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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지원 Aug 28. 2023

아! 원자력

 여러분은 검은 밤하늘을 들여다보신 적이 있는가?

 도시를 벗어난 곳에서는 촘촘히 박혀있는 별들이 쏟아질 것 같고, 은빛 은하수가 머리 위를 흐르는 것이 보인다.
 우리를 감싼 우주는 온통 별이 가득해 보인다.
 그러나 실제 과학자들이 우주의 밀도를 계산해 본 결과 우리가 속해있는 우주는 거의 진공(眞空)에 가깝다. 흔히 우리는 진공을 공기가 없는 상태라고 이해하기 쉬우나, 정확한 진공의 뜻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즉 무(無)의 상태다. 그러므로 수학적 수사를 빌려서 다시 얘기하면, 우리가 보고 있는 우주에 존재하는 물질은 '제로(0)에 수렴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사실이 우리가 사는 현실세계에도 적용된다. 현실의 물질은 원자라는 작은 알갱이들이 서로 작용하는 엄청난 힘 때문에 우리가 만지고 느끼고 하는 것일 뿐, 거의 진공에 가까운 세계이다. 서로 작용하는 핵력(nuclear force)이 없다면, 나의 육체는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벽이나, 철판을 통과하여 유령과도 비슷한 형체로 움직일 것이며, 사랑하는 사람을 만질 수도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도 없고 영화에 등장하는 유령처럼 나의 존재조차도 증명할 수 없는 상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자연상태에서 그 핵력의 고리를 끊어 내기는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학자들이 엄청난 돈과 공력을 들여, 인공의 구조물인 사이클론이란 실험장치를 통하여서나 확인할 수 있는 일이다. 원자를 붙잡고 있던 힘의 고리가 끊어 지면, 연쇄반응으로 주변에 엄청난 에너지가 발생한다.
우리는 이것을 '원자력'이라고 부른다.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준 불은, 통닭 구워먹고, 된장찌개 데워먹으라는 불 뿐만이 아니라, 인류가 만지지 말아야 할 불까지 주었다. 이 불은 인간이 다루어서는 안 되는 불이다. 아니, 인간은 애초부터 다룰 수 있는 불이 아니었다.
이 불을 피우려면 이 세상에 존재해 있던 그 무언가를 소멸시키고, 그 댓가로 소멸시킨 물질의 양(量) 만큼만 되돌려 받는 불이다. 이기적인 마음을 가진 인간들이 다룰 수 있는 불이 아닌 것이다.
원자력은 인간이 아닌, 신의 불이다.
이 세상을 창조한 신(GOD)의 불이다.

일본 후쿠시마에 그 불이 불타고 있다.
간신히 연쇄반응을 조절해가며, 신의 간장 종지에 담긴 꼴 난 에너지를 얻어 쓰던 원전이 자연재해로 통제 불능((Melt down)의 상태가 된 것이다.
 일본은 아직도 불이 붙어있는 원전의 핵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기 시작했다.
 지금 인류는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도, 대한민국정부도, 국제원자력기구(IAEA, 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도...그 누구도 앞으로 도래할 미래를 알지 못한다. 그 미래가 10년 후이던, 100년 후이던, 아니면 1,000년 후이던...
국민의힘 애들이 괴담이라고 치부하는 것처럼, 인류에게 돌아오는 피해가 사실 미미(微微)할지도 모른다.
 단지, 우리가 가보지 않은 길 이기에 두려움이 큰 것일 수도 있다.

 생명체들이 이 지구 상에 존재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자신의 건강한 DNA를 후손에 남기기 위해서이다.
 우리의 후손들이 혹시 모를,
 공포와 고통이 있는 길과 그 공포와 고통을 피하는 길 중에 하나를 택하라면, 나는 서슴지 않고 후자를 선택하겠다.
 나는 나의 DNA를 남기기 위하여 자식들을 낳은 생명체에 불과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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