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1인 1차의 마이카시대를 넘어, 사용 목적에 따라 1인 2차 소유, 혹은 1인 3차 소유의 시대가 되어, 예전과 같이 버스나 기차 등 대중교통에 목메는 시대가 아님을, 버스 승객의 감소가 명징(明徵)하게 증명하고 있다.
그러나 충북 괴산의 산골과 강남 한복판을 연결하는 고속버스 노선은 지금 세상의 시대적 현상과는 다르게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덕분에 내가 이 나이 먹도록 버스 기사 생활을 떳떳하게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얼마간의 미래까지 일거리를 보장받았으니, 너무도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다.
특히, 일요일이나, 휴일에 강남에서 출발하여 괴산에 도착하는 막차는 항상 만석이며, 미리 승차표를 예매하지 못했다면, 괴산의 집으로 올 생각은 애당초 하지 말아야 한다.
부대에 복귀하는 군인들이나, 학교 기숙사로 돌아오는 젊은 친구들은 이런 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승차권 예매가 그들에게는 일상화되어 있다.
그러나, 모처럼 친척 결혼식 등으로 서울 나들이를 가셨던 나이가 드신 승객들 중 승차권 예매를 못 하신 분들이 종종 있다. 혹시, 그런 분들이 계신다면 버스회사의 운영방침을 욕하시거나, 대한민국의 교통 시스템을 탓하기 전에 센트럴터미널에서 노숙을 하거나, 강남 한복판에서 미아가 될 각오를 하시라!
사실 말씀 드리고 나니, 너무 야박한 말씀인 것 같아, 이 상황을 타개할 팁을 드리면...
일단, 다음날 첫차의 승차권을 사서 무작정 버틴다. 예매자 중에 제시간에 오지 않는 사람 한, 두 명씩 꼭 있다.
내 경험상으로는 항상 그렇다.
그러면 그 표로 버스에 승차하면 된다. 비행기 웨이팅 하는 거와 비슷하다.
출발 시각이 임박하여 버스가 있는 홈에 왔다.
물론, 출발할 준비는 모두 마친 상태이어서 운전석에 앉아 출발만 하면 되었는데...
웬 아주머니 한 분이 버스 앞문을 가로막고 서 있다.
"아주머니! 저 먼저 버스에 탈게요!"
그 아주머니, 뒤도 돌아보지 않으시고...
"한 자리밖에 없대요!"
"제가 여기에 타야 이 버스가 출발합니다!"
"아 글쎄 내가 아까부터 먼저 기다렸다니까!"
버스인원을 확인하러 버스에 올라가 있던 검표원이 돌아 나왔다.
"아니, 기사님을 못 타게 하시면 어떻게 가시려고...츠츠 "
그제서야 뒤돌아 본 그분의 표정에서,
나는, 몰래 내 방에서 잠자다 들킨,
나를 경쟁자로 여기는 십 년 묶은 우리 집 샴고양이인 방울이의 눈매를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