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암 3호, 휘파람 골드, 월악, 춘광...
상기의 지극히 촌스런 단어들이 무엇을 뜻하는지 아시는가? 혹시, 간첩들의 암호명?
현재의 직업이 농부이시거나, 시골에서 배추 농사를 지어보신 분들의 귀에는 몇 번 들어본 듯한 이름들일 것이다. 물론, 그간 남한에서 암약해 온 고정간첩들의 암호명은 더더욱 아니다.
상기 명칭들은 모두 김장용 배추 종자의 명칭이다.
내가 괴산에 귀농하여, 마을 주민과 첫 번째로 시도하였던 공동사업이 '절임배추'를 판매하는 일이었다. 그때는 직접 농사를 짓지 않고 주변 농민들로부터 배추를 공급받아, 소금에 절여서 판매하는 역할만을 했다.
가공, 판매 부문(部門)을 도시에서 시골로 귀촌, 귀농한 친구들이 담당한 것이다. 사실 이 부분이 시골의 농부들이 가장 어려워하시는 분야일 것이다.
지금 복기해 보더라도, 이런 역할 분담이 피폐한 농촌을 살리는 가장 이상적인 사업모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아~말이 옆길로 샜다.
어쨌든, 위에 제시된 배추종자의 이름들을 나는 그때 처음 들었다.
'대체 어떤 놈들이 지었길래, 뼈에 사무치는 촌스러움이 배추 이름에 묻어날까?' 이것이 내 솔직한 속마음이었다.
그런데, 그 이름 중 단연코 정수(精髓)라 불릴만한 배추종자 이름이 있었다.
이름하여 "상상이상(想像以上)"
상상이상으로 신박한 이름이다.
배추를 정성스럽게 심어놓고 수확을 기다리는 농부에게
상상이상의 기쁨을 주는 배추...
정말 기막힌 작명(作名)이 아닐 수 없다.
캄보디아 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인천공항 마약밀수 무마사건...
통일교, 극동방송, 여의도 순복음교회...
요즘 대한민국에서 구설(口舌)되는 단어들이다.
"당신이 무엇을 생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
라는 어느 대기업의 광고 문구를 생각나게 하는 시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