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열이에게...
이렇게 편지를 시작하니 마치 여자친구에게 연서(戀書)를 쓰는 것 같아, 마음이 마냥 설레는구나!
네가 나보다 연장자인 것은 익히 알고 있었으나, 일하는 꼬락서니로 짐작건대 정신 연령이 나하고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 것으로 사료되어 격 없이 친구처럼 대화하려고 하니, 너무 고깝게 생각하지 말길 바란다.
이렇게 다정하게 대화를 시작해 보니 너와 나는 닮은 구석이 많은 것 같구나!
우선 많이 처먹고, 방귀도 많이 뀌고, 배도 나오고, 특히, 건희씨가 '힘도 없다'라고 얘기하는 대목에서 나도 가슴이 뜨끔했다.
너에게도 사랑하는 '건희'가 있듯이 나도 사랑하는 아내가 있다.
아내를 사랑하는 것도 어쩜 이렇게 나하고 똑같을까?
그러나 너와 내가 다른 점이 있다면...
내 아내에게 디올백을 선물로 줄 만한 사람도 없을뿐더러, 내가 못난 덕분에 평생을 빈한(貧寒)하게 살아온 내 아내는 꿍쳐둔 주식 한 장도 없고, 거금이 들어가는 주가조작은 꿈에서나 해 볼 일 일 거다.
빨래걸이, 콜걸, 혹은 사기꾼이라며, 네가 방문하는 나라마다 한결같이 네 마누라를 헐뜯는 소리를 너는 듣지 못했는가? 아니면, 너만 들리지 않는가?
요즘 네게 '아내와 나라 중 하나를 선택하라!', 고 주변에서 압력이 들어가는 것 같은데, 그렇게 말하는 인간들은 참 나쁜 놈들이다. 그런 잔인한 말을 애처가인 네게 어떻게 할 수 있단 말이냐!
내 말이 맞지? 그렇지?
너야 당연히 아내를 선택해야 하겠지!
그래서 내가 조언을 한다면...
아내를 선택하고 대통령직은 내려놓아라!
그래! 이제는 내려올 때가 되었다.
자진해서 내려오면 네 몸 뚱아리는 성하겠지만, 국민에게 강제로 끌려 내려오게 되면, 팔.다리가 제대로 네 몸에 붙어 있겠느냐?
너의 아내를 제대로 건사하지 못한 이유 하나로 대통령직에서 내려오라는 소리가 아니다.
단언컨데, 너는 대한민국을 이끌 자격이나 능력이 없다.
너의 아둔한 머리로 꼴 난 법조문을 외워가며, 혼자만의 입신양명을 위해 사법고시 9수를 하는 동안, 수많은 우리의 학우들은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최루탄 가스 마셔가며, 네가 지금 즐기고 있는 민주주의를 지켰다.
일제 강점기에 우리의 아버지, 할아버지들이 일본도에 팔다리를 잘려가며 독립운동을 하신 덕에 대한민국은 독립을 이루어 어엿한 주권 국가가 되었다. 그런 이유로 너는 이 나라에서 대통령을 해먹고 있는 거다. 또한, 네가 장.차관으로 임명한 간신배들이 그런 분들의 동상을 없애고, 그분들을 테러리스트라고 부르며, 일제 강점기시절 우리 민족의 국적은 '일본국'이라는 망언도 서슴지 않고 하고 있으니, 국민은 그 원통함에 피를 토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기상이 세계로 뻗어 나가야 할 이 중차대한 시기에 너 같이 무식하고, 철학도 없는 애를 대통령으로 앉혀놓은 국민은 속에서 천불이 난다.
대한민국의 재산은 엄청나게 많은 지하자원이나, 광활한 영토가 아니다. 오래전부터 이 땅을 지켜온, 근면하고 성실한 백성 하나하나가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다.
이 분들이 몸이 부서지도록 일을 하여 경제를 일으켰고, 군사독재 정권의 무자비한 탄압으로 갖은 시련과 고초를 겪으면서도 민주주의 꽃을 피워왔다. 세계의 모든 국가는 이런 대한민국을 칭송하며, 대한민국의 세계적인 위상을 인정하였다.
이렇게 정의롭고 자랑스런 우리나라의 위상을 지켜야 할 너는,
천방지축으로 날뛰는 배우자 하나를 보호하기 위하여 대한민국의 법과 정의를 팽개쳤으며, 상식과 원칙도 엿을 바꿔먹었는지 우리 눈에는 보이질 않는다.
그것도 모자라 우리 민족을 전쟁의 위기로 몰아 우리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고 노력하는 것도 다 안다. 너의 부족한 머리로 잔머리를 아무리 굴린다고, 속아 넘어갈 대한민국 국민이 있겠는가?
네 덕분에 국격은 땅에 떨어지고, 나라 살림은 거덜 나고, 국민은 서로 뿔뿔이 흩어지게 되어 진영싸움에 매몰 되었다. 다시 얘기하지만, 모두 네 덕분이다.
참을 만큼 참았다.
이제, 그만하고 내려와라!
국민이 내려오라고 할 때 내려와라!
똥개도 주인이 문 열어 줄 때 집에 들어올 수 있는거다. 아무때나 들어 오는 것이 아니다.
국민이 너를 잡아서 끌어내릴 때까지 버티면, 네 몸 상한다.
추신: <토황소격문>중 노자의 도덕경(道德經)을 인용한 구절이다. 잘 음미해 보아라!
도덕경에 이르기를, “회오리바람은 하루아침을 가지 못하는 것이요. 소낙비는 하루 동안을 채우지 못한다.” 하였으니 천지도 오히려 오래가지 못하거늘...
하물며 사람이랴...