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라면 하나 끓여주세요!
~네~에~
'모기가 재잘거리는 소리를 들었다면, 아마 저 정도 크기의 소리가 아닐까...'
매사에 자신 없는 목소리다. 누가 핀잔을 주지 않을까, 옆에서 뭐라고 하지 않을까 하는 감정이 "네"에 고스란히 묻어나는 대답처럼 들린다.
예전에도 "떡라면!"을 전화기에 힘차게 외치고 식당을 방문하니, 라면이 아닌 떡국을 끓여 놓았다.
그냥 군말 없이 먹었다.
버스안의 맨 뒷좌석에 쪼그리고 잠을 자다 부시시 일어났다.
사실 버스기사란 직업을 택한 이후부터, 나에게 '연속적인 수면'이란 별 의미가 없는 단어가 되었다. 집에 가서도 거의 자정이 되어서 잠드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나, 기상 시간은 새벽 4시 반 정도로 일정하니 매일 잠이 부족했다. 상황이 그러하니 자투리 시간이라도 생기는 경우 시간,장소를 불문하고 쪽잠을 잤다.
잠이 덜 깬 상태에서 허기가 지는 것을 느꼈다. 나는 아주 느린 동작으로 유령이 움직이듯이, 버스 좌석에서 스르르 일어나, 아무 생각 없이 바로 식당에 전화했다.
'5분 내로 갈 터이니 떡라면 하나만 끓여 주세요!'
라고...
오늘은 제대로 끓여 놓았다.
떡은 부드럽게 잘 익었고, 라면 면발은 꼬들거렸으며, 국물량도 적당했다.
기사들은 일정한 밥 때를 기대하지 않는다.
내가 점심이라고 우기면 점심이 되고, 저녁이라고 장부에 기재하면 저녁이 된다.
그래서 출발지 혹은 도착지 어디서든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회사에서는 터미널 곳곳에 기사식당을 지정해놓는 배려를 한다. 나 같이 출발기점이 괴산인 기사들은 주로 괴산에 있는 식당에서 식사하는데, 집에서 해주는 시골스러움이 음식 맛에 스며들어 있어서 그런다.
서울에서 이용하는 식당의 이름이 '고향의 맛'이다. 미각이 명료할 나이가 훨씬 지나신 것으로 사료되는 나이 든 여사장님과 중국동포이신 조선족 출신 네 분의 조리사가 그 식당의 구성원이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그 식당의 메뉴판에 있는 모든 음식을 섭렵하고 터득한 깨달음은, 그 식당의 음식은 이름과 맛이 일대일 대응이 안 된다는 사실이다. 살짝 중국풍이 나는 것 같기도...
오롯이, 그 집에서 음식이름과 맛이 정확히 일치하는 메뉴는 '라면' 이 유일하다.
그런데 왜? 식당 이름이 '고향의 맛'일까?
나는 무릎을 탁 쳤다.
'아! 조리하시는 여사님들의 고향의 맛이구나!'
추신: 이렇게 작은 일 가지고 시비(是非)하냐고 누가 제게 묻는다면...
저도 이제는 예전처럼 졸문(拙文)을 깨작거리며, 작은 일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소시민으로 돌아가는 풍경(風景)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