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바닥 by 코인 (2)- 감성 거래의 시작

바닥을 만나 더 깊은 바닥을 파헤치다. (2017~2019)

by 아남과소년

1천만 원을 투입하여 비트코인 5개를 구매한 뒤 며칠이 지나지 않아 비트코인 가격은 수십 프로의 수익이 찍혀 있었다.


'아, 더 샀어야 했는데...'

인생 처음으로 가격 FOMO (Fear of missing out, 주식시장에서 가격 지속상승을 놓치는 것에 대한 공포)라는 감정을 겪으며, 나의 뇌에는 무지성의 샘이 차오르고 있었다.


'다시는 오지 않을 일생일대의 기회이지 않을까, 하늘이 열렸어!'

나의 엄지손가락이 다급히 은행 앱을 찾아 눌러댔고, 마이너스 통장의 잔여 대출액인 3천만 원을 코인거래소로 즉시 이체시켰다.

그날따라 이체 과정과 거래소의 승인이 왜 그리 오래 걸리는지.. 비트코인 가격은 그 짧은 시간에도 힘을 주며 오르고 있어 발이 동동 굴러지고 있었다.


드디어 코인 거래소에 입금이 확인되자, 나는 침착하게 차트를 화면에 띄우고 캔들의 시간 단위를 5분부터 1시간까지 이리저리 바꿔가며 가격의 파동을 느껴본다. 그리고 저점을 잡아보겠다며 정신을 집중한다.


어디서 보조지표는 주워 들어서 MACD (이동평균선의 관계로부터 매매신호 파악), RSI (상대강도지수 30 미만이면 과매도로 해석) 등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지표를 펼쳐놓고 마치 엄청난 분석을 하는 마냥 캔들의 움직임을 노려본다.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보조지표 해석법을 읽어보며 도대체 의미가 뭔지 골똘히 고민한다.


모르겠다. 이 가격의 파동이 뭔가 알 듯 말 듯 한데 실상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그때 비트코인 가격이 1분 봉 차트에서 가파르게 상승하였다.

'와. 무슨 저점 같은 것을 고민하고 앉아있냐 내가'

더욱 강렬한 FOMO(가격상승을 놓치는 두려움)를 느끼며 준비된 예수금 3천만 원을 남자답게 올인하였다.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자 됐다. 이제 영차영차, 가즈아~~

(가즈아는 코인 시장에서 먼저 유행이 시작된 구호이다. 이후 코로나 회복 증시에서 그 유행이 크게 퍼졌다.)


그러나 내가 구매하자마자 코인가격 차트 캔들은 다시 파란봉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1분 전까지만 해도 이 가격을 놓치면 안 되겠다고 손가락을 함부로 휘둘린 나였는데, 수중에 가진 모든 돈을 던지고 나니 곧바로 폭락의 두려움을 느낀다.

안 되겠다. 다시 한번 차트를 읽어봐야겠다. 캔들의 상단과 하단을 있는 빗금 추세선을 멋지게 그어 채널을 만든다. 여러 보조지표를 바꿔가며 파동과 투자자들의 심리를 읽어보려 하는데, 보조지표도 계속 꺾이고, 캔들의 모양도 이상하다.

결과적으로 나는 어느 정도 가격이 일부 더 떨어질 것으로 판단이 섰고, 더 낮은 가격 대에서 다시 잡기 위해 매도버튼을 눌렀다.


약 1~2%의 손실을 보기까지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경거망동을 정확하게 실천해 놓고, 분석에 의한 결정이라 스스로 위로하고 믿는다. 순식간에 40~50만 원을 잃었음에도 내가 멍청하다고 인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날 위해 10만 원을 쓰는 데에는 구두쇠처럼 온갖 가성비를 이유로 각박하게 굴었던 나인데, (20대 중반이었다) 그의 5배가 되는 돈을 날려놓고, '더 성장하기 위한 수업료지.'라고 포장하며 정신 승리를 이룬다.


다행히 매도 후에 코인 가격은 더 아래로 떨어졌다. 동시에 나의 탁월한 분석력과 인사이트에 감탄을 한다.

이제 당초 매도한 목적대로 진짜 저점을 잡아야 했는데, 마침 차트상 바닥이 다져지는 모습이 보였다.

'지금인가!' 사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나 방금 전에 파란 봉의 공포를 봤던 나는 급격히 보수적 성향이 된다.

'혹시 또 다른 파란 봉이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매수버튼을 쉽게 누르지 못하고 답 없는 고민을 계속하고 있는 와중에, 갑작스러운 양봉이 길게 올라섰다. 그리고 1분도 채 되지 않아 이전에 매도했던 가격선을 돌파했다.


다시금 FOMO에 맹렬히 먹혀버린 나는 결국 이전에 매도한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에서 매수버튼을 누른다. 가만히 있을 것을.. 목표한 저점을 잡지도 못했다. 초단위로 거칠게 변하는 나의 심리와 판단력이 몹시 한심하다.

(잠시 주목할 점은 이러고 앉아있는 시기의 비트코인 1개의 가격은 여전히 200만 원 대로 5만 원의 변동성에 휘둘린 심리였다. 그런데, 지금은 개당 1억 5천만 원이다.)


어쭙잖게 차트만 쳐다보고 있다가는 뇌동 매매가 지속되며 돈이 금방 녹아내릴 것 같다. 더 이상은 휘둘리지 않고자 비트코인이란 것의 실체가 무엇인지 그 가치를 공부해 보자 마음먹는다.


찾아보니 코인은 백서라는 것이 있다. 마치 주식의 사업보고서와 유사 형태의 문서이다. 비트코인의 백서를 먼저 읽어보는데, 전통 화폐 시스템에 대한 불신에 기반하여 탈중앙화를 목적으로 암호화하여 만들어진 다분히 철학적인 디지털 숫자다.


'아.. 내가 이걸 왜 샀지? 이런 검증되지 않은 작은 브랜딩에 미쳤다고 마이너스통장을 올인하다니..'


암호화폐라지만 어디에서도 결제할 수 없고 통화로 인정되지도 않아 도대체 쓸모 있는 게 무엇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컴퓨터 화면 속 숫자에 내가 돈을 넣은 것 같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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