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화 :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우화’ 고쳐 쓰기

@. 우화 '고쳐 쓰기'는 새로 창작 우화를 연재함이 아니라, 기존 잘 알려진 유명 우화를 다른 시각에서 고쳐 쓰는 글쓰기입니다.



제24화 :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우화’ 고쳐 쓰기



(1) 원본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이솝우화>에서)



토끼가 거북이의 걸음이 느린 것을 비웃었다. 그러나 거북이는 웃으며, 언제든지 토끼가 말하는 날에 자기는 토끼와 경주해서 패배시켜 보겠다고 말했다.

"그럼 한 번 해 보지요. 내 다리가 어떤 상태로 돼 있는가 금방 보여드리죠." 하고 토끼는 비꼬며 말했다.


이래서, 그들은 곧 출발하기로 동의를 했다. 거북이는 잠시도 쉬지 않고 늘 한결같은 걸음걸이로 느릿느릿 떠났다. 토끼는 이 점을 몹시 깔보며, 잠깐 낮잠을 자고 가도 그래도 자기는 당장에 거북이를 따라붙을 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토끼가 낮잠을 자고 있는 동안에 거북이는 느릿느릿 걸어갔는데, 토끼가 너무 많이 자버려서 목표 장소에 당도해 보니 거북이가 자기보다 먼저 도착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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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우화’ 고쳐 쓰기



어느 산골 ‘토끼 마을’에 가장 어른이신 토선생이 병이 들어 죽는 날을 앞두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남은 숨을 몰아쉬며 토선생은 아끼는 제자들을 모이게 한 뒤 유언을 합니다. 토선생이 아끼는 제자 가운데는 올해 ‘전국 토끼 마라톤 대회’에서 우승한 토돌이도 앉았습니다. 토선생은 억지로 손을 들며 토돌이를 자기 가장 가까운 자리로 부릅니다.


“자...네... 내 말...을... 듣...고... 꼬옥... 실천해... 주게...”

가쁜 숨을 몰아쉬며 띄엄띄엄 소리 내는 토선생은 예전 ‘거북이와 토끼의 간’에 얽힌 고사(古事)부터 끄집어냅니다.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옛날 용왕이 병에 걸려 죽을 날만 기다릴 때, 용왕 주치의가 토끼의 간을 먹으면 살아날 수 있다고 말하자, 물고기가 육지로 나감은 죽으려 가는 것과 다름없어 다들 머뭇거릴 때 거북이가 용감하게 손을 들며 자기가 가겠다고 합니다.

마침내 토끼를 용궁에 꼬셔 데려왔는데 토끼가 여간 꾀 많은 게 아닙니다. 자기는 간을 넣었다 뺐다 할 수 있는데 마침 그때 육지 바위에다 간을 널어놓고 와서 간을 줄 수 없다고. 워낙 태연하게 말하는 토끼의 꾀에 다들 속아 거북이가 다시 토끼를 육지로 데려옵니다. 헌데 육지에 발 디디자마자 토끼는 보란 듯이 거북이를 비웃으며 말합니다.

“야 이 어리석은 물짐승아, 세상에 간을 넣었다 뺐다 할 수 있는 짐승이 어디 있느냐?”


거기까지 힘들게 말한 토선생이 마지막 힘을 모아 마지막 비밀을 얘기해 줍니다.

자기 선조에게 속은 거북이가 자살하려 할 때 도인이 나타나 선약(仙藥)을 줘 용궁으로 돌아가 용왕의 병이 나았다고 전해지지만, 사실은 토끼의 간을 못 구해 용왕은 죽고 거북이는 만고역적이 되어 바닷가에 숨어 살고 있다고.

거북이 선조와 토끼 선조들 사이에 있었던 일을 전해준 토선생은 토돌이에게 그때의 미안함을 꼭 사죄하라는 유언을 남기고 마침내 눈을 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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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돌이는 토선생이 하늘로 가신 뒤 며칠을 두고 거북이에게 사죄할 방안을 연구했습니다. 마침내 계획이 서자 바닷가로 거북이를 찾아 나섰다가 만났습니다.

토 : 어이, 느림보에다 게으름뱅이에다 찌질이야!

거북이가 무슨 소리가 들려 자기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니라 여겨 고개를 좌우로 둘려보다 오직 자기뿐임을 알고 그쪽을 바라보았습니다. 귀가 유난히 길고 몸통은 하얀 털로 덮여 있는데 눈은 아주 새빨갛습니다. 처음 보는 동물이 자기를 욕하는 소릴 들었으니 가만있겠습니까?


거 : 뭐라고, 이 하얀 털의 미치광이 녀석아! 내가 게으름뱅이인지 느림보인지 찌질이인지 어찌 알고 아가리를 함부로 놀리며 다니냐?

토돌이는 옳다구나 했습니다. 거북이의 약을 올리는 작전이 먹혀든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토 : 니가 느림보인 게 하도 게을러서 그렇다며?

거 : 니놈이 내가 느림보인 걸 본 적 있어? 그리고 내가 니놈더러 하얀 털의 미치광이라 하면 기분 좋던?


토돌이도 기분 나빴지만 내색하지 않고 덤덤하게 대꾸합니다.

토 : 내 털이 하얗고 눈깔이 빨갛다고 그리 부르면 할 수 없지 뭐, 이 느림보 자슥아!

거북이가 토끼의 약점을 잡으며 계속 공격해 봤지만 또다시 나온 느림보라는 말에는 기분이 더욱 나빠졌습니다.

거 : 야 이놈아, 니가 빠르면 얼마나 빠르다고 나더러 자꾸 ‘느림보’ ‘느림보’ 하니?

토 : 나야 한 발로 걸어도 니보다 더 빠르지. 아니 한 눈 감고 한 발로 걸어도 느림보랑 비교할 수 없지.


거북이는 약이 더 올랐습니다. 겉으로 보아서는 상대가 그리 빠르지 않아 보였거든요.

거 : 좋다, 그럼 달리기 내기를 하자.

어거지로 달리기 경주 내기에 성공한 토돌이는 회심의 미소를 짓습니다. 토돌이는 토선생으로부터 거북이의 달리기 실력을 들었는지라 언제든 이길 수 있음을 잘 알고 있으나 거북이는 선조들로부터 들은 적 없어 토끼에 대한 정보가 없어 얼마나 잘 달리는지 모릅니다.


물속 짐승으로 자라가, 육지짐승으로 다람쥐가 증인을 선 채 마침내 경주가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 토끼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달렸습니다. 거북이는 그 빠름을 보고 ‘아차!’ 했지만 이미 돌이키기엔 늦었습니다. 바람의 속도로 달린 토끼는 거북이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뒤쳐지자 그 자리에 누웠습니다.

거북이가 토끼 누운 자리를 지나칠 무렵 잠시 고민했습니다. 자고 있는 토돌이를 깨울까 말까로. 그러다가 자기를 무시하고 놀리던 녀석을 생각하곤 그대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거북이가 어느 정도 멀어졌다고 여겨질 때 토끼는 뒤를 따라 다시 앞질렀습니다. 앞질렀다가는 사이가 멀어지면 다시 토돌이는 자는 척하고. 거북이가 겨우 따라붙으면 다시 일어나 달리고.

그러니 거북이는 약이 올라 미칠 지경입니다. 그냥 포기할까 하는 마음도 들었습니다만 이기지 않고서는 분이 풀리지 않을 것만 같아 다시 걸었습니다. 결승선을 저만큼 앞두고 토끼는 다시 잠자는 척하고.

이번에는 토끼가 전보다 늦게 일어났습니다. 거북이를 추월하기에는 늦을 만큼. 거북이는 마지막 힘을 모아 결승선을 통과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거북이가 승리했습니다.


거북이의 승리 소식이 증인으로 나선 자라를 통해 용궁에 알려지자 거북이는 예전 역적의 후손이라 욕먹던 처지에서 일약 영웅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바닷가에만 살던 거북이는 바닷속을 드나들어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습니다.

지금도 거북이는 알 낳을 때 말고는 바닷속을 유유히 헤엄쳐 다니고 있습니다. 한 번씩 알 낳기 위해 밖을 나올 때는 저 멀리 산 쪽을 한 번씩 바라다보는 버릇이 생긴 것도 그즈음입니다.


모르는 사람들은 거북이가 알 낳을 때 천적이 오는가 조심해 살핀다고 하지만, 저 산속에 사는 토끼가 왜 자기에게 졌는지 잘 알기에 산 쪽을 쳐다봄은 오직 거북이들만이 아는 사실입니다.


*. 커버 그림과 글 속 그림은 모두 '깨비키즈' 영상 캡쳐한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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