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화 따라 쓰기’는 일종의 모방하는 글쓰기로 기존 우화에 내용은 비슷한데 주인공이 바뀐 형태입니다.
제30화 : '까마귀와 비둘기 우화' 따라 쓰기
(1) 원본 '까마귀와 비둘기 우화'(<이솝우화>에서)
어느 까마귀 한 마리가 정말 맛있고 풍부한 모이를 먹고 있는 흰 비둘기 무리를 발견한다. 이 비둘기들이 너무 부러운 까마귀는 온몸을 흰색으로 칠하고 비둘기로 가장해 무리에 끼어든다. 비둘기는 까마귀라는 것을 미처 알아채지 못하고 같이 모이를 쪼아 먹고 있었다.
그런데, 맛있는 모이를 먹고 기분이 좋아진 까마귀가 자신이 비둘기로 가장하고 있음을 잊고, 자신도 모르게 까마귀 소리를 내고 말았다. 까마귀였음을 알아챈 비둘기들은 까마귀를 당장 내쫓았다.
쫓겨난 까마귀는 원래 있던 까마귀 무리도 돌아온다. 하지만 까마귀는 자신의 몸을 하얗게 칠한 사실을 잊고 있었다. 까마귀들은 다른 새로 오인해 그 까마귀를 쫓아내고 말았다. 결국 그 까마귀는 어느 쪽에도 속할 수 없게 되었다.
(2) '까마귀와 비둘기 우화' 따라 쓰기
* 까마귀와 백로 *
벌판을 안고 흐르는 시내라 하여 벌안내라 이름 붙은 물가에는 여러 새들이 날아옵니다. 벌안내 물속에는 피라미, 붕어, 버들치 같은 민물고기가, 물 밖에는 온갖 벌레는 물론 사나운 새들의 먹이가 되는 개구리, 들쥐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날아드는 새들을 일일이 들자면 한이 없지만 대충 보이는 새들로는 할미새, 백로, 말똥가리, 황조롱이, 논병아리, 청둥오리, 민물가마우지, 직박구리, 쇠뜸부기, 물닭, 참매, 원앙 등입니다. 아 한 종류가 빠졌군요. 바로 텃새로 남은 까마귀입니다.
원래 까마귀는 여기 머무는 새가 아니었습니다만 어쩌다가 한 번씩 들를 때면 수백 마리가 한꺼번에 와서 먹이를 다 쓸어갑니다. 어느 해인가 떼 지어 들렀던 까마귀가 떠나면서 어쩐 일인지 몇 마리만 남아 텃새가 돼 버렸습니다. 그들 중에 유난히 빛깔이 검은 까마귀의 이름이 ‘깜장이’입니다.
깜장이는 벌안내에선 무서운 존재가 없습니다. 참매나 황조롱이가 자기보다 더 사납지만 자기 혼자만 있는 거라면 몰라도 떼 지어 있으면 아예 건드릴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잡식성이다 보니 먹을 것은 또 얼마나 많은지요. 특히 들짐승, 새, 큰 물고기 등의 시체가 언제나 한두 마리 있으니까 굳이 애써 먹이를 찾아다니지 않아도 됩니다. 건드리는 존재가 없고, 먹이 걱정을 안 해도 되는 벌안내 주변은 깜장이에게 천국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러나 깜장이가 부러워하는 새가 딱 하나 있습니다. 바로 백로이지요. 쭉 뻗은 다리와 순백의 우아한 깃털, 길고 끝이 뾰족한 부리를 내밀고 목을 쭉 빼 꼿꼿이 서면 정말 그 모습이 환상적입니다. 새 중에 귀태가 잔잔히 흐르는 백로를 드러내놓고 쳐다보기엔 자존심이 상해 몰래몰래 훔쳐볼 따름입니다.
안 보면 모르는데 날마다 훔쳐보다 보니 부러움은 더욱 커져 갑니다. 누가 보는 이 없으면 한 번씩 백로의 모습을 흉내 내 보기도 합니다. 그러나 까마귀는 까마귀일 뿐 백로가 될 수 없습니다. 다리도, 깃털도, 부리도, 선 자세도 도저히 따라갈 수 없지요. 애초부터 작달막한 다리, 뭉툭한 부리, 살짝 구부러진 허리, 시커먼 깃털. 절망적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하늘로부터 얻은 걸 어떻게 바꿀 수가 없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한 생각이 났습니다. 다리를 늘일 수 없고, 부리도 길고 뾰족하게 할 수 없고, 허리를 쭉 펼 수 없지만 깃털은… 그렇습니다. 깃털은 빛깔만 바꾸면 백로처럼 될 수 있다는데 생각이 미쳤습니다. 검은 빛깔을 흰빛으로 바꾸면 반쯤은 백로의 태가 나지 않을까 하고 말입니다.
깜장이는 다음날 바로 행동으로 옮겼습니다. 흰색을 몸에 바르기 위해 흰빛 나는 무엇인가를 찾기로 했습니다. 그건 오래지 않아 쉬 눈에 띄었습니다. 냇가 주변에는 배추밭, 무밭, 홍당무밭, 양파밭, 마늘밭 등의 남새밭이 많습니다. 그중 부추밭을 보는 순간 저도 모르게 “됐다!”라고 외쳤습니다. 부추밭에는 하얀 재거름이 덮여 있기 때문입니다.
깜장이는 망설이지 않고 재거름 위를 뒹굴었습니다. 한 번으로는 금세 지워질까 봐 몇 번이고 뒹굴었습니다. 얼마나 뒹굴었는지 조심해보지 않으면 표가 나지 않을 정도로 하얗게 변했습니다. 비록 다리와 부리 길이, 구부러진 허리는 그대로여도 날갯빛만큼은 누가 봐도 백로와 닮았습니다.
깜장이는 의기양양하게 자기들 무리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깜장이의 모습을 본 다른 까마귀들이 처음에는 어리둥절해하다가 백로를 닮기 위해 그렇게 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굉장히 화를 냈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자기들의 무리에서 쫓아냈지요. 깜장이는 쫓겨났지만 억울하지 않았고, 슬프지도 않았습니다. 백로처럼 순백의 우아한 날개만 가지면 다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깜장이는 백로를 찾아갔습니다. 홀로 살던 백로는 자기와 모습은 다르지만 빛깔이 같은지라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그때부터 깜장이는 필사의 노력을 했습니다.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았습니다만 바람이 불면 검은빛이 드러나 아찔할 때가 한두 번 아닙니다. 그럴 때마다 부추밭에 가 뒹굴다 오곤 하였지요.
하지만 문제가 생겼습니다. 부추밭에 재거름이 흙 속에 스며들면서 제 빛을 잃어버리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뒹굴어도 흰빛이 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동료인 줄 알고 좋아하던 백로가 검은빛으로 변해가는 깜장이를 보면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더니 완전히 검은빛이 되었을 때 곁에서 떠났습니다.
이제 깜장이는 동료도 백로도 없이 혼자 남게 되었습니다. 홀로 남은 깜장이는 외로움을 이겨내기 어려웠습니다. 벌안내는 까마귀에게 고향이었습니다만 이제 고향이 아닙니다.
그래서 다음 해 겨울 까마귀 철새가 왔다가 떠날 때 함께 날아올랐습니다. 그러나 잠깐잠깐 주변을 날던 날갯짓으론 그 머나먼 길을 갈 수 없었습니다. 넓은 바다를 건너던 중 깜장이는 동료들의 무리 속에서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깜장이가 떠나고 난 뒤 백로 역시 홀로 있게 되었습니다. 백로에게도 벌안내 주변은 살기 좋은 곳입니다. 피라미와 같은 작은 민물고기가 지천이라 먹을 걸 걱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느낌이 든 건 까마귀가 떠나고 난 뒤부터였습니다. 처음부터 계속 홀로 살았더라면 몰랐겠지요. 하지만 까마귀와 함께 지내면서 ‘함께함의 기쁨’을 누리다가 홀로 되니 외로움이 문득문득 밀려오곤 합니다. 가끔씩 왜가리도 오고 아주 드물지만 재두루미가 와도 그런 마음은 쉬 가시지 않습니다.
그러나 백로에게 가장 큰 고민은 그게 아닙니다. 바로 황조롱이와 참매입니다. 몸집 차이는 별로 나지 않으나 걔들이 워낙 부리가 날카롭고 사나워 자칫 공격당했다간 어느 한 곳이 부서집니다. 어느 부위든 다치면 먹이 사냥을 할 수 없고 그러면… 큰일입니다. 그래서 먹이를 찾으면서도 한 눈으로는 그 녀석들의 움직임을 관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문득 백로는 떠나간 까마귀가 부러웠습니다. 까마귀는 떼를 지어 있어서 황조롱이와 참매가 건드리지도 않거니와 빛깔이 검어 어디 숨으면 찾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자기는 큰 키에 흰빛이라 아무리 몸을 숨겨도 쉬 발견됩니다. 키를 줄일 수는 없지만 빛깔만이라도 바꿀 수만 있다면… 그래서 까마귀 무리와 어울릴 수 있다면…
어느 날 백로의 눈에 한 농부가 보리를 다 베고 난 뒤 보릿짚을 태우고 있는 광경이 들어왔습니다. 보릿짚이 타고 남은 재는 무척이나 까맣습니다. 백로는 큰 키 때문에 보릿짚재를 묻히기가 어려웠습니다. 키가 작았더라면 그냥 뒹굴면 되나 긴 다리는 뒹구는데 장애가 될 뿐입니다. 그래도 애를 써 날개에 재를 묻히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런 뒤 백로는 까마귀들이 노는 곳 가까이로 가 눈치를 살폈습니다. 바로 무리 속에 들어가고 싶었으나 왠지 꺼림칙해서 근처에서 놀면서 기회를 엿보기로 한 거지요. 까마귀들은 이상하게 키가 크고 부리가 긴 백로를 경계했습니다만 키만 멀대 같이 클 뿐 허약해 보이는지라 신경을 쓰지 않고 저희들끼리 하던 일을 계속했습니다.
백로가 까마귀 무리 속에 들어가지 않고 근처에 있는 것만 해도 예전과 달리 황조롱이와 참매는 눈짓조차 주지 않아 자신의 현명함에 스스로 만족했습니다. 더욱 다행인 건 검은빛은 잘 없어지지 않고 오랫동안 남아 있어 일부러 자주 칠하러 갈 필요가 없었습니다. 의심의 눈초리를 피하려 꼿꼿이 선 허리를 살짝 구부림으로써 완벽한 변신에 성공했지요.
적으로부터의 공격 위험이 사라지자 백로의 하루하루는 행복 그 자체였습니다. 늘 경계하느라 조심조심 생활하다가 위험에서 벗어나 주변을 돌아볼 여유까지 생기니 모든 게 다 좋아 보였습니다. 시냇물 흐르는 소리가 어찌 그리 듣기 좋은가요. 또 풀빛이 이리도 고운지 정말 예전에 몰랐습니다. 그뿐인가요, 피라미가 이리도 맛있는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해가 높이 떠 있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흩뿌렸습니다. 백로는 본능적으로 비가 올 때와 오지 않을 때를 구별하는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비가 올 때는 나다니지 않지요. 특히 보릿짚재거름을 칠한 뒤에는 아주 조심했기에 한 번도 비 맞은 적이 없이 버텨왔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내리는 여우비는 본능으로도 알아차릴 수 없었지요.
여우비가 이내 그치고 백로는 순간적으로 내린 비라 검은빛이 벗겨진 줄 모르고 개울로 나가 먹이 사냥을 했습니다. 비 내린 뒤에는 물고기들이 유난히 나대기 때문에 사냥하기 쉽습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까마귀 무리가 자기를 보고 이상한 소리를 내는 걸 들었으나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까마귀들은 가끔씩 저들끼리 백로를 보고 그런 소리를 내곤 했으니까요.
그런데 갑자기 하늘에 먹구름이 낀 듯 어두워지면서 온신경이 빳빳이 서는 느낌이 왔습니다. 백로는 순간적으로 몸을 뒤틀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늦었습니다. 오른쪽 눈에 엄청난 고통이 밀려오면서 정신을 놓아버립니다. 마지막 순간 백로의 머리를 스쳐 간 건 자기를 공격한 게 황조롱이나 참매가 아니라 여우비라는 사실이었습니다.
*. 사진은 모두 구글 이미지에서 퍼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