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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지원 Oct 25. 2023

재혼(再婚)

주님! 저들을 축복하소서

<1>

거친 삶에 쓸려 생긴

피맺힌 생채기와 조각난 가슴일랑은

당신의 축복으로 새살이 돋게 하시어,

뜨거운 마음이 하나로  붙게 하여 주십시오!


저들의 만남은 젊은 날의 사랑이 아닙니다.

당신이 진즉에 인도하신 피곤한 삶의 결실입니다.

결코 당신을 원망하거나,

불평하고자 함이 아닙니다.


`축하한다`는 달콤한 인사보다

공주와 왕자가 행복하게 살았다는

어릴 적 동화책의 상투적인 글귀처럼...

저들에게는 당신의 축복이 필요합니다.


저들에게 당신의 폭포 같은 축복을 부으시어,

넘치는 은혜는 저들로 하여금 주변에 나누게 하시고,

저들의 입으로 당신의 영광을 칭송하게 하십시오.


이 모든 기도가 당신께 누가 된다 하여도, 저들을 벌하지 않기를...

저들은 지금껏 충분히 받았나이다.


이제, 모든 것이 당신의 계획에 의하여 이루어 지나니,

저들에게는 당신의 축복만이 필요합니다.


<2>

수십년의 다른 인생이 나에게 왔다.

오랫동안 버려 두었던,
피맺힌 상처를 덮어줄,
그가 갑자기 내게 왔다.

지독히도 선명한 지난날의 기억을,
일순간에 까먹은 치매환자 처럼,
나를 대해줄 그가 왔다.

오히려...
그의 따뜻한 눈빛은,
나의 아련했던 과거를,
박재된 새처럼 보존 시키고.

나는 밤마다 내 눈물로,
영혼의 씻김굿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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