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화 : ‘시골쥐와 서울쥐 우화’ 따라 쓰기

@. ‘우화 따라 쓰기’는 일종의 모방하는 글쓰기로 기존 우화에 내용은 비슷한데 주인공이 바뀐 형태입니다.



제28화 : ‘시골쥐와 서울쥐 우화’ 따라 쓰기



(1) 원본 ‘시골쥐와 서울쥐 우화’(<이솝우화>에서)



옛날, 서울에 친구를 가지고 있는 시골쥐가 오래 사귀어온 우의로써, 그 친구에게 시골에 놀러 오라고 초대했다. 이 초대가 정식으로 받아들여져서, 시골쥐는 초라하고 거칠고 얼마간 검소한 성격이긴 했지만 옛 친구에 대한 환영의 표시로 그의 마음은 물론 저장해 놓은 창고까지 개방했다.

까다로운 손님 입에 맞도록 질적으로 부족한 점은 없을까 염려되는 점은 양으로 메꾸어 보려고 생각하고, 시골쥐는 완두콩이나 보리, 치즈 조각이나 도토리 등, 그 저장해 놓은 식량 가운데서 정성 들여 모아 놓은 그 어떤 한 조각도 끄집어내지 않는 것이 없었다.


서울쥐는 시골쥐가 앉아서 보리 지푸라기를 갉아먹고 있는 동안, 이것저것 아주 조금씩 입에 대 보는 것이었는데, 마침내 깜짝 놀란 듯이 말했다.

"자네, 어째서 이런 촌스런 생활의 답답함을 참고 지내나? 자네는 구멍 속에 틀어박힌 두꺼비처럼 지내고 있군, 그래. 자네도 실은, 마차나 사람으로 가득 찬 서울의 큰 거리보다 이 쓸쓸한 바위라든가 숲 쪽이 더 좋을 리는 없을 테지. 자네는 정말, 여기에서 비참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거야. 우리들은 생명이 있는 한 되도록 즐기지 않으면 안 되네. 왜냐하면 새앙쥐란 것은 언제까지든지 살아 있는 게 아니지 않아? 그러니까 나를 따라 서울로 가세. 그러면 진정한 생활이 무엇인지 서울이 어떤 곳인지 자네에게 보여 주겠네."


이러한 멋진 말과 고상한 태도에 넘어가서 시골쥐는 친구의 말을 따랐다. 둘은 함께 서울로 길을 떠났다. 그들이 서울에 남몰래 숨어든 것은 벌써 늦은 저녁때이며, 서울쥐가 살고 있는 커다란 저택에 당도했을 무렵에는 한밤중을 지나 있었다.

거기에는 빨간 비로드 침대가 있고, 상아로 된 조각품이 있어서, 한 마디로 말해 부유와 사치를 보여 주는 것들이 뭐든지 다 갖추어져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훌륭한 파티의 먹다 남은 음식이 놓여 있었는데, 그 음식상을 차리기 위해서는 전날 서울에서 가려 뽑은 상점들이 하나도 남김없이 털렸던 것이었다.


이번에는 드디어 주인역을 하는 서울쥐의 차례였다. 그는 시골쥐를 붉은 자색빛 이부자리 위에 앉히고, 그가 원하는 것을 뭐든지 해 주려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계속 음식을 내주고, 맛있는 것을 권하고 그리고 왕의 시중이라도 드는 듯이 맛있는 음식도 시골 친구 앞에 권하기에 앞서서 일일이 자기가 먼저 맛을 보는 것이었다.

시골쥐 역시 아주 마음이 느긋해진 태도를 보이며, 자기 생활에 이런 변화를 끼쳐 준 행운을 기뻐했다. 그런데 이렇게 자기가 내팽개치고 온 가난한 식사를 생각하며 한창 즐거움 속에 있을 때, 갑자기 방문이 활짝 열리고 한밤중의 파티로부터 돌아가려고 하는, 들뜬 사람들의 떠들어대는 무리가 우르르 방 안으로 몰려들어왔다.

깜짝 놀란 새앙쥐들은 몹시 당황하여 테이블 위에서 뛰어내려 제일 가까운 한구석으로 몸을 감추었다. 그런데 그들이 위험스레 밖으로 몰래 나오자마자 개들이 짖어대어 전보다도 더욱 기겁을 해서 쫓겨 돌아오고 말았다.


마침내 주위가 조용해졌다고 생각되었을 때 시골쥐가 그 피신처에서 몰래 빠져나와 친구에게 작별 인사를 하면서 귓전에다 속삭였다.

"오, 좋은 친구여, 이 훌륭한 생활은,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충분히 좋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나에겐 공포와 근심이 기다리고 있는 산해진미를 늘어놓는 축제보다도 편안하게 아무런 위험도 없이 저 보리로 만든 빵이 먹고 싶네."



(2) 목우씨의 ‘시골쥐 서울쥐’ 따라 쓰기



* 두더지와 들쥐 *



한티 마을에 사는 두더지는 오늘도 투덜투덜 대며 땅 속에서 앞발을 재게 놀리고 있습니다.

“아, 너무 힘들어! 다른 짐승은 걸을 땐 그냥 네 발만 놀리면 되는데 나는 이렇게 두 발로는 힘들게 땅을 파가면서 두 발로만 걸어야 하니…. 걸을 때만이라도 그냥 편히 걸을 수는 없을까?”


땅을 파느라 상한 앞발을 주둥이로 핥고서는 피 섞인 침을 ‘퇘! 퇘!’ 하고 내뱉으며 계속 투덜거립니다.

“오늘은 하필 돌이 많은 돌밭을 뚫고 가다 보니 앞발이 다 까져 며칠 쉬지 않으면 안 되겠네. 나도 그냥 편히 네 발로 땅 위를 사뿐사뿐 걸어 다닐 수만 있다면 좋을 텐데….”


echidna-g68791c786_1920.jpg (두더지 1)


한티 마을에는 들쥐도 살고 있습니다. 들쥐 역시 투덜거리기는 마찬가집니다.

“움직이려 할 때마다 주위를 살핀 뒤 아무도 없을 때만 기어가야 하니…. 너무 스트레스받아. 나는 아마도 제 명대로 못 살 거 같아.”

밑둥치가 다 썩어가는 홰나무 옆에 숨어 사방을 살피면서 옆구리가 아픈지 앞발로 닿지도 않건만 만지려 애쓰며 계속 투덜댑니다.

“오늘만 해도 길고양이 놈 때문에 옴짝달싹도 못해 아침을 굶어야 했고, 점심때는 또 갑자기 나타난 너구리에게 얼마나 놀랐는지…. 조금 전에는 또 어떻고…. 소리개가 노려보고 있는 줄 모르고 걷다 옆구리를 할퀴었잖아. 힘센 나쁜 놈들이 없는 편안한 땅 속에 살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앞이 환해지기에 두더지가 눈을 비비며 고개를 살며시 들었더니 그곳은 그늘 진 나무 아래였습니다. 비록 그늘이 졌다고 하나 두더지에게는 너무 눈부셔서 눈을 한참 더 비비다가 겨우 앞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아 그때 저쪽에서 웬 낯선 동물이 있는 게 아닙니까? 두더지는 재빨리 땅 속으로 숨어 들어갔습니다.

그때 나무 아래 숨어 있던 들쥐도 깜짝 놀랐습니다. 땅이 들썩들썩거리더니 갑자기 웬 녀석이 머리를 쏙 내미는 게 아니겠습니까? 처음부터 밖에서 마주쳤더라면 달아났으련만 생각도 못한 곳에서 마주친 바람에 채 달아나기도 전에 그쪽에서 먼저 땅속으로 쏙 들어갔습니다.


들쥐는 가만히 생각했습니다.

‘저 녀석은 … 전에 몇 번 본 녀석 같은데 … 어디 사는 누구지? 전에도 날 보고 숨더니만 오늘도 마찬가지잖아. 나를 보는 숨는 건 … 짜아식, 안 속는다 안 속아. 네가 날 꾀어내려고 용을 쓴다마는 … 난 바보 아니거든. 멍청이가 아니란 말야. 그렇지만 바로 달아나진 않겠어. 어떤 놈인지 제대로 모르면서 나보다 덩치 작은 녀석을 보고 달아나기엔 나도 자존심 있거든. 네가 나를 안심시킨 다음에 공격하겠지 …. 다 알고 있어. 하지만 내가 네 머리 위에 있다는 걸 알아야지. 네가 아무리 빨리 달려들어도 이 거리라면 충분히 숨어버릴 수 있단 말야.’


두더지 역시 고개를 땅 속으로 밀어 넣은 뒤 가만히 생각해 봅니다.

‘저 녀석은 얼마 전 이곳에서 본 녀석이잖아. 맞아. 그저께 비 온 뒤 연못에 나와 있는 달팽이를 잡아와 먹이창고에 저장하려고 나왔을 때 본 녀석이 분명해. 그때도 오늘처럼 갑작스럽게 마주쳤지. 아냐, 갑작스럽게 마주친 게 아냐. 분명히 나를 노리고 있었던 거야. 내가 간혹 이곳에 나온다는 걸 알고 …. 그렇지만 넌 날 잘 몰라. 내가 그런 잔꾀에 속아 넘어갈 줄 알고 … 하지만 멀리 달아나고 싶진 않은 걸. 모타리가 나 정도밖에 안 되는데 … 만약 잡으러 오면 땅 속으로 달아나면 그만이지, 뭐.’


mouse-g619443945_1920.jpg (들쥐 1)


두더지와 들쥐는 서로의 은신처에 웅크린 채 상대방을 읽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다만 여차하면 달아날 작정으로 뒷발에 잔뜩 힘을 준 채. 속으로는 서로 상대방이 먼저 사라지면 자기도 가겠다고 생각했는데 서로가 버티는 바람에 옴짝달싹도 못하고 그렇게 있어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어둠이 찾아왔습니다. 두더지는 두려움이 일었지만 궁금증이 더 커 다시 머리를 좀 더 앞으로 내밀어 보았습니다. 물론 뒷발에 힘을 준 채 무슨 일이 생기면 재빨리 달아날 준비를 하고. 두더지가 살며시 고개를 내밀자 저쪽에 아까 본 녀석이 이쪽을 노려보는 듯한 눈빛을 보자 무서움이 일었지만 덩치가 크지 않다는 사실에 용기가 생겼습니다.


들쥐 역시 두더지를 보고 조금 겁이 났지만 뒤로 물러서지 않고 그쪽을 노려보았습니다. 아무래도 자기보다 모타리가 작은 게 확실해 보였습니다. 한 발 슬쩍 앞으로 내디뎠습니다. 그러나 저쪽에서 멈칫하는 듯했으나 물러나지 않기에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었습니다.

또다시 둘 사이에 긴 대치가 이어졌습니다. 대치 시간 동안 둘은 서로를 살펴볼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어렴풋이나마 상대가 저를 해칠 능력을 가진 존재가 아님은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솜솜이 뜯어보면 자기랑 그리 다르지 않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먼저 말을 꺼내긴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먼저 용기를 낸 쪽은 들쥐입니다.


“우리 몇 번 본 것 같은데….”

“그런 거 같은데….”

“나는 남들이 들쥐라 부르는데, 너는?”

“난 두더지라 해.”

“두더지?”

“그래. 그러고 보니 너랑 나랑 같은 종족이네.”

“나는 ‘쥐’이고, 너는 ‘지’인데 어떻게 우리가 같은 종족이지?”

“나도 오백 년 전까지는 ‘두디쥐’라 불렸어.”

“그렇구나. 그래도 너랑 나랑 같은 종족일 수는 없어. 너는 늘 땅 속에서 솟아나던데…”

“사는 곳이 다르다고 같은 종족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잖아. 여우도 추운 곳에 살면 흰빛의 털을 지니고, 더운 곳에 살면 누런 털을 지닌다고 했어.”


“그건 그렇지만 … 그래 네 사는 곳은 어때? 나는 정말 이곳이 살기 싫어. 낮에는 땅 위에 길고양이가, 하늘에선 소리개가 호시탐탐 노리지. 밤이라고 편하지도 않아. 오소리란 놈이 어슬렁어슬렁 나타나 느릿느릿한 걸음에 마음을 놓으려 하면 얼마나 잽싸게 낚아채는지… 나무 위의 올빼미는 또 어떻고. 언제든 녀석의 밥이 될 수밖에 없으니.”

“그렇구나. 참말로 딱하네. 나도 사실은…” 하다가 두더지는 말을 돌렸습니다.

“너에 비하면 나는 진짜 편하게 살고 있네.”

“그렇지. 땅 속에는 너를 괴롭히는 녀석들이 아무도 없지?”

“아니 사실은?” 하다가 다시 두더지는 말을 돌렸습니다.


mole-g4cb6cbe5d_1280.jpg (두더지 2)


“이곳에 비하면 천국이지. 먹을 게 풍부하지. 천적이 하나도 없지.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 게 없이 언제나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지. 정말 살기 좋은 곳이야.”

“그런 곳에서 살아봤으면…”

하며 들쥐의 눈동자가 이상향을 꿈꾸듯 아련해졌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두더지가 슬며시 속의 말을 꺼냅니다.

“우리 서로 바꿔 살아보지 않으련?”

들쥐는 듣던 중 반가운 소리에 두더지를 이리 훑고 저리 훑어보았습니다. 그러나 그의 얼굴엔 한 점 거짓이 없어 보입니다.



그래서 둘은 마침내 서로의 처지를 바꾸기로 하였습니다. 서로에게 필요한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두더지는 들쥐에게 땅굴 구석구석에 필요한 방이 여럿 있고, 또한 화장실이 따로 있으며, 뿐만 아니라 적이 들어오면 피해 도망치는 비상구도 만들어져 있다는 사실을요. 들쥐가 바로 듣고 싶었던 정보이지요. 늘 목숨의 위협을 받으면서 살아가는 들쥐에게 그보다 더 나은 정보는 없었지요.

들쥐도 두더지에게 여러 가지 정보를 알려줍니다. 어디 가면 먹을 게 있고, 사실은 훔쳐 먹어야 하지만 그저 창고에 든 양식을 갖고 오듯 편히 갖고 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지요. 두더지에게 양식 구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했는데 이런 정보를 들으니 땅 위에서의 생활이 너무나 화려한 것 같아 꿈에 부풀었습니다.


들쥐는 한동안 행복했습니다. 두더지가 구해놓은 먹이가 입에 꼭 맞지는 않았지만 못 먹을 만큼은 아니어서 그걸 먹으면 굶어 죽을 염려는 없고, 또 약간 습하지만 잠자리도 견딜 만하고, 특히 잠이 부족한 그에게 땅 속은 늘 어두우니 더없이 좋은 장소였습니다.

두더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비록 땅 위는 눈이 너무 부셔서 생활하기 어렵지만 야간에만 움직이면 되었으니까요. 게다가 더없이 신선한 공기를 마시니 살 것 같고, 늘 지렁이, 달팽이, 지네 등의 비릿비릿한 먹이만 먹다가 연한 나무뿌리도, 씨앗도, 밤도, 메뚜기도 먹으니 처음엔 좀 이상했지만 자꾸 먹다 보니 입에 착 달라붙었습니다.


들쥐와 두더지는 둘 다 바뀐 생활에 만족했습니다. 각자 처음 적응할 땐 조심스럽게 행동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차츰 대담해졌습니다. 들쥐는 두더지가 뚫어놓은 구멍 안을 돌아다니다가 두더지가 가지 않았던 곳까지 가보곤 했습니다. 물론 앞발이 약해 스스로 뚫기보다 뚫어진 구멍 속을 드나든 거지만요.

두더지는 겁이 많아 들쥐가 누누이 강조했던 위험 지역과 위험 대처 요령을 잊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땅 속에 있을 때보다야 먹을 게 풍부했지만 먹는 양은 훨씬 적었습니다. 눈이 어두운 게 탈이지요. 그럴 때마다 가끔씩 자기가 땅 속에 만들어놓은 식량창고가 떠올랐습니다. 마른 먹이창고, 젖은 먹이창고, 숙성시킨 먹이창고 등등.


rodent-g091f2a30d_1920.jpg (들쥐 2)


어느 날 들쥐는 또 다른 구멍을 발견했습니다. 두더지가 뚫어놓은 구멍은 아니지요. 두더지는 주로 마른 흙을 파서 구멍을 내는데 그곳은 잔잔한 돌이 엉켜 있는 곳입니다. 그러나 들쥐는 걱정하지 않습니다. 이미 다녀본 구멍은 재미없지요. 호기심을 온몸으로 두른 들쥐에게 그건 사실 어울리지 않은 일이니까요.

들쥐는 조심스럽게 들어갔습니다. 조심만큼 필요한 교훈은 없으니까요. 얼마쯤 들어갔을까요, 무언가 발에 물컹하고 밟히는 게 있었습니다. 재빨리 되돌아 나왔습니다. 그러나 호기심만큼 위험한 단어도 또 없지요. 자기가 밟은 물컹하는 감촉의 주인공을 알아보지 않고는 도무지 잠이 올 것 같지를 않았습니다.

다시 밟은 그곳은 서늘한 느낌을 주었지만 여전히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아 제법 깊숙이 들어갔다고 느끼는 순간 갑자기 휘둘러진 채찍에 들쥐는 그만 감기고 말았습니다. 숨이 막혀 죽어가면서 들쥐는 비로소 닿으면 차갑고, 길이가 긴 동물이 생각났습니다. 뱀의 먹이로 입 속에 들어가는 순간 그 생각은 끊겠지만 말입니다.


두더지는 너무 배가 고팠습니다. 먹이를 주우려 해도 보이지 않았고, 냄새로 찾으려 해도 처음 맡는 냄새가 대부분이라 먹을 수 있는 것인지 못 먹을 것인지 알 수 없어 그냥 지나쳐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더욱 배가 고팠습니다. 나중엔 들쥐가 일러준 위험 지역도, 위험 대처요령도 잊어버릴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아침부터 줄곧 걸어선지 꽤 많은 거리를 왔나 봅니다. 다행인 건 해가 지고 어둠이 밀려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어둠 속에선 자신이 있었지요. 그러나 주변을 둘러보았을 땐 먹을 게 보이지 않아 다시 걸었습니다. 어, 그런데… 갑자기 앞이 밝아지면서 앞을 제대로 볼 수 없는 게 아니겠습니까. 두더지는 자기도 모르게 도시로 나왔던 것입니다.


들쥐가 일러준 위험 지역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온몸의 신경이 쭈삣 섰습니다. 얼른 숨을 곳을 찾았습니다. 다행히 빛이 없는 곳이 보였습니다. 재빨리 거기로 옮겼습니다. 정말 다행인 건 옮긴 그곳에는 먹이가 충분했습니다. 군데군데 내동댕이쳐진 비닐봉지 속에서 입맛을 돋우는 냄새가 솔솔 흘러나옵니다. 절로 발길이 그쪽으로 옮겨진 건 너무나 당연한 일.

비닐봉지를 뜯어 깡통에 반이나 담긴 맛있어 보이는 음식에 입을 대는 순간 갑자기 들려온 “야옹!” 하는 소리와 함께 목의 살점이 뜯겨나가서야 들쥐가 일러준 가장 무서운 적이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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