리기 위해 다시 만났습니다. 먼저 공격한 쪽이 손해라는 걸 알아챈 둘은 이번엔 가위 바위 보로 순서를 정한 결과 바람이 먼저 하게 되었습니다.

바람은 저번의 일을 생각하며 시원한 바람을 보내려고 마음먹고 아래를 내려다보았습니다. 마침 나그네가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2차전 때처럼 나그네에게 시원한 바람을 불어 보냈습니다. 아, 그때 맑았던 하늘에 갑자기 구름이 몰려오는 게 아니겠습니까.


살랑바람을 더 받고자 옷을 벗으려 하던 나그네가 갑자기 낀 구름에 서늘함을 느껴 도로 옷깃을 여미었습니다. 바람은 살랑바람 남실바람 선들바람 건들바람... 재주껏 여러 바람을 나그네에게 보냈지만 한 번 닫힌 옷깃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결국 불다 불다 지친 바람이 물러서자마자 구름이 걷혔습니다.

이때다 싶어 이번엔 해가 나섰습니다. 구름이 걷히고 나그네가 다시 걸음을 옮기자 해는 자신의 장기인 따뜻함으로 나그네를 감쌌습니다. 이제 조금 더 세기를 더하면 나그네는 옷을 벗을 수밖에 없고, 그러면 최종 승자는 자기라는 생각에 흐뭇함을 빠알갛게 드러내며 나그네를 비추었습니다.


짐작대로 서서히 몸을 달구는 해의 작전에 나그네가 옷을 벗으러 옷깃을 잡는 그 순간 해는 자신의 승리를 의심치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그때까지 가만있던 구름이 몰려드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늘이 생기자 서늘함을 느낀 나그네가 다시 옷깃을 여밈은 물어보나 마나 한 일.

다시 해와 바람의 경쟁이 이어졌습니다만 그때마다 구름이 훼방뿐이 되었습니다. 즉 바람이 유리할 즈음이면 나타나고, 해가 유리할 즈음에도 나타났으니까요. 여러 차례나 구름의 방해로 경쟁을 마치지 못해 승패를 결정짓지 못하자 둘은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런 다툼으로 이긴들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가를. 이긴 쪽은 순간적으로 기분 좋을지 몰라도 괜히 친구 사이에 의만 상하게 될 뿐. 해와 바람은 그 뒤 다툼을 멈추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에서 행동하기로 했습니다. 여름에 해가 뜨거울 땐 바람이 불어 시원하게 해 주고, 겨울에 된바람이 불 땐 해가 나와 따뜻하게 해 주고.


오늘도 하늘에선 해와 바람이 서로를 위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 커버 그림은 구글 이미지에서 퍼왔으며, '해와 바람'이란 제목은 '북풍과 태양'으로도 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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