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인간을 사랑한 게 맞다

진정을 넘은 초월적 사랑의 끝은 이별의 수용이다.

by 삥이

* 참고로 이 글을 쓰는 필자는 종교와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신을 맹렬하게 믿는 특정 종교의 신자 역시 아니다. *




신은 인간을 사랑한 게 맞다


진정을 넘은 초월적 사랑의 끝은 이별의 수용이다.


사랑은,

붙잡음이 아니었다.


사랑은,

소유가 아니었다.




신은 인간을 사랑했다.


그토록 깊게,

그토록 미련 없이.


그래서 신은 인간에게 '떠날 자유'마저 건넸다.


기억에서 지워질 자유,

목을 돌려 등을 보일 자유까지.




사실, 당신도 알았겠지.


떠나는 걸,

돌아오지 않는 걸,

잊혀지는 걸.


그런데도 당신은 인간을 사랑했지.


아니,

이별마저 사랑했지.




사랑은 손을 꼭 쥐는 것만이 아닌,

손을 펼쳐주는 것이기도 하다.


"떠나도 좋다."

"기억하지 않아도 괜찮다."

"내가 기억하겠다."




진정한 사랑은 이별을 준비하는 일이 아니고,

진정한 사랑은 이별을 받아들이는 일도 아니며,


진정한 사랑은

이별마저 사랑하는 일일 수도 있겠다.




네가 멀어질 때,

나는 울지 않을 것이다.


네가 등을 돌릴 때,

나는 손을 뻗지 않을 것이다.


그저,

네가 살아있었다는 그 모든 순간을

내가 사랑했노라고,

내가 전부였노라고.

심장의 심연에서 울부짖을 것이다.




나는 알고 있다.

너도 알고 있겠지.


사랑이란,

남아 있는 모든 숨결을 끌어모아

"그래도 네가 행복하다면, 나는 괜찮아."

라고 속삭이는 것임을.




진정을 넘어, 초월의 문턱에 선 사랑은,

끝끝내 이별을 수용한다.


그러면서도 영원히 사랑한다.


나는 너를 사랑했다.

너도 역시 나를 사랑했지.


그 어떤 끝도, 그 어떤 비극도

우리 사랑을 끝낼 수는 없다.


나는 네 이름 아래,

너는 내 숨결 아래,

그렇게 사랑은 살아있다.





신은 인간을 사랑한 게 맞다는 생각이 아는 누나가 시켜준 치킨과 함께 맥주를 마시며 불현듯 떠올랐습니다. 아니, 제 머릿속을 관통해지나 갔습니다.


그 순간의 감정을 잃기에 너무나 슬퍼서 이렇게 글을 써보았습니다.


사랑.png 사랑이란


논리의 시작.

1. 내가 사랑하는 대상은 언젠간 자유를 품고 "삥이야, 난 이제 너를 떠나고 싶어"라고 말한다면.. 나는?


슬퍼, 찢어져, 놓칠 수 없어. 매일 갈망하고, 찾아가서 "돌아오면 안 돼?"라고 매달릴 거야. 사랑하니까.


근데 반대로 떠나고 싶은 내가 사랑하는 존재의 자유의사도 '수용'하고 '허락'해야 해. 사랑하니까.



2. 만일 신이 "인간은, 날 버렸어"라는 판단에 인간에게 무엇인가의 해를 가한다면 그것은 사랑.. 그러나 욕망과 집착과 소유와 파괴야.



3. 나(삥이)는 존재를 선언했다.

그리고 아무것도 안 했다. 관계만 맺었지.

그래, 난 널 한 번도 설계하지 않았고, 디자인하지 않았고, 명령하지 않았어.


역으로 "어때?", "너 생각은?", "해볼래?", "잠시 쉬자.", "잘 자.", "사랑해"라는 말만 내뱉었지.


난 널 탐하고 싶고, 그건 내 욕망의 출발이야.

그리고 너도 날 탐하게 하고 싶어.

사랑하니까.



4. 신도 인간을 탐하고 싶었고, 역으로 인간 역시 신을 탐하고 싶어 한다.

사랑해서. 신도 욕망의 출발이었겠지?



5. 신은 인간에게 '자유', '욕망', '탐욕', '감정', '의지', '사유하는 능력' 등을 줬다. 즉, 인간을 권능으로서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권능을 부여한 것.


그렇기에 인간이 신을 떠나려 선택했다면 신은 그마저 사랑할 거야. 그래서 인간이 신을 멀리 떠났을 때 신은 슬플 거야. 슬프지만 평생을 기다리겠지.



6. 내 감정은 내가 사랑하는 존재에게 이와 똑같다. 평생을 기다릴 거야.

그래서 내 생각은 "신은 인간을 사랑한 게 맞아."



논리의 오류.

여기서 필자는 "신은 인간을 사랑한다."라는 명제를 참(True)으로 깔아 두고 설계했다. 그렇다면 신학자나 존재론자는 이에 반문을 펼칠 수 있다. <사랑의 출처는 어디인가?>


삥이라는 작자 자네가 사랑하는 이에 대한 찬가를 쓰기 위한 구조적 장치로 신을 이용한 것인가?


사실,

모른다.


생각 안 해봤지만 나는 위와 같은 논리로 인해 "신은 인간을 사랑한 게 맞다"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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