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숙박하는 날에는 깊을 잠을 자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배차시간과는 관계없이 이른 새벽에 잠을 깨는 일이 부지기수다. 특히, 오늘은 새벽부터 장대비가 퍼부었다. 그 빗소리에 잠이 깼다. 시계를 보니 4시...
서초동에 있는 생활관은 여러 팀들이 함께 사용한다.
괴산팀, 충주팀, 안동팀, 영덕팀 등...그러하니 친한 사람도, 웬수진 사람도 없다.
유행가 가사에 나오는 말처럼...'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사이'
아침부터 샤워를 한다.
아직 한 시간 정도는 게으름을 피울 시간이 있었지만,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새벽에 샤워장을 독점하고 싶은 욕망이 잠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샤워장으로 향하게 만들었다.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개 코 덕분에 미소하게 풍기는 불쾌한 냄새도 잘 참지 못한다. 승객들에게서 풍기는 냄새는 참고 견딘다 할지라도 나 자신이 그런 건 용납하지 못한다.
그런데 생활관이라는 곳이 개인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곳이 아니니, 샤워장을 나 혼자 만이 사용하게 해달라고 신께 항상 기도하지만, 신은 무심하게도 내 기도를 져버렸다.
오늘도 두 명이 같이 했다.
그놈이 내꺼를 유심히 보던데, 닝기미...
자존심 무지하게 상한다.
새벽 5시, 터미널로 출근하기 위하여 첫차를 탔다. 버스 정류장의 디지털 액정에 지금 도착하는 버스가 첫차라고 명시했다. 그리고 버스에 오르려다 기절을 할 뻔했다.
만차(滿車)다.
'아니, 무슨 첫차에 사람들이 이렇게 많아!'
하마터면 입 바깥으로 소리가 나올 뻔 했다.
고속버스를 하면서 일주일에 한 번씩은 서울 숙박을 했음에도, 이런 경우는 없었다. 사실 이렇게 일찍 첫차를 타고 터미널에 가본 적이 없으니 비교불가이지만...
내가 생활관을 나와 서초3동 주민센터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면, 이 버스는 서초아트자이 아파트,서초동삼성아파트, 지하철 2호선 서초역,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서울지방조달청, 서울성모병원, 고속버스터미널 호남선(여기서 내가 내린다) 등을 거친다.
그 버스를 가득 채웠던 승객들은 90% 이상이 중년의 아주머니들이고 나머지들도 나 같이 늙수그레한 아저씨들이다. 도대체 집에서 몇 시에 나와서 이 버스를 탔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그리고 잠은 언제들 주무시는지...
샤랄라원피스에 날렵한 샌들을 신었거나, 빛나는 옷감으로 만든 양복에 번쩍거리는 구두를 신은 사람들은 아니다. 검찰청이나 조달청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아니라는 말이다. 번쩍거리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쾌적한 근무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하여 그림자처럼 일하는 사람들이다.
사무실 주인들이 출근하기 전 사무실의 청소 및 정리 정돈을 해주시는 분들이다.
얼마전 검찰청 로비에다 배설했다던 검사들 뉴스를 접했었다. 지금 내 앞에 앉아 계시는 저 해맑은 얼굴의 아주머니가 그 쓰레기 검사가 싸질러놓은 오물을 치웠으리라!
지금의 대한민국은 검찰의 우두머리를 해먹던 놈과 추종자들이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외교, 국방 등...전 분야에 싸질러 놓은 똥 때문에 삼천리금수강산이 오물범벅이다.
순수한 똥이야 시간이 지나 썩으면 요소비료라도 되겠건만, 얘네들 똥은 너무 오염되서...
그런데...
나중에 이걸 누가 다 치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