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 아버지와 두더지소금
* 아버지와 두더지소금 *
어머니는 내가 어릴 때부터 편도선염으로 하도 고생하니까 나름의 비법(?)이라면서 여러 가지를 구해와 억지로 먹였다.
첫 번째는 어릴 때 일이다. 울엄마는 내가 목젖이 부어 고생할 때 어느 집에선가 얻어온 생선가시를 정수리에 올려놓고, 막 앞산 한 귀퉁이 사이로 얼굴을 내민 태양을 향해 손으로 양쪽 귀를 슬며시 잡아당겨 끌어올리게 한 뒤,
“내 목젖 올려 다오, 내 목젖 올려 다오.” 하고 두 번 외치게 했다.
중학생이 되자 이번에는 검은 빛깔의 이상한 가루를 약이라고 하면서 먹였다. 빛깔과 모양이 혐오스러워 피하려 했으나 막무가내셨다. 나중에사 구렁이알 볶은 가루라는 걸 알게 되었지만 나더러 ‘아’ 하고 입을 크게 벌리라 한 뒤 빨대로 힘껏 불어 목젖까지 밀어 넣어주셨다.
결혼한 뒤에도 일 년에 두어 번 목젖은 어김없이 부었고, 그때마다 중국에서 들어온 신통방통한 약이라며 진짜 좁쌀보다 더 작은 환약을, 어떤 땐 목젖의 부기를 가라앉히는데 즉효라며 새콤달콤한 사탕 같은 걸, 또 한 번은 보기만 해도 구역질이 날 것 같은 굼벵이 고아 달인 물을, 이젠 이름도 가물가물한 희귀한(?) 약들을 구해와 강제로 먹이셨다.
아버지도 어머니 못지않게 나름의 비방을 만들어 우리 가족에게 사용하게 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하나가 ‘두더지소금’이다. 두더지소금은 지금 사람들이야 이해할 수 없겠지만 치약 대신 사용하는 그러니까 순수 민간 조제 치약인 셈이다.
이 두더지소금을 쓴 경험을 초등학교 동기들이나 이곳 달내마을 어르신들에게 물어도 잘 모르는 걸 보니 아마도 여러 곳에서 사용한 거라기보단 하동(아버지 고향) 쪽에서 민간요법으로 쓰던 게 아닌가 한다.
‘두더지소금’ 하니까 혹 두더지가 땅속 집에다 모아놓은 소금을 상상할지 모르겠으나, 아니다. 말 그대로 두더지를 이용하여 만든 소금이다. 즉 두더지를 재료로 하여 만든 소금이란 뜻이다. 아버지는 어떤 방법을 사용했는지 모르나 그 잡기 힘든 두더지를 가끔 가져왔다.
그 뒤에 전개되는 내용은 아직도 생생하다. 두더지소금을 만들려면 내장을 빼내고 그 속에 소금을 넣어 불에 굽는다. 새까맣게 타서 식으면 절구통에 넣어 매매 빻는다. 이렇게 소금과 두더지가 합쳐져 만들어진 작품이 바로 두더지소금이다. 가장 무식한 방법의 두더지소금이기도 하다.
약간 고급스러운(?) 방법은 두더지의 내장을 뺀 상태에서 소금을 넣고 실로 꿰맨 뒤, 그늘에 두고 껍질이 꾸들꾸들해질 때까지 말린다. 대충 마르면 실밥을 풀고 몸속에 있던 소금을 빼낸다. 그렇게 두더지소금을 만들기도 한다는데 본 적은 없다.
다음 또 하나의 비법은 한방(韓方)에서 사용하는 방법이라 한다. 우리 아버지가 만든 방법과 순서는 같다. 차이점은 두더지의 내장을 빼내고 그 속에 소금을 넣은 뒤 다시 대나무통 속에 넣어 불에 굽는다는 점. 죽염에 두더지가 더 가미된 셈이니 정말 효과가 있을 듯싶다.
이렇게 만든 두더지소금을 어디에 썼냐면 우리 집에선 양치하는데 썼다. 두더지소금을 이용하여 양치하면 잇병이 잘 걸리지 않는다고 하니까. 이 방법 때문인지 몰라도 아버지와 나는 이 하나만은 좋다.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이틀 전까지 그 질긴 개상어회를 드셨으니 말이다.
나도 아직 치과에 정기적으로 스케일링하러 간 일 말고는 간 적이 거의 없다. 게다가 충치다운 충치도 없었으니 임플란트니 틀니 하며 몇 백만 원 아니 몇 천만 원 들었다고 하는 사람들을 도통 이해 못한다.
아 그러고 보니 이 두더지소금을 양치할 때만 쓴 게 아니라 상처 난 부위에도 뿌렸고 (무척 따가움), 배가 아플 때도 배 위에 쓱쓱 문질러 줬던 걸로 보아 우리 집에선 거의 만병통치약으로 쓴 게 아닌가 한다.
‘두더지소금’, 지금 누가 이걸 만들어 사용한다면 엽기적인 인물로 통하리라. 또 만드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올린다면 비난도 받으리라. 아니 만들었다 한들 이용할 사람이 있을까? 그게 이에 아무리 좋다고 해도 입에 넣고 양치하는 사람 있을까?
보나 마나 ‘그 더러운 걸 어떻게 입에 넣어….’ 하며 꺼릴 게 분명하다. 나도 지금 만들 수는 있으나 입에 넣을 자신은 없다. 특히 우리 집 텃밭에 두더지가 수시로 출몰하니 잡기 또한 어렵지 않아 만들려고 들면 불가능하진 않다.
두더지 소금이 의학적으로 효과 있는지 나도 모른다. 헌데 우리 5남매 가운데 나만 이가 좋고 누나 셋과 남동생은 나쁘다. 아버지는 다른 형제에게도 권했으나 모두들 때려죽인다고 해도 사용하지 않은 반면, 착한(?) 아들인 나만 두더지 소금을 사용했다.
그 옛날 아버지는 당신께서 만든 만병통치약(?)을 억지로 아들에게 먹이고 바르게 한 건, 치약을 구할 수 없는 가난한 집에서 얼렁뚱땅 만든 괴상한 비법이 아니라 그 속에 당신의 사랑까지 심어주려는 깊은 뜻을 담았다고 믿고 싶다.
‘사랑은, 몸으로 보여주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그리운 아버지]란 제목으로 연재하면서 떠올리는 문구다. 가족을 위해서는 남들이 꺼려하는 부끄러운 일조차 직업으로 삼았고, 아들에게 몸으로 가르쳐준 많은 지혜들...
비록 정이 듬뿍 담긴 얼굴로 하지 않았을 뿐 사랑의 깊이는 똑같지 않을까. 지금 곁에 살아 계시다면(1910년생이니까 113세나 돼 불가능하지만) 정말 업고 우리 마을 끝에서 끝까지 다니고 싶다. 그리고 등에 엎인 아버지에게 꼭 이 한 마디 해주고 싶다.
“아부지, 사랑합니데이! 참말로 억수로 마이 사랑합니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