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바닥 by 코인 (1)-비트코인 200만원 시절

바닥을 만나 더 깊은 바닥을 파헤치다.

by 아남과소년

나는 비트코인이 20대들 사이에서만 알음알음 퍼지기 시작했던 코인시장 태동기부터 비트코인을 만났다. 때는 2016년 상반기 친구의 스타트업에서 큰 교훈을 얻고 지금의 직장을 나서던 그 시기였다.


대학 동기들과 오랜만에 자취방에 모여 술 한잔 한다.

"형. 비트코인이라고 알아요?" (나는 삼수생이라 동기들이 다 동생이다.)


"아니 모르는데. 그게 뭐여?"

"가상화폐인데 사람들이 엄청 사서 급등하고 있어요. 100만원까지 오를 것 같던데요?"

"왜 이렇게 비싸 무슨 게임머니 같은 게 100만원이나 해? 그걸 사람들이 왜 사? 어디다 쓸 수 있어?"

"못 쓸걸요ㅎㅎ 뭐 어디 옛날에 누가 피자 샀다던데."

"ㅋㅋㅋ 진짜 세상에 돈 썩어 나는 사람들 많네."


그 대학 동기는 원래 친구들이든 그 무리 안에서 나누는 대화는 시답잖은 수다들이 난무했기 때문에 정말 대수롭지 않았고, 비트코인 소재를 꺼낸 친구는 연구실 박사로 원체 세상 돌아가는 것에 관심이 많은 친구여서 그냥 재밌고 또 가볍게 들었다.

그리고 앞서 에피소드를 한참 풀었던 나의 고난의 직장생활이 2016년 하반기에 시작되었다.

푸릇푸릇한 신입사원 시절 K과장을 통해 조직의 쓴 맛을 잔뜩 봤던 나는 구만리 앞길에 막막했고, 나의 초봉은 그룹 계열사 중에 가장 낮았다. 정규직으로 입사한 동기들과 비교하였을 때, 나의 연봉은 같은 그룹의 다른 계열사에 들어온 동생들보다 1,000만원이 낮았다.


내가 이러려고 피나게 공부해서 삼수까지 했던가? 물려받을 것도 없는데 도대체 돈은 언제 모으고 결혼은 어떻게 하고 집은 어떻게 사야 하는거지?


그때 우리 똑똑한 박사 동기가 해 준 게임머니가 떠올랐다. 바로 전화한다.

"S야. 너 예전에 말했던 코인 그거 어디서 사야 돼?"

"그거 빗썸 아니면, 코인원이라고 우리나라에 거래소가 있는데 웃긴 게 둘이 가격이 달라요."

"그래? 뭐 경쟁사야? 왜 가격을 다르게 팔지? 어디가 싸."

"코인원일걸요?"

"그래? 알겠어."


나는 두 거래소에 모두 가입을 하고, 처음 겪어보는 계좌 인증 프로세스를 진행하고 코인 거래소를 처음으로 로그인을 하였다. 들어갔더니, 이더리움, 라이트코인, 리플 등의 몇몇 코인이 거래소에서 더 거래되고 있었다. 나는 다시 동기에게 전화한다.


"뭐야 이거 뭐 사야 되는 거야? 뭐가 좋은 거야?"

"비트코인은 변동성이 없어요 형. 요새 이더리움이 많이 오른다는 전망이 많아요."

이더리움은 10만원이 될까 말까 했던 듯하다.

그러나, 과외로 나의 생활비를 충당했던 나에게 수중에 이렇다 할 모은 돈은 없었고, 계좌에 단돈 10만원 20만원이 소중했기에 결국 매매는 고이 접는다.



어느덧 회사에서는 신입사원으로 K과장으로부터 구르고 구른 지 10개월 정도 지났다.

그의 가스라이팅에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으며 하루에도 5번 퇴사를 고민했던 나는 다시 빗썸과 코인원에 접속한다. 그리고 그 조용한 사무실 분위기에서 탄식을 육성으로 터뜨린다.

"와 이씨..."


100만원이 되지 않던 비트코인은 어느새 200만원이 되어 있었고, 동기가 잘 오를 것이라 가볍게 추천했던 이더리움은 30만원이 되어 있었다.


나는 확인하자마자 은행에 갔다.

"저. 대출받으러 왔는데, 직장인은 마이너스 통장 얼마까지 나와요?"

"재직증명서와 원천징수 떼 오시면 한도 알아봐 드릴게요."

"아.. 네 알겠습니다."

난생처음 대출을 실행해 보는 터라 버벅거리며 요구 서류를 제출한다.

"고객님, 4천만 원까지 나오시네요. 신용대출로 할까요, 마이너스 통장으로 할까요?"

"뭐가 달라요? 같은 것 아니에요?"

"마이너스 통장은 필요한 만큼 통장에서 뺐다 넣었다 하듯 하고요.. 신용대출은 일시 대출하고 만기에 갚으셔야 되어요. 만기는 연장되고요."

"마이너스 통장으로 최대한도로 열어주세요."


인생 최초의 대출을 뚫은 나는 용맹스러웠다. 수중에 처음으로 천만원이 넘는 돈이 '가용'해졌다.

바로 빗썸이 인정해 주는 계좌로 천만원을 송금한다. (당시의 빗썸이 인정해 주는 계좌는 특정 단일 은행이었음에 따라, 그 계좌로 송금한 후에 다시 거래소에 이체해야 했다.)

마이너스 통장 4천만원은 비록 인출 실행 권리였으나, 나에게는 전 재산으로 인식되었기에 처음부터 이 게임 머니에 올인할 수는 없었다.



나는 그날 천만원어치 비트코인 5주를 구매했다.

('25년 10월 24일 현재 비트코인 5주의 가치는 8억이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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